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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이용수가 내건 축구대표팀 감독 조건, 최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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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 오디세이



최근 보따리를 싼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은 전술적 능력 부족으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내내 비판대에 올랐다. 한준희 해설위원(KBS)은 “뜬구름 잡는 공허한 얘기만 했고, 전술적 디테일(구체성)이 없었다”, 박문성 해설위원(SBS)은 “인성이나 성격은 괜찮았는데 전술적 능력에 의문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슈틸리케는 수석코치도 뽑지 않는 등 미비된 코칭스태프 체제로 최종예선을 치르다가 결국 화를 자초한 꼴이 됐다. 이에 대한 책임에서 축구협회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슈틸리케 감독의 뒤를 이를 새 감독에게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슈틸리케와 동반 사퇴하면서 “아시아 최종예선을 경험한 국내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뽑아야 한다고 해 논란을 빚었다. 그 조건에 맞는 유력한 후보가 이미 현장을 오래전에 떠난 허정무(62)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였기 때문이다. 이씨는 기술위원장에서는 물러났지만 기술담당 부회장으로 핵심 실세다. 그만큼 그의 발언에는 무게가 있고 영향력이 지대하다.

허 부총재는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때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뤄낸 지도자다. 전남 드래곤즈, 인천 유나이티드 등 K리그 감독도 거쳤다. 문제는 그가 러시아행에 비상이 걸린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최적임자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선수들의 대선배로서 혼란스런 대표팀 분위기를 추스를 수 있는 적임자일 수는 있다.

새 감독한테 요구되는 조건은 3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침체된 선수단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리더십, 상대팀을 치밀하게 분석해 필승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전술적 대처 능력, 그리고 실전에서의 임기응변력 등이다. 한 축구인은 “요즘 선수들은 감독과 하루만 훈련해도 다 안다. 전술적 능력이 없으며 따라가지 않는다”고 한다. 신문선 교수(명지대)는 “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때는 미디어, 팬, 축구인 등 3개 축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면서 셰놀 귀네슈처럼 한국을 거쳐간 외국인 지도자들도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축구협회의 새 감독 선임은 발등의 불이지만 당장 닥쳐온 위기만을 극복하기 위한 미봉책이 돼서는 안 된다. 인력 풀이 극히 제한적이지만 현대 축구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춘 실력있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단지 ‘선배’, ‘형님’ 리더십으로만 되지 않는 게 현대 축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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