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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톱골퍼 눈물 쏙~ 뺄 `魔의 코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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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픈이 돌아가면서 열리는 10개 코스 중 하나인 '커누스티(Carnoustie)'는 '커-내스티(Nasty)'로 불린다. 10개 코스 어느 하나 궂은 날씨를 만나 잔인함을 떨치지 않는 곳이 없지만 커누스티만큼은 평온한 날씨에도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잔혹성을 드러낸다. 영어 단어 '내스티(nasty)'는 '위험한, 끔찍한, 험악한, 심각한'이란 뜻으로 쓰인다.

역대 우승자들 성적이 이를 잘 말해 준다.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이 2007년 우승할 때 기록한 7언더파 277타가 커누스티에서 나온 가장 좋은 스코어일 정도다. 최근 70년의 디오픈에서 가장 나쁜 우승 스코어도 커누스티에서 나왔다. 1999년 폴 로리(스코틀랜드)는 6오버파로 우승컵 '클라레 저그'를 품었다. 당시 최종일 3타 차로 앞서던 장 방 드 벨드(프랑스)가 마지막 홀에서 트리플보기를 범하며 연장전에 끌려 들어가 우승을 놓친 것은 '메이저 대회 최악의 역전패'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골프 명예의 전당 회원인 마이클 보널랙은 "바람이 불면 영국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가 된다. 물론 바람이 불지 않아도 아마 가장 어려운 코스일 것"이라고 했다. 그해 대회 평균 스코어는 76.8타가 나왔다.

'돌아온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3년 만에 출전하며 더욱 관심의 중심에 선 147회 디오픈이 19일 스코틀랜드 앵거스에 위치한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파71·7402야드)에서 열린다. '별들의 전쟁' 디오픈이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최악의 코스로 돌아온 것이다.

커누스티는 디오픈 코스 중 가장 긴 곳이다. 링크스 특유의 항아리 벙커가 페어웨이 곳곳과 그린 주위로 무시무시한 입을 쩍 벌리고 있고, 페어웨이 폭도 좁아 깐깐한 코스 공략도를 준비하지 않으면 처참한 스코어를 받아들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혹시 운이 좋아 바람이 잠잠할 것으로 기대하는 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낫다. 디오픈에서 두 번 우승한 어니 엘스(남아프리카공화국)가 "이곳에서는 (이상하게도) 항상 바람이 부는 것 같다"고 했을 정도다.

특히 마지막 4개 홀은 선수들의 눈물을 쏙 빼놓을 만큼 어렵기로 소문나 있다. 3개의 파4홀은 모두 450야드 이상으로 길고, 파3홀도 길이가 248야드에 달한다. 장 방 드 벨드가 역전패의 쓴맛을 본 2007년 대회에서 18번홀은 평균 타수 4.61타로 가장 어렵게 플레이가 됐다. 파3 16번홀의 악명은 '골프 전설'들의 경험으로 입증된 바 있다. 1975년 우승자인 톰 왓슨은 당시 이 홀에서 단 1개의 파도 건지지 못했다. 또 1968년 당시 장타자로 유명했던 잭 니클라우스는 바람이 강하게 분 최종 라운드에서 핀보다 더 멀리 공을 보낸 유일한 선수였다. 그때 그가 사용한 클럽은 아이언이 아닌 '드라이버'였다.

하지만 올해 대회에서는 선수들이 드라이버를 잡는 모습을 자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워낙 페어웨이가 단단한 탓에 착지한 공이 하염없이 굴러가기 때문이다. 브랜트 스네데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18번홀에서 427야드를 날린 인증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2006년 디오픈에서 '노(No) 드라이버' 전략을 썼던 우즈도 티샷용 드라이빙 아이언을 장만했다.

올해 대회에서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선수는 현재 세계 1위인 더스틴 존슨(미국)을 비롯해 리키 파울러, 조던 스피스, 저스틴 토머스, 로리 매킬로이, 저스틴 로즈 등이다. 올해 마스터스 우승자 패트릭 리드와 US오픈 챔피언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에게도 시즌 메이저 2승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한다.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러셀 녹스(스코틀랜드)와 함께 1·2라운드를 치를 우즈가 과연 어떤 성적표를 받아 들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한국 선수로는 김시우(23), 안병훈(27), 강성훈(31), 박상현(35), 최민철(30) 등이 출전한다.

올해 대회 총상금은 1050만달러, 우승 상금은 189만달러(약 21억3000만원)다. 아마 출전자들은 이 거액의 상금보다 세상 단 하나의 오픈 대회 챔피언 영예를 얻고 싶을 것이다. 디오픈 최악의 코스를 지배하기 위한 골프판 '미션 임파서블'이 이제 곧 개봉한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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