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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러시아월드컵] 측면서 돌파구 찾고 장신조커가 마무리···우리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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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전서 러, 사우디에 5대0 대승

점유율·패스성공률 뒤졌지만 압도

최근 부진 싸늘했던 여론 뒤집어

사우디는 수비진 공돌리다 와르르

대한민국대표팀 반면교사 삼아야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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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월드컵 개막전’. 영국 가디언은 15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개최국 러시아의 2018러시아월드컵 개막전을 이렇게 표현했다. 종료 휘슬이 울린 지 하루가 지났지만 여운이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개막 전만 해도 1승도 어려울지 모른다는 비관에 익숙했던 러시아 축구팬들은 꿈같은 지금의 현실을 만끽하고 있다.

본선 32개 참가국 중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꼴찌(70위)인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67위)를 5대0으로 완파했다. 러시아 국민은 1986멕시코월드컵에서 첫판에 헝가리를 6대0으로 눌렀던 구소련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16강 희망을 품고 있다. 경기 후 기자회견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축하전화까지 받은 스타니슬라프 체르체소프 감독은 “상대를 방심시키려 지금까지 모두를 속여온 것이냐”는 농담 섞인 취재진의 질문을 받기도 했다.

며칠 뒤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도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한국 축구에는 최고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오는 18일 오후9시 스웨덴과 F조 첫 경기를 치르는 대표팀은 15일 훈련도 비공개로 진행했다. 최근 평가전에서 꺼내 든 의외의 공격조합에 ‘트릭(속임수)’이라는 표현을 쓰는 등 스웨덴전 준비상황을 최대한 숨기며 ‘정보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의 예상 밖 대승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표팀 소집 후 평가전에서 1승1무2패로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신태용호처럼 러시아도 최근 A매치 7경기 무승으로 월드컵을 맞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러시아는 기대 이상으로 강했다.

초반에 잠깐 밀리는 듯하던 러시아는 측면을 이용한 빠른 역습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전반 중반 핵심 미드필더 알란 자고예프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위기를 맞았으나 그를 대신해 들어간 데니스 체리셰프가 2골을 넣었다. 후반에 투입된 아르툠 주바가 1골을 보태는 등 교체선수 2명이 3골을 몰아치며 슈퍼서브 역할을 했다.

눈여겨볼 기록은 볼 점유율(40대60)과 패스성공률(78%대86%)이다. 러시아는 둘 다 열세였는데도 경기를 압도했다. 사우디는 주로 수비 진영에서 패스를 주고받았다. 그래서 점유율과 패스 기록은 앞선다. 반면 러시아는 시종 전방으로의 패스에 몰두했다. 뒤에서 볼을 돌리다 실수가 쌓여 릴레이 실점한 사우디와 달리 러시아는 용감한 공격작업으로 대량득점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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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활용법도 눈에 띈다. 주바는 후반 중반 들어간 뒤 1분 만에 헤딩골을 터뜨렸다. 196㎝로 한국 대표팀 조커 김신욱(전북)과 키가 거의 같다. 김신욱이 들어오면 동료들은 그의 머리를 겨냥한다. 당연한 작전이다. 그러나 최근 평가전에서 한국 선수들은 측면 깊숙이 들어가 긴 크로스를 올리는 데만 집중했다. 패턴이 단조롭다 보니 자주 막혔고 길게 정확하게 차려니 킥 실수가 잦았다. 이날 러시아는 달랐다. 수비 전열이 흐트러진 틈을 매섭게 노린 짧은 대각선 크로스가 헤딩골로 연결됐다. 결국 답은 ‘타이밍’에 있다.

이 경기 히어로는 1골 2도움의 알렉산드르 골로빈(CSKA모스크바)이었다. 왕성한 활동량과 넓은 시야, 오차 없는 패스에 마지막에는 프리킥 골로 화룡점정에 이르렀다. 한국에서는 이재성(전북)이나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골로빈 같은 역할을 해줘야 한다.

사우디는 무기력했다. 후안 안토니오 피치(아르헨티나) 사우디 감독은 한국의 ‘소방수’ 신태용 감독보다 거의 5개월이나 늦은 지난해 11월에 부임했다. 12년 만에 월드컵 무대를 다시 밟은 사우디는 수비 조직력에서 큰 구멍을 노출했다. 위험공간에 숫자는 많았지만 유기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상대가 페널티박스로 들어올 때 수비 3명이 다 같이 뒷걸음질친다거나 뒤에서 달려 들어오는 상대 선수를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1차원적인 수비에 급급했다. 가뜩이나 체격에서 크게 밀리는 사우디는 수비에서 손발이 안 맞자 안쓰러울 정도로 빠르게 무너졌다. 스웨덴도 우리에 비해 체격이 월등히 크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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