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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생활체육 갑질’ 강 건너 불구경하는 대한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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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생활체육회 통합해 출범하고도

시·도 배드민턴협회 돈요구 문제

“시·도 체육회가 관리” 책임 회피

회장 1인 체제에서 역할 분담하고

민간활동 발굴·지원 시스템 강화해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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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썩은 물을 보고만 있다. 가장 어른인 대한체육회가 나서야 한다.”

송강영 동서대 교수(체육학)는 일부 시·도 배드민턴협회의 동호인대회 승인 ‘갑질’(<한겨레> 17일치 20면) 문제는 한국 생활체육의 비정상적인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대회 승인을 이유로 “영수증 처리도 할 수 없는” 돈을 요구하고, 회원들을 특정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 송 교수는 “1991년 국민생활체육회 출범 때부터 생활체육의 노예근성이 시작됐다. 지난해부터 통합된 시·도 종목 협회가 진정으로 풀뿌리 회원들을 위해 서비스하는 마음을 갖기보다는 여전히 통제하고 군림하고 있다. 회원을 위하기보다는 협회의 기반을 통해 정치적 입지를 닦으려 하는 사람이 주요 자리를 차지하면서 생겨난 악습”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엘리트 중심의 대한체육회와 지역 기반의 국민생활체육회가 합쳐진 대한체육회는 ‘통합 대한체육회 비전’을 발표했다. 2015년을 기준으로 2020년까지 생활체육 참여율(56%→65%), 동호인 수(540만명→1000만명), 선수 저변(14만명→16만명)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또 국민들이 일상에서 평생토록 즐기는 스포츠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시·도 배드민턴협회의 갑질에서 드러났듯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있다. 생활체육 참여율과 동호인 수를 늘리려면 진입 장벽을 없애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시·도 배드민턴협회의 횡포에 대해 뚜렷한 해법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시·도 배드민턴협회의 갑질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각 시·도 체육회가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대한체육회가 모든 것을 다 파악할 수도 없다. 다만 문제점이 드러난 부분에 대해서는 시·도 체육회에 개선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시·도 배드민턴협회 등 지역의 각 종목단체가 자의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데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 이들 지역 종목단체는 시·도 체육회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대한체육회 소속의 중앙 연맹이나 협회의 관여를 거부한다. 통합 이전에 미디어나 대중의 감시에 많이 노출되지 않는 국민생활체육회의 음습한 모습이 관성화된 측면도 있다. 가령 특정 종목에서는 24년간 가족이 회장직을 독점하기도 했고, 선거 득표력을 내세우며 체육을 수단화한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한체육회가 지방의 종목별 단체를 시·도 체육회의 관할이라고 방치하지 말고 통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용식 가톨릭관동대 교수(체육학)는 “회원들이 시·도 체육회에 등록하고, 대회를 승인받도록 하는 것이 악용돼선 안 된다. 대한체육회가 이런 부분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고, 잘되는 민간 대회는 대한체육회가 관리하고 도와주는 형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또 지방 체육단체를 법인화하고, 법인화가 어려우면 회계감사를 개선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체육회 구조를 회장 1인 중심에서 역할 분담 체제로 효율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경기인은 “이기흥 회장이 거의 혼자 일을 처리하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생활체육 부회장, 국제담당 부회장, 실무 부회장 등 역할을 분담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의 생활체육은 대한체육회 학교생활체육본부 산하 생활체육지원 부서가 맡고 있는 꼴인데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생활체육 강화를 위해 지도자 처우 개선이나 공공 스포츠클럽 활성화 예산 확보를 위해 뛰고 있다. 올해 대한체육회 예산 3480억원 가운데 생활체육에 768억원을 집행한다. 그럼에도 “통합 체육회가 하는 일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출마를 비롯한 큰 목표에 집중하면서 현장의 작은 문제에 소홀한 탓이다.

정희준 동아대 교수(체육학)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스포츠를 통한 행복한 삶이 적시돼 있다. 대한체육회는 먼 훗날의 일인 비전이나 백년대계를 위해서도 지금 당장 벌어지는 시·도 배드민턴협회의 갑질이나 통행세 뜯기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비전도 미래도 가능하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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