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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국회 경비 삼엄할 것 같아… 인터넷서 부자동네 학교 검색해 찾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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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난동 범인 "나 혼자선 못 죽어"

서울 계성초… 학생 2명은 중상 - 공사 중인 학교 후문으로 잠입

가슴 맞고 장기 손상된 아이도 결국 옆반 男교사가 제압

범인 가방에서 유서도 발견

28일 오전 11시 50분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계성초등학교 4학년 사랑반 교실은 아이들의 비명으로 가득 찼다. 갑자기 교실로 난입한 김모(18)군이 들고 온 야전삽을 아이들에게 마구잡이로 휘두르자, 놀란 아이들은 사방으로 뛰었다.

작년 8월 중퇴한 인천의 G고교 교복을 입고 나타난 김군은 가방에서 꺼낸 야전삽을 오른손에, '서바이벌 게임'을 하기 위해 구입했다는 모조 권총을 왼손에 쥐고 사랑반 교실 앞문으로 뛰어 들어갔다.

김군은 난동을 부리면서 "나 혼자 죽기 싫어" "혼자 죽을 수는 없어"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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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서울 반포동 계성초등학교 교실에 난입해 학생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6명을 다치게 한 김모(18)군이 이날 오후 방배경찰서에서 조사받고 있다(왼쪽). 오세찬 방배경찰서 형사과장이 김군이 범행에 쓴 야전삽과 모조 권총을 들어 보이고 있다(오른쪽). /이준헌 기자 heon@chosun.com


김군이 휘두른 삽에 사랑반 학급회장인 장모(11)군이 왼쪽 턱을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큰 상처를 입은 장군은 서울 성모병원에 실려가 응급 봉합 수술을 받았다. 장군은 이날 학급 회의 사회를 보기 위해 혼자 앞쪽에 나와 있다가 봉변을 당했다. 교실 앞문으로 들어간 김군이 맨 처음 보이는 장군을 노린 것이다. 김군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모(11)양이 김군의 삽에 가슴 쪽을 맞았다. 김양은 일부 장기가 내부에서 손상되는 중상을 입었다고 병원 관계자들이 전했다. 장군과 김양 외에도 4명이 더 김군이 휘두른 삽에 피해를 당했다.

◇어떻게 학교로 들어갔나

김군은 지하철 근처 초등학교 중 부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판단한 신반포역 인근 계성초등학교를 선택했다.

서울 방배경찰서가 조사한 결과 김군은 이날 오전 10시 중퇴한 G고교의 파란색·남색 상·하의 교복을 입은 채로 까만색 가방을 들고 인천 서구에 있는 집을 나섰다. 가방에는 지난 6월 구입했다는 야전삽과 7월에 샀다는 모조 권총을 넣은 채였다.

인천 동암역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노량진역에서 9호선으로 바꿔 탄 김군은 오전 11시 30분쯤 계성초등학교에서 가까운 신반포역에 도착했다. 지하철 출구에서 나온 김군은 200m가량 떨어진 계성초등학교로 갔다. 김군이 도착했을 때 학교 지붕 공사 때문에 마침 공사 차량이 학교 후문으로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김군은 공사 차량 뒤쪽에 바싹 따라붙어 학교로 들어간 뒤 후문 옆쪽에 있는 고학년동(4~6학년) 건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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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김군이 왜 계성초등학교로 갔는지, 혹시 무슨 목적을 갖고 간 게 아닌지 등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김군은 경찰 조사에서 "미안합니다. 반성하며 살겠습니다"라고 진술했다.

김군이 삽을 휘두른 4학년 사랑반은 고학년동 건물 1층에 있었다. 별도의 건물에 있는 저학년(1~3학년)들은 점심 식사 중이었다고 한다. 경찰은 "학교는 평소 정문과 후문을 닫아놓고 학교 안전 지킴이 2명이 지키는데, 공사 때문에 공사 차량이 출입하느라 후문 쪽이 열린 틈에 김군이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옆반 남자 선생님이 범인 제압

김군이 5분간 난동을 부리면서 소란이 일자, 옆반 남자 선생님들이 달려왔다. 교사들은 김군을 제압해 교장실로 데려갔고, 일부 교사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김군의 가방에서는 유서 형식으로 된 쪽지가 발견됐다.

"열심히 노력해서 언젠가는 성공한다 해도 제겐 절대 바꿀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하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저지르니 모두에게 미안하다는 변명은 안 하겠습니다. 제 장례식은 치르지 마시고 남은 시신이나 처리해주세요"라고 써 있었다.

학교 측은 이날 학생들을 하교시킨 뒤, 학부모들에게 "뭐라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로 죄송스럽다. 학교안전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사과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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