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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魔의 9초대 진입까지… 0.08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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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영 男 100m 10초07, 이틀만에 한국신기록 다시 써…

중국 최고는 9초99, 일본은 10초00

60m 지점 이후 페이스 유지위해 150~400m 질주 반복 훈련

가속력에 필수인 '팔치기 속도'… 웨이트로 상체 근육 키워 개선

보폭 넓혀 단신 약점 보완

'내가 빨라지면 대한민국이 빨라진다.'

한국 단거리 육상의 '희망' 김국영(26·광주광역시청)은 지난 4월 인스타그램에 이런 글을 썼다. 한국 육상의 '자존심'답게 패기가 엿보이는 문구다. 말 그대로 김국영은 한국인에겐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목표를 향해 성큼성큼 달려가고 있다.

김국영은 27일 열린 2017 코리아오픈 국제육상대회(강원도 정선) 남자 100m 결선에서 10초07로 우승,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불과 이틀 전 자신의 네 번째 한국 기록(10초13)을 썼던 그는 이날 경기에선 더 폭발적인 스피드로 0.06초를 줄였다. 25~27일 사흘 동안에만 0.09초를 단축한 것이다. 김국영은 오는 8월 런던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기준 기록(10초12)도 통과했다. 레이스를 마친 그는 포효했고, 환호하는 관중을 향해 엎드려 큰절을 했다. 찡그린 얼굴로 트랙을 달린 김국영은 비로소 환하게 웃어 보였다.

조선일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불모지인 한국 단거리 육상의 자존심 김국영이 27일 코리아오픈 국제육상대회(강원도 정선)에서 한국 신기록(10초07)을 세운 후 포효하는 모습. 지난 25일부터 사흘 간 한국 기록을 두 차례, 0.09초 앞당긴 그는 이제 꿈의 9초대 진입을 노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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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에선 뒷바람이 초속 2m 이상일 경우 공식 기록을 인정받지 못한다. 이날 결선에선 초속 0.8m의 뒷바람이 불었다. 일반적으로 초속 1m당 0.05초의 기록 단축 효과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국영은 이날 한계 풍속 안에서 10초01까지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인이 넘볼 수도 없었던 꿈의 9초대 진입이 코앞까지 다가선 것이다. 육상 전문가들은 "김국영의 기세가 놀랍다. 조금만 단점을 보완하면 9초대 진입도 더 이상 꿈이 아니다"고 말한다.

100m 달리기는 스타트와 중간 가속, 피니시로 구분된다. 운동 신경을 타고난 김국영의 경우 이전부터 스타트는 톱클래스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문제는 점차 힘이 떨어지는 60m 지점부터였다. 체력이 부족했던 김국영은 과거 레이스 후반부에 허리·목이 젖혀져 속도가 많이 떨어졌다. 약점 보완을 위해 그는 150~400m 질주 반복 훈련을 크게 늘렸다. 달리기를 마치면 트랙에 쓰러져 헛구역질을 할 정도의 강훈련이었다. 김국영은 이런 식으로 체력을 키워 막판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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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력을 높이려면 이른바 '팔치기' 속도도 중요하다. 빠른 반동으로 팔을 흔들어주면 전체적인 스피드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김국영은 무거운 물체를 몸에 메고 트랙을 뛰는 방식으로 팔치기 속도와 추진력을 강화했다. 상체 힘을 기르기 위해 꾸준히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한 결과 '터미네이터' 같은 탄탄한 근육이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부터 110m 허들 출신 박태경 코치와 함께 훈련하며 지면을 세게 밟고, 그 탄력으로 가속하는 기술을 익힌 것도 효과를 봤다.

키 176㎝인 김국영은 단거리 선수 중에서도 단신(短身)이다. 심재용 광주광역시청 감독은 "9초대 진입을 위해 보폭을 넓히면서 속도를 유지하는 훈련을 최근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도 높은 훈련 끝엔 충분한 영양 보충이 필수다. 김국영이 가장 좋아하는 보양식은 소고기다. 혼자서도 5인분 이상은 너끈히 먹는다고 한다. 심 감독은 "5월부턴 김국영 전담 마사지사를 투입하는 등 근육 회복에도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김국영은 신기록을 쓴 후 "오늘 목표는 9초대 진입이었는데 출발 반응 속도가 다소 느렸다. 내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까진 꼭 9초대 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1979년 서말구가 10초34를 세운 이후 한국 기록은 31년간 제자리였다. 김국영은 2010년 이 기록을 깨며 단거리의 유일한 버팀목이 됐다. 지금까지 혼자서 5차례 한국신기록을 경신하며 10초07까지 왔다. 이제 마의 9초대 진입이 남았다. 남자 100m 아시아 기록은 나이지리아에서 카타르로 귀화한 페미 오구노데(9초91)가 보유하고 있지만, 순수 아시아인 중에선 쑤빙톈(중국·9초99)이 가장 빠르다. 일본도 1998년 이토 고지의 10초00 이후 기록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더 빠르게 만들고 있는 사나이' 김국영은 이렇게 말했다.

"충분히 많은 대회에서 경험을 쌓았잖아요. 더는 '경험 쌓는 것'에 만족할 수 없어요. 이젠 일 한번 내겠습니다."

[이순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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