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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눈물 흘려도 행복한 '울보' 한민수 "동생들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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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7일 오후 강릉하키센터에서 진행된 2018 평창 겨울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동메달 결정전에서 대한민국이 이탈리아에 1:0으로 승리했다. 경기후 한민수 선수가 환호하고 있다. 강릉=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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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또 울었네요. 울보..."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대표팀 주장 한민수(47)의 별명은 '울보'다.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에 출전해 여러 차례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이 있었다. 그는 "마지막 경기가 끝나면 원없이 울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 약속은 지켜졌다. 17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장애인아이스하키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이 이탈리아를 1-0으로 꺾고 사상 첫 패럴림픽 동메달을 따면서다. 경기가 끝나자 후배 선수들과 부둥켜 안은 그는 경기장 한가운데에서 태극기를 펼쳐넣고 애국가를 부르다가 참았던 눈물을 펑펑 흘렸다. 경기 후 그는 "동생들이 감격해서 울었다. 내가 맏형이니까 나까지 울면 안 된단 생각이었는데, 또 울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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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회식에서 한민수가 성화를 봉송하고 있다. 평창=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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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수는 이번 겨울패럴림픽 개회식부터 화제를 모았다. 등에 성화를 메고 손을 로프를 잡고 벽을 오른 뒤, 최종점화자에게 성화봉을 인계하는 모습으로 많은 이의 가슴에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두 살 때부터 다리가 불편했고, 서른 살 때 무릎 골수염이 심해 아예 다리를 절단했던 그는 2000년부터 아이스하키를 시작했다. 2010년 밴쿠버 대회와 2014년 소치 대회 등 앞서 두 차례 패럴림픽에 출전했던 한민수는 한국 장애인아이스하키의 전설로 통한다. 정승환(32)은 "우리 장애인 아이스하키를 위해 헌신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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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아이스하키 동메달결정전, 대한민국 대 이탈리아의 경기에서 한국 장동신이 골을 넣자 선수들이 달려와 포옹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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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수는 "이런 꿈같은 상황이 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2006년 강원도청 팀이 처음 창단한 뒤로 조금씩 하키를 알아갔다. 2010년에 처음 패럴림픽에 나서서 금메달을 꿈꿨다. 확실히 한 만큼 성적이 나오더라. 이제 메달을 따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메달의 의미에 대해 "금메달을 따기 위한 하나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골도 넣어본 사람이 넣고,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 것이다. 동메달 맛을 봤으니까 좀 더 높은 목표를 세워서 다음 동생들이 꼭 금메달을 따는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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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강원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아이스하키 동메달결정전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승리한 대한민국 팀 선수들이 애국가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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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수는 이번 동메달결정전이 선수 생활로 마지막 경기였다. 그는 "동생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동메달을 땄다. 박수칠 때 떠나라고, 편하게 떠날 수 있게 됐다. 동생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지도자 준비를 하고 있다. 끝은 또다른 시작이다. 차근차근 잘 준비하겠다. 장애인 선수 출신의 첫 지도자가 돼서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가 발전하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강릉=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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