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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SW 레오강 이슈①] 파워 프로그램의 완벽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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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스포츠월드=레오강(오스트리아) 권영준 기자] “파워 프로그램이요? 체력 강화요? 아닙니다. ‘컨디셔닝 프로그램’이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완벽한 오해였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3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에 입성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인근 인스브루크 티볼리 스타디움에서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을 치렀다.

분위기가 안 좋다. 각종 논란이 긁어 부스럼이다. 있지도 않은 손흥민(토트넘)과 정우영(빗셀 고베)의 불화설이 일어났다. 중계방송 화면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논란을 일으켰고, 이를 두고 현장에 있지도 않은 매체가 사실 확인도 없이 보도했다.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파워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도 일어났다. 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두고 체력을 강화한다는 사실이 과연 올바른 행보인가에 대해 옳고 그름, 시시비비가 일어났다. 심지어 선수들을 혹사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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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무엇이었을까.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파워 프로그램이라는 단어가 어디서 시작된 지 모르겠다”며 “현재 대표팀이 하는 훈련은 파워 프로그램이 아니라 컨디셔닝 프로그램”이라고 바로잡았다.

김 기술위원장은 “파워 프로그램은 단시간에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계가 있다. 최초 근력 운동을 시작으로 다음은 근지구력, 그다음은 심폐지구력 운동을 한다. 심폐지구력 운동이 끝나면 그다음부터 스피드, 유연성 운동을 한다. 이 모든 단계가 끝나야 파워 프로그램”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표팀 훈련을 자세히 살펴봐라. 셔틀런을 하고, 몸싸움 훈련을 한다. 짧고 강하게 근육을 쥐어짜는 훈련이다. 일반적으로 체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장거리 러닝부터 시작한다”고 부연설명을 했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이 밝힌 컨디셔닝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김 위원장은 “쉽게 설명하면 몸을 가볍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한 번에 강하고 짧게 몸을 쥐어짜고, 그다음 휴식을 취하면 몸이 가벼워진다. 이것을 3~4차례 반복하면 계속 호흡은 물론 근육까지 모두 가벼워진다”며 “몸을 가볍게 만들어 몸 상태를 최고조에 이르게 만드는 것이 컨디셔닝 프로그램”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대표팀은 왜 컨디셔닝 프로그램을 진행할까. 김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대표팀은 유럽에서 시즌을 마치고 온 선수, K리그 포함 동아시아 리그에서 시즌 도중에 온 선수 등 몸 상태가 모두 제각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체력 훈련을 단행하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 체력을 일정 수준에 맞추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국내 소집 훈련에서 진행한 것이 바로 선수단 체력 평균화였다. 이미 국내 소집 당시부터 전지훈련 간 컨디셔닝 프로그램은 예정돼 있었다.

이날 코치진 간담회에서 이재홍 피지컬 코치 역시 “왜 파워 프로그램이라는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훈련은 파워 프로그램이 아니다”라며 “갑자기 시작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국내 소집 훈련부터 계획을 세워놓고 진행하고 있는 훈련”이라고 김 위원장의 설명을 보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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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대로 잘 진행할 수 있었던 훈련 프로그램이 틀어진 것은 핵심 자원의 부상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애초 신 감독은 국내 소집 훈련부터 23인 체제로 가겠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김민재 김진수(이상 전북) 권창훈(디종) 등 대표팀 베스트 11으로 구상했던 3명의 선수가 동시에 부상을 당했다. 모든 계획이 틀어졌고, 이 상황에서 이들을 대체할 선수를 뽑아야 했다”며 “단순히 잘하는 선수를 뽑는 게 아니라 신태용 감독의 전술하에 가장 적합한 선수를 뽑아야 했다. 그냥 보이는 대로 선발한 것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확인을 해야 했고, 28인 명단을 발표하면서 체력 평균화 작업까지 어려움을 겪은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체력 훈련을 하는 것은 무리이다. 신태용 감독도 그렇게 판단했다. 이에 체력 평균화 작업을 거친 후 컨디셔닝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이미 국내 소집 훈련부터 이를 고려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대표팀은 9일(현지시간) 레오강 스테인베르크 스타디온에서 2차 컨디셔닝 훈련에 돌입한다. 김 위원장은 “3차례 컨디셔닝 프로그램의 최종 종착역은 스웨덴전이다. 스웨덴전에서 선수단의 몸 상태를 가장 가볍게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볼리비아전, 세네갈전을 위해 이 컨디셔닝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밖에서 거센 논란이 일어나고 있지만, 신태용 감독 입장에서는 현재 프로그램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 그 속이 얼마나 타들어가겠나”라고 전했다.

애초 대표팀의 파워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파워 프로그램을 두고 독이 된다며 논란을 일으켰고, 신태용 감독의 계획을 조롱했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를 앞두고 간절하게 준비하는 대표팀을 향해 잘못된 정보로 비난하는 것은 과연 올바른 일일까.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늘도 달린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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