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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273m 파4홀 원온 이글…`당찬 18세` 최혜진 짜릿한 역전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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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최혜진이 마지막 퍼팅을 하는 순간 그린 주위에 몰려든 갤러리들이 숨죽인 채 고교생 스타의 탄생을 지켜보고 있다. [양평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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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m로 짧게 세팅된 11번홀(파4).

내리막이어서 장타자라면 한 번에 그린을 노릴 수 있도록 짧게 만든 이 홀에서 최혜진(18·학산여고)이 드라이버를 잡았다. 대부분 우드를 잡고 끊어 가는 전략을 택했지만 장타력에다 배짱까지 두둑한 최혜진은 1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모험'을 선택했다. 드라이버 헤드를 떠나 하늘 높이 솟구친 공은 그린 앞을 가로지른 해저드와 벙커를 넘더니 핀 7.5m 근처에 떨어졌다. 모험은 결국 이글로 연결됐고 이 이글은 우승의 든든한 발판이 됐다.

'아마추어 고별전'을 치른 최혜진이 보그너 MBN 여자오픈(총상금 5억원)에서 프로 언니들을 모두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최혜진은 20일 경기도 양평 더스타휴 골프&리조트(파71)에서 끝난 대회 최종일 경기에서 이글 1개, 버디 4개로 6언더파 65타를 기록해 3라운드 합계 14언더파 199타로 우승했다. 지난달 열린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오픈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 우승이다. 아마추어가 국내 프로 무대에서 한 시즌에 우승을 두 번 차지한 것은 1999년 임선욱 이후 18년 만이다. 최혜진이 아마추어 신분이라 우승상금 1억원은 2위(합계 12언더파 201타)를 차지한 박지영(21)에게 돌아갔다.

한마디로 '슈퍼스타'의 화려한 탄생이다. 최혜진의 올해 활약은 누구보다 눈부시다. 국내 4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두 번에 E1 채리티오픈에서는 공동 2위를 차지했고 한국여자오픈에서도 4위의 호성적을 냈다. 무엇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에서 준우승하며 전 세계 골프 팬에게도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제대로 각인시켰다. 장하나(25)가 우승한 호주여자오픈에서는 7위를 차지했다.

만약 최혜진이 상금을 받는 프로였다면 올해 그의 성적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은 1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됐다. 우승을 두 번 차지한 국내 무대에서 3억여 원을, 그리고 US여자오픈 준우승 상금만도 54만달러(약 6억원)에 이른다.

중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가 된 후 4년 동안 '에이스'로 활약했던 최혜진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아마 신분을 정리하고 자신의 만 18세 생일(23일) 다음날인 24일 프로로 전향한다. 오는 28일에는 롯데와 대형 후원 조인식을 하고, 31일 개막하는 한화 클래식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다.

장타력을 갖춘 데다 아이언샷도 정확해 아마 최강으로 군림했던 최혜진의 진짜 무기는 두둑한 배짱이다. 이날 11번홀 이글도 장타력과 배짱의 합작품이다. 최혜진은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오픈에서 우승할 때도 최종일 파4홀에서만 2개의 이글을 잡았다.

경기 후 최혜진은 '만약 프로였다고 해도 11번홀 상황에서 드라이버를 잡고 직접 그린을 공략했을 것 같냐'는 질문에 "프로에 가서도 변함없이 공격적이고 당차게 플레이하는 게 목표"라고 강단 있게 대답했다.

샷이 거침없으며 실수가 나와도 마음에 담지 않고 금방 잊어버리는 것도 그의 장점이다. 아무리 바빠도 체력 훈련을 거르지 않는다는 최혜진은 샷거리가 매년 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최혜진의 우승 뒤에는 마지막 2개 홀을 남기고 공동 선두까지 따라 왔던 김소이(23)의 '17번홀 트리플보기 참사'가 있었다. 이날 공동 선두로 경기를 시작했던 김소이는 8개 홀까지 파 행진을 벌이다 9번홀부터 3개 홀 연속 버디로 최혜진을 압박했다. 14번홀(파3) 버디에다 16번홀에서 10m 넘는 버디 퍼팅을 홀에 떨어뜨린 김소이가 공동 선두로 복귀하자 승부는 다시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형국이 됐다.

하지만 17번홀(파4)에서 김소이는 도저히 만회할 수 없는 치명적인 트리플보기로 무너졌다. 두 번째 샷이 벙커 옆 깊은 러프로 들어가면서 참사가 시작됐다. 벙커에 두 발을 디디고 웨지를 짧게 잡으며 탈출을 시도했지만 세 번째 샷은 그만 공도 맞히지 못한 속칭 '뒤땅'이 되고 말았다. 공이 러프에 더 잠기자 결국 1벌타를 받고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한 김소이는 '5온 2퍼트'로 한꺼번에 3타를 잃었다. 2012년 프로 입문 후 4년 만에 찾아온 첫 승 기회를 날린 김소이는 단독 3위(11언더파 202타)로 대회를 마감했다.

대상 포인트와 평균 타수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정은(21·토니모리)이 단독 4위(합계 10언더파 203타)에 올랐고 상금랭킹 1위 김지현(26·한화)은 공동 20위(합계 4언더파 209타)에 머물렀다.

한편 이날 오전 폭우로 대회가 4시간 이상 지연되는 바람에 낮 12시 30분에 '전 홀 샷건 방식'으로 경기를 치렀다.

[양평 =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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