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4 (토)

평창 대성공의 주역은 1020 자원봉사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되돌아본 평창올림픽 ①

중앙일보

평창올림픽 폐회식에서 공연하는 자원봉사자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마쳤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이번 올림픽에 대해 “이전의 그 어느 대회보다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평창 올림픽 문제는 문제가 없다는 것(The problem with PyeongChang is...there aren‘t any problem)”이라는 외신(캐나다 토론토 스타) 보도에서 보듯, 대회는 전반적인 면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입장권이 판매 목표(106만8000장)를 돌파하면서 우려했던 흥행에도 성공했다. 강추위·노로 바이러스 등 돌발변수도 적절한 대처로 피해를 최소화했다. 조심스럽지만 흑자 대회를 예상한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평창에서의 인상적인 기억은 온종일 말해도 부족하다”고 극찬했다.

이런 호평의 배경에는 1만6000여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이 있다. 자원봉사자의 80% 이상이 1020세대다. 외국 취재진과 선수단, 관광객은 이들의 미소와 친절을 대회 성공의 첫 번째 요인으로 꼽는다. 바흐 위원장은 폐회식에서 “자원봉사자 여러분 헌신에 감사합니다”라고 한국말로 고마움을 전했다.

외신 “평창, 문제 없는 게 문제” 찬사

중앙일보

폐회식에서 셀카를 찍는 자원봉사자와 선수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평창올림픽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던 김도균 경희대 교수(스포츠마케팅)는 ‘세대 화합’을 자원봉사의 성공 키워드로 꼽았다. 김 교수는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 구성을 보면, 주축인 1020세대는 물론이고, 1988년 서울올림픽 자원봉사 경험이 있는 5060세대도 많이 참여했다. 젊음(1020세대)과 경험(5060세대)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자원봉사의 질적 수준이 높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1020세대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희생을 감수했던 예전과 달리, 올림피언으로서 세계인의 축제를 함께 즐겼다”며 “대회가 진행되면서 자원봉사자들 표정은 더 밝아졌고, (그런 분위기가) 선수나 관람객에게 그대로 전달됐다”고 덧붙였다.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 취재팀 편집장을 맡은 유상건 상명대 교수(스포츠정보기술융합학)는 “교통난·추위 등 불편이 있었음에도 자원봉사자들은 임무를 충실히 해냈다. 새벽 6시 평창 올림픽플라자를 지나는데, 혹한 속에서도 여학생 2명이 손을 호호 불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1020세대는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무색했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젊은이들의 저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그는 이어 “한 자원봉사자가 개회식을 보며 ‘우리나라가 변방이 아닌 세계의 중심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고 했는데, 외국어도 잘하고 자신감도 넘치는 젊은 세대가 올림픽 성공의 주역”이라고 말했다.

남북 단일팀, 화해·평화 무드 조성

중앙일보

감동을 선사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오종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평창올림픽은 ‘평화 올림픽’으로도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개막 직전 북한 선수 46명이 IOC로부터 와일드카드(특별출전권)를 받으면서 극적으로 참가하게 됐다. 국제대회에서 11년 만에 남북 공동입장이 성사된 개회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5전 전패로 대회를 마쳤지만, 감동을 전하기에는 충분했다.

류태호 고려대 교수(체육교육학)는 “우여곡절 끝에 단일팀이 탄생했지만, 남·북한 선수들이 서로 격려하고 웃음 짓고 함께 뛰면서, 그 상징성을 국민에게 제대로 보여줬다”며 “단순히 만나기만 한다고 통일이 이뤄지지 않는 것처럼, 갑작스럽게 이뤄진 단일팀이 당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상징이 실질로 이어지려면 더 많은 만남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개회식에서 악수를 하는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여정 북한노동당 제1부부장.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진경 가톨릭관동대 교수(스포츠사회학)는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게 올림픽 붐을 일으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남북 단일팀과 북한 응원단 역시 관심을 끌 만했다”며 “평화 올림픽이 이번 대회의 유산(legacy)으로 자리 잡으려면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어렵게 조성된 남북 화해 무드가 다시 깨진다면, 정쟁과 세대 갈등, 이에 따른 사회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림픽 개막 전부터, 또 대회 내내 불공정·갑질·차별 등과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바로 평창올림픽이 한국 사회에 던진 과제이기도 하다. 남북 단일팀 구성 과정에서 선수들 목소리를 외면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불공정’ 논란이 일었다. 개막 직전에는 자원봉사자 홀대 논란이 불거져 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불공정·갑질 논란, 사회 성숙 증거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딴 윤성빈을 축하한다며 IOC의 초청 게스트(Distinguished Guest Pass)로 피니시 박스에 들어갔다가 비난을 받았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애덤 팽길리(영국) IOC 선수위원 등은 자원봉사자에 대한 ‘갑질’ 논란을 불러왔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선수들은 ‘왕따·특혜’ 논란으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다. 김석호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사람들이 리더를 바라보는 눈높이와 요구하는 기준이 달라졌는데, 리더나 기성세대의 시민성은 그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김정효 체육철학 박사(영국 카디프 메트로폴리탄대 방문교수)는 “올림픽에서 본 것처럼, 사회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단일팀 문제만 해도 절차적 정당성의 부재가 논란을 불러온다. 아무리 결과나 명분이 좋아도 과정이 정당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낀다. 다른 일련의 문제도 그 연장선 위에 있다”며 “어른의 잘못을 젊은 세대가 지적한다는 것은 대견한 일이다. 또 문제가 됐을 때 즉각 사과하는 것도 한국 사회가 성숙해졌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유상건 교수는 “우리 사회는 대전환기다. 최근의 미투(#me_too) 운동이나 평창올림픽에서 나왔던 일련의 논란, 그리고 그 수습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다. 과거부터 뿌리 깊이 자리 잡았던 그릇된 인식이나 관습이 대전환기에 들어서면서 노출됐고, 옳은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다”며 “이번 올림픽은 ‘업그레이드 코리아’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햄버거 먹고 싶어요” 달라진 1020

중앙일보

‘갈릭 걸스’ 열풍을 일으키며 은메달을 따낸 여자 컬링대표팀.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은 금메달 5개, 은 8개, 동 4개로 종합 순위 7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은메달을 딴 여자 컬링은 국민적 유행어 ‘영미’를 탄생시켰다. 스켈레톤 윤성빈(금)은 썰매 최초, 스노보드 이상호(은)는 설상 최초의 메달을 땄다. 결과를 보는 국민 시선도 달라졌다. 메달 유무와 관계없이 값진 도전에는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김정효 박사는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딴 임효준은 수상 소감으로 ‘햄버거 한 개를 먹고 싶다’고 했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대답이다. 1020세대 선수한테 올림픽 참가 이유를 들어보면, 국가나 민족 같은 대의보다 개인적 성취가 더 중요하더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명승부를 펼친 이상화와 일본 고다이라 나오가 서로 격려한 장면도 민족주의적 시각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라며 “이제는 올림픽을 국가 간 경쟁이 아닌, 개인 간 경쟁으로 인식하는 모양이다. 이번에 컬링이 대표적인 경우다. 컬링에 온 국민이 열광한 건 ‘도장 깨기’ ‘영미’ ‘안경 선배’ 등 계속 쏟아진 스토리텔링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제 이데올로기적 거대 담론에 피로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진경 교수는 “한국 사회는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동안 취약점을 메워가는 과정을 거쳤고, 이번 평창올림픽을 통해 발전된 문화와 기술을 세계에 알렸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 스포츠의 취약점이었던 겨울스포츠에서도 평창올림픽은 발전의 모멘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릉=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