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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평창 격돌, 별과 별] 떠오른 샛별 자기토바 “내가 피겨퀸” 부상 씻은 메드베데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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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시니어 무대 데뷔 자기토바/유럽선수권 등 연이어 정상 탈환/ISU “스케이팅 스위스 시계같아”

역대 동계올림픽 하이라이트를 보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장면이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의 연기 장면이다. ‘동계올림픽의 꽃’이기도 한 이 종목에서 정상에 오른 선수는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가 됐고 피겨스케이팅을 넘어 ‘올림픽의 여신’으로 인정받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빛낼 여신 자리는 정해진 것처럼 보였다.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9·러시아)가 압도적 기량을 뽐내며 메이저급 세계대회를 휩쓸었기 때문이다. 2016, 2017년 2년 연속으로 유럽선수권과 세계선수권을 제패한 메드베데바를 상대할 적수는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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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백조처럼… 러시아의 피겨 신성 알리나 자기토바가 2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8 ISU 유럽피겨선수권대회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화려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모스크바=AP연합뉴스


그러나 지난해 중반 이후부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알리나 자기토바(16·러시아)가 혜성처럼 나타났기 때문이다. 15세의 나이로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자기토바는 메드베데바가 발목 부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2017 그랑프리 파이널, 2017 러시아선수권에서 1위를 연이어 차지하며 세계 피겨계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여기에 부상에서 돌아온 메드베데바와의 맞대결에서마저 승리했다. 자기토바는 2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유럽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82.67점, 예술점수(PCS) 75.30점으로 157.97점을 받았다. 쇼트 프로그램과 합친 총점은 238.24점으로 메드베데바(232.86점)를 5점 이상 여유 있게 앞서며 정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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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토바의 장점은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고난도 기술이다. 루드비히 밍쿠스의 ‘돈키호테’ 음악으로 나선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는 물론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트리플 플립-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등 어려운 점프를 완벽하게 처리했다. ISU가 홈페이지를 통해 “스위스 시계처럼 정확하게 스케이팅을 했다”고 극찬했을 정도다. 점프 과제 7개를 모두 가산점이 있는 후반부에 배치해 강점을 극대화하기도 했다. 어린 나이와 경험부족으로 표현력, 연기 구성은 다소 부족하지만 이마저 하루가 다르게 개선되며 16세 나이에 세계 정상 등극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메드베데바가 자기토바의 정상 등극을 그냥 두고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메드베데바는 이번 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실수를 하며 부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노출했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실수 없는 점프가 장점이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연이은 실수에도 특유의 표현력으로 2위에 오르며 건재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따라서 메드베데바가 올림픽에 맞춰 100% 몸상태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세계 최고점(241.31점)을 기록했던 ‘피겨 여제’의 위용을 다시 찾을 여지는 충분하다. 자기토바의 질주에도 평창올림픽 금메달의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인 셈이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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