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경기 후반 교체투입, 다음 경기 묵직한 힌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LG 류중일 감독. 2018. 5. 23 잠실|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아무리 점수차가 많이 나고 승부의 추가 한 쪽으로 기울었어도 그냥 버리는 이닝은 없다. 이미 승기를 잡았어도 내일도 승기를 잡는 운영을 한다. 때문에 경기 후반 교체 투입이 다음 경기 전략이나 라인업을 예고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미 백기를 들고 체력 안배를 위해 주축 선수들을 교체해도 다음 경기 승리를 그린다. 매일 승리할 수 없지만 매일 패해서도 안 되는 페넌트레이스의 특징을 파악하고 27인 엔트리를 폭넓게 활용해야 144경기 마라톤을 성공적으로 완주할 수 있다.

지난 23일 LG 류중일 감독이 그랬다. 류 감독은 당일 잠실 NC전 6회말 11-2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유강남 대신 정상호를 타석에 올렸다. 그리고 정상호는 7회부터 9회까지 3이닝 수비를 맡았다.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기 때문에 주전 포수 유강남의 체력 안배를 위한 교체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정상호의 교체투입에는 한 가지 수가 더 있다. 다음날인 24일 헨리 소사가 선발 등판하고 소사는 올시즌 대부분의 경기서 정상호와 호흡을 맞췄다. 류 감독은 유강남의 체력을 아끼는 것은 물론 정상호가 하루 먼저 경기를 소화해 감각을 끌어올리기 용이하도록 이러한 운용을 했다.

스포츠서울

2018 프로야구 KBO리그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2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선발투수 소사가 경기 후 포수 정상호와 포옹을 하고 있다. 2018. 5. 24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실제로 류 감독은 24일 잠실 NC전을 앞두고 “포수가 한 번이라도 더 타자를 가까이서 보는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크다. 상호가 다음날 선발 출장하니까 NC 타자들을 먼저 보면 다음날 상대하기가 한결 쉽다고 생각해서 상호에게 경기 후반을 맡겼다”고 설명했다. 류 감독의 운용은 적중했다. 24일 정상호는 절묘한 리드로 헨리 소사의 완봉승을 도왔다. 소사의 컨디션이 워낙 좋았지만 정상호도 소사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살리는 볼배합을 했다. 전날 3이닝을 소화하며 NC 타자들의 타이밍과 스윙궤적 등을 숙지한 효과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포수에 국한된 운용은 아니다. 플래툰을 실행할 경우 다음날 선발출장하는 타자가 경기 후반 한 두 타석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상대팀이 오늘은 좌완 선발투수, 내일은 우완 선발투수를 등판시키면 오늘 선발출장하지 못한 좌타자가 경기 후반에 불펜진이 가동되면 바로 교체출장한다. 그리고 이 좌타자는 다음날 우완 선발투수를 상대로 타석에서 쌓은 감각을 유지한 채 선발 출장한다. 한 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경기라도 무의미한 교체는 없다.

투수교체도 그렇다. 지난 26일 류 감독은 9회말 5-0으로 앞선 상황에서 마무리투수 정찬헌을 등판시켰다. 세이브가 올라가는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류 감독은 경기 감각 유지를 위해 정찬헌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날 경기 전까지 정찬헌의 최근 등판은 지난 20일 잠실 한화전이었다. 이날도 나오지 않으면 6일 동안 실전을 치르지 못한다. 27일 경기 세이브 상황에 등판시킬 경우 정상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해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구원투수들은 보통 일주일 2회 이상 실전 등판해야 투구 감각이 유지된다고 말한다.

결국 한 경기만 단면적으로 봐서는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의중을 파악할 수 없다. 야구는 일 년 동안 거의 매일 경기를 치르면서 50번 넘게 승리하고 패배하는 종목이다. 넓고 깊게 보는 사령탑이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