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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201사구' 최정은 왜 공을 끌어당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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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서도 200개 이상은 7명 뿐

투수들 홈런 안 맞으려 몸쪽 승부

홈쪽 바짝붙는 타격 스타일 탓도

“치명상 우려 있어 얼굴은 피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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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중심타자 최정(30·사진)은 수시로 공에 맞는다. 프로 생활 13년 동안 그가 기록한 몸에 맞는 공(사구)은 18일 현재 무려 201개다. 사구 200개 이상은 KBO리그 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오죽하면 공을 자석처럼 끌어들인다고 해서 ‘마그넷(magnet·자석) 정’이라는 별명이 생겼을까.

최정이 세운 ‘사구’ 기록은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MLB 현역 선수 중에선 사구 200개를 기록한 선수가 없다. 약 1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사구 200개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7명 뿐이다. 7명 가운데 3명이 MLB 초창기인 1800년대에 선수 생활을 했다. 당시에는 투수의 제구력이 정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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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레이트에 바짝 붙어있는 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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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최정은 왜 유독 사구가 많은 걸까. 최정은 19일 현재 홈런 1위다. 투수들은 홈런을 많이 터뜨리는 슬러거에게 대형타구를 맞지 않기위해서 종종 몸에 가깝게 위협구를 던진다. 정교한 제구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 공은 사구가 돼 버린다. 최정의 경우 홈런이 많이 나온 시즌엔 사구도 많았다. 2013년 최정은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28개의 홈런을 쳤는데, 사구도 24개로 가장 많았다. 지난 시즌에는 40홈런으로 홈런왕이 됐는데, 사구도 23개나 기록했다. 올해는 32개의 홈런을 기록 중인데 사구도 17개나 된다. 홈런·사구 모두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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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레이트에 바짝 붙어있는 최정.




많은 전문가들은 최정의 타격 스타일에서 최다 사구의 원인을 찾는다. 최정은 타격할 때 다른 선수들보다 유독 홈플레이트에 가깝게 붙어있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투수들이 최정의 장타를 피하기 위해 몸쪽에 가깝게 붙이는 공을 자주 던진다. 그런데 최정은 왼발이 홈플레이트 안으로 살짝 들어올 정도로 바짝 붙어서 타격을 하기 때문에 더 자주 맞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을 오래 보는 타격 스타일도 사구가 많은 이유다. 정경배 SK 타격코치는 “최정은 공을 오래 보는 타자다. 그만큼 타격 정확도가 높다. 그러나 다른 선수보다 공을 오래 지켜보니깐 몸에 맞는 횟수도 잦아진다”고 설명했다.

맞고 또 맞으면서도 최정은 타격 스타일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홈런에 최적화된 폼이기 때문이다. 최정은 인 앤드 아웃 스윙을 구사한다. 팔과 배트를 몸에 최대한 붙이고 임팩트를 한 뒤 크게 스윙하는 스타일이다. 이종열 해설위원은 “인 앤드 아웃 스윙은 몸쪽 공에 강점을 갖고 있다. 최정은 사구가 될 만한 공도 잘 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사구는 말 그대로 선수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시속 140㎞를 훌쩍 넘는 야구공은 흉기나 마찬가지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유격수 레이 채프먼은 1920년 8월 뉴욕 양키스의 우완투수 칼 메이스가 던진 공에 머리를 맞고 다음 날 사망했다. 최정은 통산 201차례나 공에 맞았지만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그러나 언제든지 다칠 수 있다는 위험을 안고 있다. 최정은 “투수들에게 얼굴 쪽은 피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아예 야구를 못할 수도 있다. 이왕 몸쪽에 붙일 거라면 하체 쪽에 붙여달라”고 하소연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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