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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가을에 진화한 김기태 동행 야구…KIA 우승 DNA 일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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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야구' 김기태 감독, KS 들어 변화무쌍 전략가 변신

1991년 쌍방울서 선수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우승 반지

연합뉴스

시합 전 인터뷰하는 김기태 감독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017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기아 대 두산' 4차전이 열리는 2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기아 김기태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7.10.29 mon@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넓은 배포에 선수단을 하나로 묶는 결속력까지.

김기태(48) KIA 타이거즈 감독은 2012년 프로야구 감독 지휘봉을 잡은 뒤 특유의 '형님 리더십'을 앞세워 꿈에 그리던 정상에 올랐다.

LG 트윈스 감독이었던 2013년에는 팀을 11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어 LG 팬들의 장롱에서 '유광점퍼'를 꺼냈고, KIA 감독 지휘봉을 쥐고는 2016년 5년 만의 포스트시즌과 2017년 8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을 차례로 이뤘다.

이제까지 김 감독의 리더십은 주로 정신적인 측면에서 부각됐다.

올해 KIA가 144경기 정규시즌에서 최강자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김 감독의 이러한 형님 리더십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규시즌 1위의 주역 김주찬, 로저 버나디나, 팻딘 모두 시즌 중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모두가 2군 강등, 혹은 교체를 이야기할 때 김 감독은 "커리어가 있는 선수들이라 살아날 것"이라고 믿었다.

결국, 이들은 모두 제 몫을 해내며 김 감독의 선택이 옳았다는 걸 입증했다. 김 감독의 '동행 야구'가 빛을 본 순간이다.

대신 단기전에서의 두뇌 싸움 능력은 이제껏 드러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김 감독은 첫 번째 포스트시즌이었던 2013년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는 1승 3패로 밀렸고, 작년 LG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1차전을 잡은 뒤 2차전을 내줘 탈락했다.

두 번의 단기전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던 김 감독이지만, 올해 가을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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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감독 '완봉 쇼' 축하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26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선발 양현종이 두산을 상대로 1-0 완봉승을 거두고 김기태 감독의 축하를 받고있다. 2017.10.26 pch80@yna.co.kr



기본적으로 주전 선수에게 신뢰를 보내는 '믿음의 야구'는 여전하다. 정규시즌과 비교해도 그라운드에 나서는 주전 야수는 크게 차이가 안 난다.

대신 적시 적소에 주는 변화가 높은 성공률로 맞아 떨어졌다. 2017년 한국시리즈는 김 감독의 전략가 면모를 확인할 기회였다.

1차전 패배 후 2차전을 양현종의 완봉승으로 회복한 KIA는 잠실구장에서 열린 3차전부터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섰다.

김 감독은 3차전 선발 라인업에서 나지완을 빼고 김호령을 투입했다. 이유는 낮 경기에 넓은 잠실구장 외야를 막으려면 수비 강화가 먼저라서다.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이자 올해 KIA 중심타자로 활약한 나지완의 선발 제외는 KIA 벤치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

경기는 긴박하게 진행됐고, KIA는 4-3으로 간신히 1점 앞선 채 9회를 맞이했다. 선두타자 안치홍이 단타를 치고 나가고, 김선빈이 희생번트로 주자를 2루에 보내자 모두가 김호령 타석에서 대타 나지완이 나올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대타를 쓰지 않았다. 김호령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주자를 3루에 보냈고, 2사 후에야 김 감독은 나지완을 대타로 냈다.

2사에 3루에 주자가 있어서 김강률이 던질 공의 선택지 가운데 '포크볼'을 과감하게 지워낸 나지완은 시속 148㎞ 직구를 때려 비거리 130m 홈런포를 만들었다.

"짧게 잡고 쳤다"는 나지완의 분석 능력과 2사 후까지 기다린 김 감독의 용병술이 빛난 장면이다.

4차전에서도 김 감독은 무실점 호투 중이던 선발 임기영을 6회 2사 후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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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할 준비 됐지?'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이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훈련을 지켜보던 중 이범호와 주먹을 부딪치고 있다. 2017.10.30 utzza@yna.co.kr



당시 임기영의 투구 수는 81개. 정규시즌이라면 7회까지 뒀을 김 감독이지만, 그는 단기전의 성격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일찌감치 불펜을 가동한 KIA는 6회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겼고, 나머지 3이닝도 불펜에서 1점으로 틀어막고 3승째를 따냈다.

4차전이 끝난 뒤 김 감독은 "5차전도 지금 했던 것처럼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우승이 눈앞에 왔다고 방심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경기는 김 감독의 구상대로 풀리지 않았다.

경기 중반까지 7-0으로 넉넉하게 앞섰지만, 7회 말 선발 헥터 노에시 교체 타이밍을 놓쳐 대거 6실점 해 턱밑까지 쫓겼다.

여기서 김 감독은 양현종 카드를 꺼냈다. 만약 6차전까지 가면 양현종이 선발로 나와야 하지만, '내일은 없다'는 듯 승부수를 던졌다.

결과는 대성공. 양현종은 김 감독의 기대대로 두산 타선을 틀어막고 우승을 지켰다.

이제 김 감독의 손가락에는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 유니폼을 입은 지 26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 반지가 함께하게 됐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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