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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한국 멕시코] ‘작은 불’ 끈 소방수 신태용 ‘큰 불’ 못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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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 이상철 기자] 신태용 감독이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유 중 하나는 ‘소방수’였다. 월드컵 탈락 위기의 불씨를 꺼트렸으나 월드컵 본선 경쟁력을 불씨를 살리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성적 부진으로 경질한 후 지난해 7월 신 감독을 후임으로 임명했다. 소통 능력과 함께 소방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U-20 대표팀(2017 U-20 월드컵)과 U-23 대표팀(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의 대체 감독으로 토너먼트까지 이끌었다.

신 감독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그러나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연거푸 0-0으로 비겼다. 원했던 결과를 쟁취했지만 달라지지 않은 내용에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거스 히딩크 감독 해프닝까지 불거지면서 여론이 두 갈래로 나뉘기까지 했다.
매일경제

신태용 감독. 사진(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옥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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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감독의 계약기간은 1년이 채 안 됐다. 4년 전의 홍명보 감독과 비슷한 전철이었지만, 조금은 달랐다. 최종예선 통과 여부가 그의 손에 달렸으며 아시안컵까지 임기가 보장되지도 않았다.

신 감독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평가전 성적도 딱히 좋지 않았다. 다양한 실험으로 자신만의 축구를 월드컵에서 펼치겠다고 포부를 밝혔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추첨에서는 독일, 멕시코, 스웨덴 등 강호와 F조에 편성됐다. 그리고 김진수를 시작으로 김민재, 염기훈, 이근호, 권창훈이 부상으로 낙마한 것도 악재였다.

그럼에도 강한 자신감을 보였던 신 감독이다. 스웨덴전 올인을 선언하며 통쾌한 반란을 약속했다. F조 최하위라는 평가를 뒤집겠다는 각오였다.

꽁꽁 숨기면서 비기를 연마했지만 결과적으로 통하지 않았다. 스웨덴의 안데르손 감독, 멕시코의 오소리오 감독과 지략 대결에서도 사실상 완패였다. 트릭 장치를 뒀지만 상대는 한국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이번에도 한계에 부딪혔다. 4년마다 되풀이 되는 그림이다.

박지성 SBS 해설위원은 “신 감독이 그 동안 단기간 내 팀을 맡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짧은 기간 내 국가대표팀을 맡아 관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부상자까지 많아 준비했던 전술을 쓰지 못했다. 새 전술을 생각해야 했으나 시간이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신 감독은 소방수가 되지 못했다. 대표팀 감독으로 참가한 국제대회에서 조별리그도 통과하지 못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쓰디쓴 실패다. 올림픽, U-20 월드컵보다 더 큰 실패다. 세계의 높은 벽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온전히 감독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으나 ‘현상’에 대한 책임을 가장 크게 져야 하는 이는 감독이다. 승승장구했던 신 감독의 지도력에도 타격을 입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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