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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현장인터뷰] 대기록 세운 박용택 “LG 우승할 때까진 은퇴생각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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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안준철 기자] “은퇴요? 우승할 때까진 전혀 없습니다.”

대기록을 세운 LG트윈스 박용택(39)의 표정은 환하면서도 홀가분했다.

박용택은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2018 KBO리그 팀간 11차전 3번 지명타자로 나가 6타수 4안타 3득점 2타점을 기록했다. 이날 4안타로 자신의 통산 안타는 2321개가 됐다. KBO리그 통산 최다안타신기록을 세웠고, 이제 그 기록을 늘려가고 있다.

박용택의 신기록은 4회말에 나왔다. 1회말 2루타로 양준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보유한 2318개, 타이기록을 세웠던 박용택은 5-7로 뒤진 4회말 1사 1,2루에서 롯데 두 번째 투수 고효준의 123km 커브를 받아쳐 우익수 오른쪽으로 떨어지는 2루타로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동점을 만드는 천금같은 적시 2루타였고, 2319번째 안타로 신기록이 달성됐다. 이후 박용택은 2루타와 안타1개를 더쳐 2321개로 신기록을 늘렸다. 박용택의 대기록 달성과 함께 LG는 롯데를 18-8로 크게 이겼다.

매일경제

23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2018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LG 박용택이 양준혁(2318 안타)의 최다안타 기록을 뛰어넘는 신기록을 달성했다. 박용택은 4회말 1사에서 2타점 동점 2루타를 쳐 2319 안타로 신기록을 수립했다. 박용택이 야구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2002년 고려대를 졸업하고 LG에 입단(1998 고교생 우선지명)한 박용택은 그해 4월 16일 인천 SK전에서 2루타로 커리어 첫 안타를 신고했다. 이후 2009년 9월 10일 대구 삼성전에서 1000안타, 2016년 8월 11일 잠실 NC전에서 KBO 통산 6번째로 2000안타를 달성했다. 이는 1993년부터 2010년까지 18시즌에 걸쳐 기록을 작성한 양준혁 위원보다 한 시즌 빠른 17시즌 만이다.

그만큼 박용택은 꾸준함의 상징이었다. 박용택은 부상으로 주춤했던 2008년(86개)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15시즌에 걸쳐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했다. 특히 2012년부터 2017년까지는 6년 연속 150안타를 쳤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연속 3할 타율도 기록했다.

다음은 박용택과 일문일답

-신기록 소감은?

“사실 '기록이 나오는 날 이겨야 하는데'라고 걱정했다. 초반에 어려웠지만 후배들이 멋진 경기 해줬다.”

-후배들 덕이라고 하지만 7-7 동점되는 2타점짜리 적시 2루타를 치고 신기록을 세웠다.

“만약 상황이 찬스가 아니었다면 신경이 더 쓰였을 것이다. 내가 타석에 들어갔을 때가 2점차로 따라붙고, 또 1사 1,2루 찬스여서 타석에서 오히려 집중할 수 있었던 게 좋은 결과로 나왔다. 2안타를 더 친 건, 기록을 깬 뒤 마음이 홀가분해진 것도 크다.”

-가장 기억나는 안타는?

“첫 안타(2002년 4월 16일 인천 문학 SK전, 상대 투수 에르난데스)다. 그 때도 2루타였다.”

-양준혁 위원과 무슨 얘기를 나눴나?

“양준혁 선배님한테 감사하다고 했다.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에 가장 선배님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23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2018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LG 박용택이 양준혁(2318 안타)의 최다안타 기록을 뛰어넘는 신기록을 달성했다. 박용택은 4회말 1사에서 2타점 동점 2루타를 쳐 2319 안타로 신기록을 수립했다. 박용택이 기존 기록 보유자인 양준혁 해설위원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이제 3000안타가 남았다.

“처음에 말했을 때 다들 농담으로 들으신 것 같다. 물론 저는 진지하게 말했다. 목표를 향해 가야된다. 나이에 대한 것들이나 야구를 10년 이상 하면 권태가 올때도 있다는 선배들 얘기도 많이 들었다. 그런 것 또한 목표를 가지고 하면 덜하지 않을까 싶다.”

-기록을 세우고 2루에 들어갈 때 들던 생각은?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동점됐다. 그리고 이길 수 있겠다’였다. 그리고 투수가 교체되면서 고마웠던 한 분 한 분이 생각이 났다.”

-누구였나?

“오늘 부모님, 그리고 장모님도 오셨다. 와이프와 딸도 왔다. 원래 가족들이 잘 안오는데, 좋은 모습 보여줘서 기분 좋다. 또 김용달 코치님이 생각났다. 불과 서른살쯤인가 이 기록을 깰 것이라고 야구계에서 나 말고 생각한 사람 없을 것이다. 그 때 김용달 코치님을 만났다. 많은 걸 지도해주셨다. 요즘에도 계속 통화 하고 뵙기도 하고, 단 한명 스승을 꼽으라면 김용달 코치님이다. 아, 꼭 말해야 할 사람이 있다. 서인석 전력분석원을 생각하면 울컥한다. 너무 고마운 동생이다. 배팅볼을 던져주면서 많은 도움을 줬다. 허리디스크로 병원 다녀온 날에도, 쉬는 날에도 자기 친구까지 다 데려와서 배팅볼을 던져준 친구다.”

-이제 70년대상 타자가 박한이(삼성)와 박용택 둘 뿐이다.

“예전보다 (박)한이 형이 더 잘했으면 좋겠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근 한이 형 말고도 고참급 선수들하고도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한다. 다들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했으면, 서로서로 응원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자신의 기록을 깨줬으면 하는 후배는?

“솔직히 없다. (바로 누가 깰 것 같냐는 질문에) 사실, 양준혁 선배님도 대기록을 세웠을 때 내가 깰 것이라고 생각하시진 않았을 듯 싶다(웃음).”

-안타를 가장 많이 친 타격의 장인이다. 타격에 대한 철학은 무엇인가?

“타격은 답이 없다. 정의를 내릴 수 없다. 그래서 어렵다. 타격은 수단과 방법을 써도 40%이상 나올 수 없다. 나는 타격의 기본기나 기술에 대해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한다. 입단 했을때만 해도 지금 기술이 말도 안 되는 것들이었다. 그만큼 야구가 자주 변한다. 양준혁 선배님도 말씀하셨지만, 롱런하려면 변화에 빨리 빨리 대응. 그게 중요하다. 시대의 변화, 야구 흐름의 변화, 몸 상태의 변화에 따라 롱런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떨어지는 신체 능력을 메우는 방법은 기술과 경험밖에 없다. 그 정도가 맞는 표현이다. 저도 계속 발전하고 싶지만. 신체적인 능력이 떨어지지 않나 싶다. 타격은 스피드나 파워가 떨어질 수 있지만, 나머지는 축적해왔던 경험들, 경험한 기술들, 내가 아는 상식들로 메울 수 있을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하고 있다.”

-은퇴 생각은 정말 없나?

“전혀 없다. 우승할 때까지는. 단장님 바지라도 잡고 LG유니폼을 입어야 한다고 빌 것이다. 신인이던 2002년 한국시리즈가 처음이자 아직까지는 유일한 경험이다. 나도 이렇데 오랫동안 LG 유니폼을 입고 우승을 못할진 몰랐다.”

-우승 말고 또 다른 목표는? 양준혁 위원은 45세까지 현역이 가능하다고 보던데.

“45세때면 은퇴를 생각해야겠죠. 만약 우승을 하고, 3000안타까지 치면 그때쯤이면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 같네요(웃음).”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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