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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관중석 부모께 큰절… TV카메라에 ‘보고 있나’ 한글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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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후 재치 넘치는 인터뷰

‘3세트 타이브레이크 위기’ 심정 묻자 “2시간 더 뛴다는 생각으로 임해… 조금만 더 응원해 주세요”

동아일보

호주오픈 남자단식 16강전에서 노바크 조코비치에게 승리를 거둔 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어머니 아버지와 형 등 가족들이 있는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하고 있는 정현.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평생 잊지 못할 승리를 거둔 정현(22)은 마이크 앞에서도 여유가 넘쳤다.

정현은 22일 열린 호주오픈 16강전에서 거함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를 꺾은 직후 진행된 생방송 영어 인터뷰에서 유창한 영어 실력과 함께 숨어 있던 끼와 재치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중계 진행자로 나선 테니스 전 세계 랭킹 1위 짐 쿠리어(미국)의 질문에 답하며 입담을 과시했다.

2년 전 이 대회에서 조코비치에게 0-3으로 완패를 당한 뒤 이번엔 3-0으로 이긴 데 대해 정현은 “이길 줄 몰랐다. 다시 경기하게 돼 영광이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조코비치처럼 유연하게 코너 구석구석을 찌르는 샷을 구사했다는 칭찬을 듣자 그는 “조코비치는 어릴 적부터 내 우상이었다. 그의 스트로크를 보면서 카피하려고 노력했는데 오늘 실제 경기에 나온 것 같다”며 웃었다. 관중은 정현의 유쾌한 답변에 일제히 환호했다.

정현은 3세트 6-6 타이브레이크에서 3-0으로 앞서다 3-3까지 쫓겨 위기를 맞는 듯했다. 마지막 위기였던 당시 심정을 묻는 질문에 정현은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서 있었기에 설사 진다고 해도 남은 세트가 있어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조코비치보다 젊다. 2시간 더 경기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해달라는 주문에 정현은 “한국말로 해도 되느냐”고 양해를 구한 뒤 한국어로 “한국에서 실시간으로 보고 계신 팬분들,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수요일(8강전)에도 좋은 모습 보여 드릴 테니 조금만 더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정현은 TV 카메라에 ‘보고 있나’라는 한글 사인을 하며 행복한 승리의 뒤풀이를 마무리했다. 정현과 절친한 사이로 테니스 광팬인 가수 윤종신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보고 있어. 귀여워”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정현 영어’가 뜨기도 했다.

중학교 시절 미국에서 테니스 유학을 했던 정현은 해외 투어를 다니면서도 2년 가까이 개인 과외를 통해 영어 실력을 쌓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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