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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LPGA 마라톤클래식] 경기 중단때 영화 본 김인경 "나도 2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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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마라톤클래식 정상

김인경(29)이 14번홀을 끝냈을 때 갑작스러운 악천후로 대회가 중단됐다. 전반 9홀에서만 버디 6개를 잡으며 단독 선두를 달리던 김인경으로서는 상승세를 꺾을 수도 있는 경기 중단이 야속할 법도 했다. 하지만 김인경은 1시간가량 클럽하우스에서 기다리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봤다. 마침 어제 다 못 본 영화를 보기에 적당한 시간이었다. 2012년 메이저 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통한의 '30㎝ 퍼트 실수'로 우승컵을 놓친 뒤 한동안 짧은 퍼팅 입스 때문에 고생했던 '유리멘탈' 김인경은 더 이상 없었다. 날씨를 탓하기보다는 그것을 불만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경기가 재개됐을 때 김인경의 샷은 전혀 식어 있지 않았다. 후반 들어 나오지 않았던 버디가 터지기 시작했다. 15번과 16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은 김인경을 따라올 추격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어느새 '강철 멘탈'이 된 김인경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총상금 160만달러)에서 우승하며 유소연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 '2승자'가 됐다.

24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스 골프장(파71·6476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에 김인경은 버디만 8개를 몰아치며 8언더파 63타를 기록해 합계 21언더파 263타로 렉시 톰프슨(미국)을 4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올해 6월 숍라이트클래식에 이은 두 번째 정상이다. 2007년 LPGA 투어에 데뷔한 김인경이 한 해에 2승을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산 6승째를 달성한 김인경은 우승상금 24만달러(약 2억6800만원)를 챙겼다. 김인경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해 LPGA 투어 20개 대회 가운데 딱 절반인 10개 대회에서 우승하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또 1984년 창설된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1998년 박세리를 시작으로 올해 김인경까지 총 11번이나 우승하는 강세도 이었다.

"퍼트를 26개로 막고 페어웨이 적중률 92.9%(13/14), 그린 적중률 88.9%(16/18)를 기록하는 등 모든 샷이 좋았다"는 김인경은 공식 우승 기자회견에서 경기 중단 때 영화를 봤다는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어제 다 못 본 영화를 봤다. 40분을 보니 영화가 끝나서 완벽했다. 영화 제목은 '더 피아니스트'였다"고 밝혔다.

김인경은 최종일 8언더파를 몰아친 비결을 묻는 말에 "나도 답을 알면 좋겠다. 정말 모르겠다. 특별히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아마 그런 마음가짐이 오늘 잘된 이유가 아니겠느냐"며 "상위권에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그저 잘해보자는 마음이었는데 오늘은 그게 결과로 잘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지난주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박성현(24)은 합계 13언더파 271타로 공동 6위에 올랐고, 김효주(22)와 양희영(28)이 나란히 11언더파 273타로 공동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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