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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짜릿하거나 씁쓸하거나, 야구의 '포지션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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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2017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1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SK 투수 전유수가 8회말 헛스윙을 하고 있다. 2017. 6. 14문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선수의 숫자가 정해져 있는 프로야구에서는 이따금 선수들이 자신의 포지션이 아닌 다른 포지션에 들어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올시즌에도 치열한 경기의 결과로 혹은 실수로 인해 선수들의 포지션 파괴가 일어나며 예상치 못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지난 2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LG의 경기에선 ‘타자’ 정찬헌의 활약이 화제를 모았다. LG의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는 정찬헌은 이날 팀의 세 번째 투수로 연장 10회말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봉쇄했다. 이후 정찬헌은 연장 11회초 2사 만루서 타석에 들어섰다. 앞선 8회 수비 때 LG가 지명타자를 없애면서 정찬헌이 타석에 들어설 수밖에 없었다. 스윙 연습을 하면서 LG 양상문 감독, 이형종과 잠시 대화를 나눈 정찬헌은 기다렸다는듯 상대 투수 이승현의 초구를 받아쳐 2타점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깜짝 안타였다. 1루에 도달한 정찬헌은 자신도 놀랍다는 듯 환하게 웃었고 LG 더그아웃에 있던 동료들도 크게 환호했다. 경기 후 정찬헌은 “감독님은 그냥 홈플레이트에 바짝 붙어 서있으라고 하셨는데 이형종이 무조건 직구가 올 것이니 휘두르라고 말해줬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정찬헌의 깜짝 활약 속에 LG는 11회에만 대거 8점을 쓸어담으며 승리를 챙겼다.

지난달 16일에는 롯데 베테랑 투수 노경은이 4번타자로 타석에 들어서기도 했다. 경기의 흐름에 따른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치밀하지 못했던 롯데의 준비가 부른 해프닝이었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애초 이대호를 지명타자로, 최준석을 1루수로 기용할 계획을 세웠지만 정작 심판진에게 전달된 선발 라인업에는 이대호가 1루수, 최준석이 지명타자로 적혀 있었다.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롯데는 1회말 수비 때 최준석이 1루수로 나갔고 이를 발견한 넥센 측이 항의했다. 결국 지명타자가 없어지면서 당시 선발 투수였던 노경은이 4번타자를 맡는 어이없는 상황에 벌어진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 노경은은 4회와 6회 두 번이나 타석에 들어서 번트 실패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결과적으로 롯데가 넥센에 패배하면서 이날 실수는 큰 비판으로 이어졌다. 조 감독은 “상황이 많이 복잡해 오더를 여러장 썼는데 그 중의 한 장이 잘 못 전달됐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SK도 지난달 14일 한화전에서 내야수가 포수 마스크를 쓰고, 투수가 1루수로 들어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7회까지 교체 가능한 야수를 모두 소모한 상황에서 8회 포수 이홍구가 부상을 당했다. 이에 SK는 2루수 나주환에게 포수 마스크를 씌웠고 1루수 제이미 로맥에게 2루를 맡겼다. 그리고 비어있는 1루에 ‘투수’ 전유수를 투입했다. 갑작스런 포지션 변경에도 나주환과 전유수는 큰 실수 없이 수비를 마무리했다. 포수 경험이 있던 나주환과 고등학교 때 1루 수비를 봤었던 전유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날 SK가 6-3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둘의 활약은 더 빛이 났다.

올시즌에도 나타난 예기치 못한 선수들의 포지션 파괴가 짜릿함 혹은 씁쓸함을 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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