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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아빠된 이태희, 5타차 뒤집고 제네시스 챔피언십 역전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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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동료들로부터우승 축하 물세례를 받는 이태희.


[인천=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14번홀(파4), 때맞춰 뒷바람이 불어왔다. 선두 이정환에 1타 뒤진 상황에서 이태희(34)는 340야드나 되는 이 홀에서 승부를 걸었다. 거리도 거리지만 페어웨이 중간에 세로로 길게 실개천이 흘러 공격적인 샷을 구사하기에는 매우 위험해 보였다. 그린 바로 옆은 벙커다. 그래서 대부분은 드라이버로 1온을 시도하기 보다는 아이언이나 우드샷으로 잘라가는 홀이다. 하지만 이태희의 드라이버는 거침없이 허공기를 갈랐고, 한번에 그린까지 날아간 공은 핀 7m 거리에서 멈췄다. 비록 이글을 아깝게 놓쳤지만 버디에 성공한 이태희는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올랐다. 더구나 그는 전 홀에서 이정환이 보기를 하면서 이날 처음으로 역전에 성공하며 단독선두로 나섰다.

이태희가 27일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7타를 쳐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로 정상에 올라 대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우승을 차지한 이태희는 상금 3억원과 제네시스 G70 차량을 부상으로 받았고, 10월 제주에서 열리는 PGA투어 더CJ컵과 내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치러지는 제네시스 오픈에 나갈 수 있는 2장의 PGA 투어 출전권도 손에 쥐었다. 2015년 6월 넵스 헤리티지에서 우승한 이태희는 약 3년 만에 투어 통산 2승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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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가 1번홀 티 그라운드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선두에 무려 5타차 뒤진 공동 5위로 최종라운드를 출발한 이태희가 역전 우승을 하리라고는 본인은 물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전반 9개홀에서 1타만 줄이는데 그쳤을 때만해도 우승은 언감생심처럼 보였다. 하지만 후반들어 이태희의 샷은 무섭게 달아올랐다. 경쟁자들이 주춤하거나 후퇴하는 사이 홀로 빛났다. 그는 10번홀 버디에 이어 13, 14번홀 연속버디로 순식간에 1타차 단독선두로 나섰다. 이태희가 4타를 줄이는 사이 선두였던 이정환은 2타를 잃고 휘청댔다. 본격적인 승부는 이제부터였다. 15번홀(파5)에서 이태희는 티샷이 왼쪽으로 말리는 바람에 이날 처음 보기를 기록했고 뒤따라오던 이정환이 같은 홀에서 버디를 하면서 승부는 다시 뒤집혔다. 다음 16번홀에서는 이정환이 보기를 하면서 승부는 원점이 됐다. 이제 마지막 남은 2개홀, 긴박한 그 순간 이태희는 생애 최고의 승부를 펼쳤다. 17번홀(파3)에서 핀 3m 거리에 공을 붙인 뒤 침착하게 홀컵에 떨궈 1타를 줄였고, 18번홀(파5)에서 다시 2.5m 버디를 성공시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정환은 2개홀에서 더는 타수를 줄이지 못해 2타 뒤진 준우승에 만족했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이태희는 주먹을 불끈 쥐었고 곧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 짧은 순간 순탄치 않았던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흘러갔으리라.

2006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투어 13년 차지만 이태희는 지금까지 시즌 상금이 3억원을 넘긴 적이 없었다. 2015년 KPGA 대상을 받았을때도 2억4200만원으로 당시 상금 순위는 5위였다. 그러나 이번 대회 우승으로 한 번에 상금 3억원을 보태며 이번 시즌 상금 3억3138만원을 기록, 단숨에 상금 1위로 뛰어올랐다. 18번홀에서 부모님과 함께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린 이태희는 “부모님과 여동생, 사랑하는 와이프, 장인어른과 장모님, 후원사 최윤 회장님께 감사드린다”면서 “특히 태어난 지 100일 된 아들 서진이에게 고맙다. 아들의 해맑은 얼굴을 보고 있으면 불가능한 일이 없을 것 같다. 오늘 데려오지 못했지만 너무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다 잡았던 우승컵을 놓친 이정환이 5언더파 283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고 김성용(42)이 3언더파 285타로 3위, 김형성(38)과 정한밀(27)은 나란히 2언더파 286타로 공동 4위에 올랐다. 한편 이날 대회장에는 2만 215명의 구름 갤리들이 경기장을 찾아 멋진 승부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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