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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TF프리즘] 상대 밀집수비가 아니라 우리 패스가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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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홍정호가 28일 시리아전에서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문제는 상대의 밀집수비가 아니라 우리의 공격이었다.

한국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에서 시리아를 1-0으로 꺾었다. 귀중한 승점 3점을 얻으며 조 2위 자리를 지켰으나 경기 내용은 불만스러웠다. 시리아가 조금 더 세밀한 플레이를 했다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

경기 전의 과제는 상대의 밀집수비를 어떻게 깨고 역습에 어떻게 대비하느냐였다. 이미 원정경기에서 시리아의 수비를 경험했다. 게다가 시리아는 최근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무실점하며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그런데 사실상 밀집수비는 없었다. 한국의 선제골이 이른 시간에 나왔기 때문이다. 전반 4분 만에 터진 홍정호의 골은 경기의 양상을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골 전후 한국은 공수에 걸쳐 중국전과 다른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먼저 실점한 시리아의 수비도 이전과 달랐다. 수비수와 미드필더의 블록 간격이 유지되지 않아 이곳 저곳에 공간이 생겼고, 중앙 지역의 밀도도 낮았다. 중앙 수비수 오마르 알 미다니가 경고누적으로 빠진 영향도 있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공격이 풀리지 않았다. 볼경합에서 별로 앞서지 못했고 전반 유효슈팅이 2-2였을 정도로 결정적인 기회도 만들지 못했다. 물론 몇 차례의 좋은 득점기회를 맞았지만 반대로 실점위기도 여러 차례 넘겼다. 막판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공방이 계속됐다. 아이만 알하킴 시리아 감독은 경기후 공식기자회견에서 "내용면으로는 비긴 경기"라고 말했다. 정말 그랬다.

한국은 주도권을 잡았지만 공격이 번번이 끊겼다. 나중에는 달라졌지만 롱 패스가 많았다. 상대가 클리어한 뒤 세컨드볼 경합에서 밀리면서 오히려 역습을 허용하기도 했다. 다양한 패스를 섞어 상대의 수비조직을 흔들어야 했다. 또 선제골로 자신감을 얻은 탓인지 불필요한 드리블이 많았다. 드리블은 밀집수비를 깨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이날 한국 미드필더들의 드리블은 그저 제때 패스를 내지 못하고 공을 끄는 것인 경우가 많았다. 공격에 나섰던 상대 선수들이 모두 내려올 시간을 줬다.

시리아는 이번 최종예선에서 두 골만을 넣은 팀이다. 수비에서 역습으로 전환할 때 아래로 내려와 있던 미드필더들이 빠르게 앞쪽으로 움직이는데 익숙하다. 이 때 볼을 빼앗으면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었지만 압박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은 시리아전을 통해 좁은 공간에서의 원터치 패스 플레이의 필요성을 또 한번 절감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운이 따른 경기였다"고 했다. 그의 말 그대로다. 한국은 아직 본선 진출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본선에 나간다고 해도 지금의 경기력으로는 기대할 게 없다. 어쩌면 이기고도 문제점을 냉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게 승점 못지 않은 소득일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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