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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전일야화(前日野話) 방망이 깎는 노인? 김경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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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경문 감독 [일러스트 이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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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 싸움이 한창이던 6월이었다. NC 팬으로서 첫 우승의 기회 같은데 외국인선수 맨쉽(팔꿈치)과 스크럭스(옆구리)가 탈이 났다. 뚝심 좋아 보이는 감독에게 언제쯤 나올 수 있을지 물어봤다. 치료기간을 굉장히 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빨리 내보낼 수 없습니까?”

했더니,

“재활기간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길어보이거든 다른 팀 경기 보시우.”

대단히 불친절한 감독이었다. 흥정하지도 못하고 회복이 되면 경기에 투입해 달라고만 부탁했다. 이 선수 돌려 써보고 저 선수 돌려 써보고,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경기 내보내도 될 거 같은데, 자꾸만 더 기다리고 있었다. 둘이 빠진 기간 승률은 5할도 안 된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기다리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맨쉽과 스크럭스를 넣어주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몸이 다 나아야 나가지, 아픈 선수가 재촉한다고 치료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팬들이 좋다는데 무얼 더 기다린다는 말이오?”

감독은 퉁명스럽게,

“롯데나 응원하시오. 난 안 쓰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그냥 갈 수도 없고, 1위는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해보시오.”

“글쎄, 재촉하면 점점 선수들이 다급해진다니까. 부상이란 제대로 치료해야지, 대충 낫게 하고 경기에 내보내면 되나.”

그런데 이번에는 승리투수 조건을 갖춘 맨쉽을 4와3분의2이닝 만에 교체하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스크럭스도 후반기 개막전에나 투입한다. 사실 다 되기는 진작 다 치료 된 선수들이다.

집에 와서 성적표를 봤더니 다른 팬들은 팀 잘을 꾸린다고 야단이다. 다른 팀은 외국인선수 바꾼다고 난리인데 둘 다 복덩이라는 것이다. 맨쉽은 복귀 2경기만에 승리하면서 8승 무패다. 평균자책점은 1.90이다. 스크럭스는 돌아오자마자 2경기에서 10타수 5안타(1홈런) 6타점을 올렸다. 홈에서 슬라이딩을 두 번이나 하고도 멀쩡하단다. 후반기 개막 2연승으로 반격의 기회를 만들었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글 / 김효경 기자, 일러스트 / 이장혁 인턴기자

※ 전일야화(前日野話)는 치열하게 끝난 야구경기를 한숨 돌리면서 되돌아 보는 중앙일보 야구팀의 콘텐트입니다. 뉴스를 넘어선 스토리를 요술램프에 담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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