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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세상 단 하나의 `컵`…중원의 지배자도 단 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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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USSIA 2018 ◆

지난 한 달 동안 지구촌을 들썩거리게 만들었던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도 이제 단 2경기만 남았다. 그중에서도 15일 자정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리게 될 프랑스와 크로아티아의 결승전은 포지션을 막론하고 잔디 위 22명 선수가 뜨거운 승부욕을 분출하는 현장이 될 전망이다.

축구도 결국 몸으로 하는 운동인지라 크고 강인한 육체를 가진 선수가 유리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때로는 덩치가 작아도 실력을 갈고 닦아 멋진 플레이를 펼쳐보이는 선수가 있게 마련이다. 프랑스와 크로아티아를 이끄는 에이스 앙투안 그리에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과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는 신장이 각각 175㎝, 172㎝로 축구 선수치고는 작지만 '축구 도사'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에즈만은 지난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19골을 터뜨리는 등 원래 골잡이로 이름을 날린 선수지만 프랑스 대표팀에서는 미드필드 지역으로 내려와 경기를 한다. 공격수답게 빠른 스피드로 넓은 활동 반경을 자랑하는 것은 물론 정확한 왼발 킥 능력까지 갖춰 3골에 어시스트도 2개나 올리며 이번 대회 내내 프랑스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2016에서 준우승에 그친 기억이 있어 그 누구보다 우승이 간절하다.

이에 맞서는 모드리치는 탈압박과 패스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다. 이번 월드컵에서 6경기에 모두 출전하며 출전 시간 604분으로 1위, 활동량도 63㎞로 1위를 차지했다. 마라톤을 뛴 다음 하프 마라톤을 한 번 더 뛴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가냘픈 몸매와 운동선수답지 않게 긴 헤어스타일로 국내 팬들에게 '모언니'라는 별명으로 불리지만 투지 하나만큼은 누구도 부럽지 않은 선수가 바로 모드리치다.

이미 2017~2018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모드리치가 월드컵 우승까지 한다면 지난 10년 동안 발롱도르를 독식해온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의 자리를 위협한다고 해도 놀라울 것이 없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아름다운 축구를 펼쳐도 골이 없으면 우승하기 어렵다. 잘나가는 프랑스에 유일한 고민이 있다면 원톱 올리비에 지루(첼시)의 부진이다. 제공권을 바탕으로 동료들에게 열심히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지만 6경기에서 유효슈팅 한 차례에 불과하니 아쉬울 수밖에 없다.

부진한 지루 대신 골을 넣어줄 수 있는 선수라면 역시 이번 대회 최고의 '히트 상품' 킬리안 음바페(파리생제르맹)다. 지루도 "다이아몬드 원석"이라며 칭송하는 음바페는 1~2년 전만 해도 유소년 선수에 불과했지만 이제 전 세계가 만 19세에 불과한 그의 이름을 안다. 음바페는 이번 대회에서 3골을 터뜨리며 스타덤에 올랐지만 지난 벨기에와 치른 4강전에서는 상대방의 공을 주지 않는 비매너 플레이로 비판을 듣기도 했다. 이제는 절치부심하고 보다 열심히, 정정당당하게 결승전에 나서 속죄포를 쏘아 올릴 시간이다.

10대 선수가 저리 기세를 올리는데 크로아티아의 베테랑 골잡이 마리오 만주키치(유벤투스)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법. 바이에른 뮌헨과 유벤투스 두 팀 소속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라 골을 기록해본 적이 있는 만주키치는 큰 경기에 강한 선수라 그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즐라트코 달리치 크로아티아 감독은 "만주키치는 우리 팀의 영혼"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경기장 밖에서도 소방관들을 위한 기부 사업을 벌이고, 이번 월드컵 때는 고향 축구팬들에게 사비로 맥주를 대접하는 등 인성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으니 만주키치가 골을 터뜨리면 기뻐할 사람이 그만큼 많을 전망이다.

전설적 골키퍼 레프 야신의 나라에서 열리는 월드컵이니 만큼 골키퍼들 역시 '야신상'에 대한 욕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을 만하다. 프랑스를 지켜온 위고 로리스(토트넘 홋스퍼)와 크로아티아 수호신 다니옐 수바시치(AS 모나코) 모두 결승전에서 승리만 한다면 야신상을 받기에 모자람이 없다.

준결승전까지 세이브 11개를 기록하고 있는 로리스는 벌써 국가대표 10년 차에 이르렀다. 뛰어난 반사신경과 큰 키 등 골키퍼에게 요구되는 모든 능력을 고르게 갖췄지만 눈부신 선방을 하기보다 미리 상대방을 예측하고 안정적인 경기를 펼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며 무려 A매치 103경기 동안 개성 강한 프랑스 대표팀 선수들을 한데 묶어온 로리스의 왼팔에 프랑스 주장 완장이 감겨 있는 것도 당연하다.

수바시치는 로리스와 반대로 늦깎이 국가대표가 됐지만 타고난 순발력 하나만큼은 로리스에 비해 모자랄 것이 없다. 그의 장점이 잘 드러나는 상황은 담대한 심장과 빠른 순발력이 요구되는 페널티킥이다. 덴마크와의 16강전, 러시아와의 8강전에서 연속으로 승부차기에 나선 수바시치는 4개나 막아내며 월드컵 승부차기 선방 타이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12년부터 AS 모나코에서 뛰며 음바페 등 프랑스 선수들을 잘 안다는 것도 그의 장점이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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