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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캠프 10문10답]힐만 감독, "수비 시프트 보고 놀라지 마라"(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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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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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한용섭 기자] OSEN 취재진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차렸던 롯데, LG, 넥센, kt, NC 5개팀을 순회하며 캠프 현장을 생생하게 취재했다. 애리조나 캠프에서 만난 5개팀 감독과 '10문10답' 시리즈를 소개했다

플로리다의 SK 캠프까지 찾아간 OSEN 취재진은 스프링캠프 10문10답의 마지막 주자 트레이 힐만(54) SK 감독을 만났다. 질문 하나마다 상세하게 설명하고, 그의 철학을 담은 대답에서 재질문이 이어져 시간은 한없이 늘어났다. 통역을 거쳐 주고받는 대화는 1시간 반이 걸렸다. 내용이 길어 특별히 1편과 2편으로 게재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기사는 시프트, 디테일 등 팀 전술과 운영에 관한 내용을 다룬 2편이다.

SK와 감독 계약서에 사인할 때 힐만 감독은 수염이 없었다. 캠프에서 단정하게 기른 수염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수염 기른 모습이 더 멋있다'는 말에 그는 "고맙다. 내가 수염이 있고 없을 때 이미지가 굉장히 다르다. (수염을 기른 이유는)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웃었다.

그는 SK 선수들과 소통에 적극적인 자세다. 선수들 이름도 '정권 박'으로 부르지 않고, '박정권'으로 부르기 위해 감독실의 선수 명단을 '성+이름'으로 직접 바꿔 적어놓았다. 다음은 6번째 질문부터 10번째 질문이다.

6) 청백전 때 메이저리그처럼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선보이더라. 어떤 식으로 실험할 것인가. 박정권 타석 때는 유격수가 아예 2루 베이스 오른쪽으로 넘어가 있었다. 3루수 최정이 2루쪽으로 치우친 유격수 자리였다.

"기본적으로 내야수를 상대 타자가 타구를 가장 많이 치는 곳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통계를 기반으로 해서 시도할 것이다. SK 선수들의 반응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양키스에서도 그랬고, 최근 몸 담았던 휴스턴이 굉장히 통계를 잘 활용하는 팀이다. 통계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투수들이 어느 정도 제구만 된다면 수비하는 입장에서 쉽게 아웃을 잡을 수 있다.

간혹 빗맞아서 안타가 되는 상황을 걱정하는데, 대부분 타구는 우리가 예상하는 대로 온다. 시프트에 대해 불안해 하지 말고 더 큰 그림을 그리고, 믿고,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하고 따르면 된다.

(메이저리그에선 매년 천 단위로 시프트 횟수가 증가하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매년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시프트를 싫어하는 사람, 야구를 좀 안다는 사람은 '빗맞아 안타 되지 않느냐' 라고 말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성공 사례가 훨씬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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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에서 빨간 원은 3루수 최정의 위치, 파란 원은 유격수 박승욱이 옮긴 자리, 노란색 원이 2루수 김성현이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 1루 베이스 옆에 1루수가 서 있다)

청백전에서 박정권이 주자 1루 상황에서 투수 옆을 빠지는 안타 코스로 타구를 때렸다. 그러나 이미 2루 베이스 오른쪽으로 위치를 옮겨 있던 유격수가 손쉽게 잡아서 더블 플레이로 성공시켰다.

7)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구단이 육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베테랑의 가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같은 기량이면 베테랑을 선호하는가? 아니면 어린 선수를 선호하는가.

"베테랑은 존중을 받을 가치가 있다. 그들이 그동안 경쟁을 이겨낸 경험은 누가 모방할 수 없고, 귀중한 것이다. 베테랑이 뛰지 않더라도 벤치에 앉아, 팀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우리 팀의 베테랑은 우승을 몇 차례 경험한 선수들이라, 더욱 팀에 도움이 될 거다.

기량이 비슷한 베테랑과 신예가 있다면 판단하는 기준이 있다.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나는 야구는 이기기 위해서는 '투수→수비→공격' 순서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항상 이 순서대로 생각해서 선택한다.

다음에는 구장 상황이나 상대 선수, 상대 성적 등을 감안해서 판단하기도 한다. 때로는 베테랑도 긴장할 수도 있고, 어린 선수가 덜 긴장하는 상황도 있다.

모든 것이 똑같은 상황이라면 멘탈도 같다면, 그럴 때는 마지막으로 누가 가장 최근 성적이 좋은지를 보고 결정할 것이다.

마침 베테랑이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라면 베테랑을 쉬게 하고, 젊은 선수에게 기회 줄 좋은 타이밍이 될 것이다. 항상 감독으로서 중요한 것은 정확한 결정을 정확한 타이밍에 하는 것이다. 현명한 결정은 타이밍(언제 하느냐)인 것 같다.

하지만 베테랑이 조금 더 무게를 두는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이 경기에서 배우고, 고참에게서 배우기도 하니까. 어린 선수들이 베테랑을 어느 정도 존중해줘야 하지 않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 존중이다. 일방적이지 않은 존중. 고참, 중간, 신인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SK라는 팀웍이고, SK 유니폼, 야구 경기, 팬을 존중해야 한다.

(베테랑의 가치를 인정해서 주장을 박정권으로 지명했다고 해석해도 되는가. 박정권이 최근 좀 부진했지만, 고참으로서 위치와 능력을 인정한 결정인가?) 박정권에게 주장을 맡긴 것은 단지 경험이 많다는 것보다는 성격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결정이었다.

여러 선수들을 지켜봤다. 베테랑, 중간급 등. 박정권이 모든 연령대 선수들과 편하게 상호작용하는 것을 봤다. 박정권과 개인 면담 때, 주장으로서 자질을 물어봤다. 다른 베테랑들에게도 어떤 요소들이 주장을 만드는지 물어봤다. 21년간 감독 생활을 하면서 많은 주장을 봐왔는데, 박정권 같은 주장은 별로 보지 못했다. 좋은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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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디테일을 강조했다. 캠프에서 봤을 때 SK 선수들이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는가. 청백전을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치른 효과는 무엇인지.

"청백전의 목적은 2가지다. 여러 상황에서 작전을 내서 제대로 실행하는 지를 보려고 복잡한 상황을 만들었다. 또 하나는 선수들이 해보지 않은, 이상한 상황에 어떻게 적응을 하는지 보려고 해봤다. 처음 치고는 수비도 잘 하고 만족스러웠다. 오늘 주루에서 굉장히 공격적인 플레이들이 나왔다. 선수들이 스스로 빨리 판단을 해서 잘 해내 만족스럽다.

타자들에게 강조한 것은 2스트라이크 플랜이었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서도 부담없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공략하더라. 우리의 목표가 삼진을 줄이고, 파워를 유지하는 것이다. 2스트라이크 이후 공략을 잘해야 한다. 정경배 코치가 굉장히 잘하고 있어서 만족스럽다.

투수들이 예민해서 좀 신경 쓰이지만, 데이브 존과 최상덕 투수 코치가 약간씩 교정을 하고 있다. 여태까지 잘 해주고 있다. 배터리 코치도 선수들을 잘 지도한다. 오늘 포수들의 블로킹에 만족한다. 투구가 원바운드로 튕길 때 주자가 2루로 뛰면 강한 송구를 보여줬다.

김인호, 정수성 주루코치는 상대방의 플레이를 미리 읽고 선수들이 실제 반응을 보이는 것에 열정적으로 가르친다. 박계원 수비코치도 굉장히 열심히 하다. 특히 수비 시프트에서도 열린 마음으로 따라와 준다. 나는 더블 플레이를 중요시한다. 더블 플레이 연습도 실수 없이 깔끔한 장면을 만들고 있어서 만족한다.

(삼진, 득점, 도루 등 지난해 드러난 SK의 부족한 점을 정확하게 빨리 파악하고 대비하는 것 같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 팀이 삼진은 많고, 득점권 타율은 낮았다. 특히 2스트라이트 이후 대응력, 3루 주자의 득점 부문이 비효율적이었다. 청백전과 연습에서 그런 부분을 강조하고 연습시키고 있다. 주루에서도 안 좋은 모습들이 많아서, 도루도 꼴찌 아닌가. 주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하게끔 계속 연습하고, 그러면서 공격적인 주루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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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아시아 야구는 미국처럼 마이너리그가 여러 단계로 나뉜 시스템과는 조금 다르다. 아직 당신이 보지 못한 선수들도 2군 캠프에서 훈련하고 있다. 1-2군간의 이상적인 시스템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니혼햄 시절에는 어떻게 운영했나.

"일단 1군-2군 엔트리 변경은 단장과 이야기할 것이다. 2군에 대해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는 안 할 계획이다. 그건 미스터 염(염경엽 단장)이 잘 관리할 것이다.

물론 2군 리포트가 올라오면 관심 갖고 보겠다. 2군에서 선수가 올라오는 것은 김성갑 수석코치, 손차훈 운영팀장과 상의도 할 것이다. 아직까지 2군 선수 이름도 잘 모른다. 관심은 어느 정도 갖고 있지만 얼굴을 볼 시간이 없었다.

(일본 니혼햄에서는?) 그 때도 2군 감독이 거의 알아서 2군을 운영했다. 특정 선수(중요 체크 선수)에 대해서는 단장이 감독이 공유하고, 협의해서 로스터를 운영하는 시스템을 생각하고 있다."

10) 단장은 올해는 팀을 만드는, 시스템을 정립하는 과정으로 보더라. 김광현이 수술로 빠졌고. 올해 목표, 순위를 어느 정도로 잡고 있는지.

"김광현은 없다. 이미 수술을 했고, 그건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김광현이 없다고 우리 팀이 낮게 평가되는 건 아니다. 우리 선수들에게 큰 기대를 갖고 있다.

선수들이 명심할 것은 이긴다, 반드시 승리한다를 생각하기 보다는 매 타석, 매 투구마다 프로세스에 충실한다면 우리는 기대보다 높은 순위에 있을 것이다.

김광현이 없는 상황은 만족 못하지만, 김광현 외에 다른 선수가 기회를 잡을 것이다. (단장도 같은 말을 하더라. 누군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튀어나올 것이라고) 누가 됐든,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선수에게 미리 말하고 싶다. 이 기회를 잡아라. 성공으로 가는 찬스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 올 시즌, 내년이 아닌 SK의 미래를 이어갈 재목들을 꼽을 수 있을까. 눈에 들어온 선수들이 있는가?) "여기에선 정식 게임이 아닌 청백전을 하고, 2차 캠프로 가서 많은 경기를 할 것이다. 아직 선수들의 플레이를 많이 보진 못했지만, 유격수 박승욱은 좋은 선수가 될 거다. 외야수 정진기도 수비 능력이 좋고, 임석진은 공격력이 좋다고 봤는데 수비도 잘하더라.

좌완 김성민은 제구는 안 좋았지만 재능은 보이고, 강한 공을 던진 김정빈도 좋은 재목이다. 오수호가 오늘 좋은 공을 던졌다. 지금 당장 등록할 수 없는 상황(오수호는 육성 선수다)이지만, 지금까지 굉장히 좋은 공을 던지고 있다." /orange@osen.co.kr [사진] 베로비치=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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