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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US오픈 45위 선수가 공동선두로...태양이 뜨자 뒤집어진 리더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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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타 차 선두로 출발한 더스틴 존슨은 전반에만 6타를 잃었다. [AP/Seth Wen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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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컷을 통과해 아침 일찍 경기를 시작한 대니얼 버거(미국)는 무빙데이인 3라운드 최선을 다해 점수를 줄여보자 다짐했다. 그러나 선두와 11타 차인 7오버파 공동 45위에서 시작한 자신이 공동 선두가 될지는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1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시 인근 시네콕힐스 골프클럽에서 벌어진 US오픈 3라운드에서 리더보드가 뒤집혔다. 7오버파로 경기를 시작한 대니얼 버거와 토니 피나우는 나란히 4타를 줄여 3오버파가 됐다. 선두권 선수들이 집단으로 무너지는 통에 더스틴 존슨, 브룩스 켑카와 함께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워낙 어려운 코스인데다 핀 위치도 얄궂었지만 오전에는 그린이 비교적 부드럽고 바람도 심하지 않았다.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이 점수를 줄일 여지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높이 떠오른 태양이 롱아일랜드를 후끈 달궜다. 뜨거워진 육지의 공기는 하늘로 올라가고 그 공백을 인근 바다 위 찬 공기가 채웠다.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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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키 파울러는 3라운드에서 14오버파 84타를 쳤다. [Andrew Redington/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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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경기를 한 선수들은 칼 끝 위에서 경기하는 듯 했다. 시네콕힐스는 삼면이 바다라 어느 쪽에서 바람이 부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게다가 핀 위치가 어렵고 그린이 딱딱해져 공을 높이 띄워 스핀을 정확히 주지 못하면, 또 정확한 위치에 떨어뜨리지 못하면 공을 세우기 어려웠다. 공은 조금만 짧으면 굴러 내려오고 조금만 강하면 굴러 넘어갔다.

선수들은 그린 위에서도 바들바들 떨었다. 강한 바람에 그린은 바짝바짝 말라 습기가 사라지면서 속도가 빨라졌다. 게다가 이 코스의 그린엔 오후가 되면 울퉁불퉁해지는 포아애뉴아가 섞여 있다. 짧은 퍼트를 할 때 더욱 더 힘겨워했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너무 어려워 때론 이성을 잃었다. 필 미켈슨은 13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가고 다음 샷은 반대쪽으로 넘어가 4번 만에 그린에 올라갔다. 여기서 친 보기퍼트가 홀을 지나 그린 밖으로 굴러 내려가려 하자 쫓아가서 움직이는 공을 쳤다.

명백한 룰 위반을 고의로 저지른 것이다. 그는 이 홀에서 8타를 치고 2벌타를 받아 6오버파 10타를 기록했다. 미켈슨은 3라운드 전체론 11오버파를 쳤다. 함께 경기한 앤드류 존스턴은 12오버파였다. 그가 최악이 아니었다. 마스터스 준우승자인 리키 파울러는 14오버파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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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프를 걷고 있는 필 미켈슨. [AP/Carolyn K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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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려운 US오픈에서 참사가 나는 일은 잦지만 컷을 통해 엄선된, 또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이 경기한 3라운드에서 이런 일은 흔치 않다. 오후 늦게 경기한 선두권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언더파를 친 선수는 한명도 없었다. 2오버파를 친 브룩스 켑카가 최고였다.

4타 차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더스틴 존슨은 초반 샷이 흔들렸는데 코스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았다. 2번 홀 더블보기를 시작으로 8개 홀에서 6타를 앗아갔다. 존슨은 후반 들어서는 샷을 회복했으나 마지막 홀에서 3퍼트를 하면서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이날 7오버파를 쳤다.

저스틴 로즈가 4오버파 5위, 헨릭 스텐손이 5오버파 6위다. 패트릭 리드, 짐퓨릭 등이 7오버파 공동 7위다.

잭 존슨은 “코스가 너무 어렵다. 변별력을 높이는 건 좋지만 적정한 선을 넘었다”고 비난했다. 헨릭 스텐손은 “전력을 다했지만 코스가 어렵고 핀 포지션도 힘들었다. 이 정도(4오버파 74타)면 최선의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오전과 오후는 완전히 다른 골프코스에서 경기하는 듯했다. 언더파를 친 선수는 3명인데 모두 아침 일찍 시작한 선수들이었다. 그 중 두 명이 공동선두가 됐다. 8오버파 최하위에서 경기를 시작한 키라덱 아피반랏은 2타를 줄였는데 우승 가시권인 공동 7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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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훈은 이날 11오버파를 쳤다. [AP/Julio Cort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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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안병훈도 11타를 잃어 18오버파 공동 66위로 밀렸다.

뉴욕=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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