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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8개 빠진 앞니, 날에 베인 손목, 황금색 발 … “상처는 나의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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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평창’ 향해 뛰는 선수들

귀화선수 영, 퍽에 맞아 이 부러져

“부상은 경기 일부, 환상적이었다”

이상화, 굳은살 많아져 발 색깔 변해

“중2 때 발목 베여 30바늘 꿰매기도”

중앙일보

브라이언 영(남자 아이스하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86일 앞으로 다가왔다. 유엔이 내년 2월 평창 올림픽 기간에 전 세계가 전쟁을 멈추고 적대 행위를 중단하는 휴전 결의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올림픽 열기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중앙일보는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이 피와 땀을 흘리는 현장을 찾았다. 그들의 눈물과 상처에 얽힌 사연을 들어봤다.

“빠진 이는 내겐 자랑스러운 훈장과 같다. 의치(義齒)를 끼지만 불편하지 않다.”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남자 아이스하키대표팀 수비수인 브라이언 영(31·대명). 캐나다 출신 귀화선수인 그는 앞니가 8개나 빠진 상태다. 경기 도중 상대가 날린 퍽에 맞아 앞니가 8개나 부러졌다. 그런데도 영은 늘 환하게 웃는다.

영은 “이가 부러졌을 때 기분은 환상적(fantastic)이었다”고 농담을 건넨 뒤 “아이스하키 선수 중 퍽이나 스틱에 맞아 이가 빠진 선수가 많다. 부상은 경기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조민호(남자 아이스하키)




남자아이스하키 공격수 조민호(30·안양 한라)의 오른 손목에는 길이 5㎝가 넘는 흉터가 선명하다. 2012년 1월 경기 도중 몸싸움을 하다가 넘어졌는데 상대선수의 스케이트날에 베여 오른 손목의 정맥과 동맥이 끊어졌다. 그가 쓰러진 링크 주변이 온통 피로 붉게 물들 정도였다.

조민호는 “구급차에 실려 가면서 다시는 아이스하키를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두 달 만에 복귀했지만 스틱을 잡으면 손이 떨리는 후유증이 있었다”며 “그렇지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아이스하키’라는 생각으로 부상과 후유증을 이겨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이상화(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빙속 여제’ 이상화(28·스포츠토토)의 발은 상처투성이다. 발레리나 강수진(50)의 발처럼 이상화의 발에도 물집과 굳은살이 자리 잡고 있다. 굳은살이 많이 박여 발 색깔마저 누런색으로 변했을 정도다. 20대 여성의 발이라고 믿기 힘들지만 이상화는 이런 ‘황금색 발’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금메달을 딸 수만 있다면 발이 더욱 황금색으로 변해도 좋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상화의 발이 이렇게 거친 이유는 스케이트화를 신고 빙판을 가를 때 발의 감각을 살리고, 얼음면과 마찰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양말을 신지 않기 때문이다. 맨발로 스케이트를 신다 보니 발이 거칠어지는 것은 물론 굳은살이 점점 자라난다.

이상화는 “내 밥줄이니 어쩔 수 없다”며 “특별한 공식 행사가 있을 때는 머리를 다듬고 메이크업을 하면 된다. 황금색 발이 부끄럽진 않지만 어쨌든 보이지 않으니까 괜찮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발목의 흉터 자국도 처음 공개했다. 이상화는 “중학교 2학년 때 스케이트날에 벤 상처다. 근육이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크게 찢어져 안팎으로 서른 바늘 이상 꿰맸다”며 “그래도 이 상처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이승훈(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에 출전하는 이승훈(29·대한항공) 역시 오른쪽 정강이에 큰 흉터가 있다. 지난 2월 세계선수권대회 팀추월 경기 도중 넘어져 본인의 스케이트날에 정강이를 베이는 부상을 당했다. 결국 8바늘을 꿰맸지만 열흘 후에 열린 삿포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위해 다시 빙판에 섰다. 주위에선 무리라고 말렸지만 그는 아픈 발목을 부여잡고 얼음판을 가른 끝에 삿포로 아시안게임 4관왕에 올랐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만m에서 금메달을 땄던 이승훈은 평창 올림픽 매스스타트 금메달에도 도전한다. 이승훈은 “빙상 선수에게 상처는 훈장과 같다. 올림픽을 앞두고 완벽한 몸상태를 만들기 위해 일상생활에서도 각별히 주의하고 있다”며 “겨울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된 매스스타트에서 첫 번째 금메달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박린·김효경·김원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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