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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만담 실력도 국대급…김태균-최형우의 티격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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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日 오키나와) 이상철 기자] 지난 12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 중인 WBC 대표팀은 웃음꽃이 끊이지 않는다. ‘만담꾼’의 활약이 오키나와의 햇빛보다 더 빛나고 있다.

대표팀은 자유분방하고 왁자지껄하다. 엄격한 규율이나 강요도 없다. 훈련 프로그램은 큰 틀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선수들 자율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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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고 재미있는 형들이다. 김태균(오른쪽)과 최형우(왼쪽)는 입담을 과시하며 WBC 대표팀의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사진(日 오키나와)=옥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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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을 버리고 1달 빨리 페이스를 끌어올려야 한다. 좀만 무리해도 부상 우려가 있어 조정이 필요하다. 때문에 최대한 선수들의 의사를 적극 반영한다.

대표팀에 첫 발탁된 선수들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긴장감은 사라졌다. 타이트하지 않은 가운데 저마다 속도를 조절해 나간다.

무겁지 않다. 참 화기애애한 대표팀이다. 선수들은 하나같이 “분위기는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특히, 즐거운 분위기 조성을 즐기는 ‘설계자’가 있다. 야수조의 경우, 둘이다. WBC 대표팀 주장 김재호(32·두산)는 “형들의 유머로 정말 즐겁게 훈련하는 중이다. 내가 (주장으로서)딱히 할 게 없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1985년생 김재호에게 형인 선수는 대표팀 내 많지 않다. 그가 지칭한 형들은 김태균(35·한화)과 최형우(34·KIA)다. 형들이 분위기메이커다. 야구실력만큼이나 그 말솜씨도 화려하고 대단하다. 농담을 주고받으며 티격태격, 웃음을 유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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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은 WBC 대표팀 야수조의 맏형이다. 무게를 잡는 선배가 아니다. 그는 가벼운 농담을 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사진(日 오키나와)=옥영화 기자


에피소드 하나. 지난 13일 3개 조로 나눠 진행된 야수 훈련(러닝, 타격, 수비, 주루)이 끝난 뒤 웨이트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김태균과 최형우가 ‘한판(?)’ 붙었다.

포문을 연 건 최형우. “어제부터 웨이트만 20번 외치더니 하지 않겠다고? 웨이트를 어떻게 하는지 보여준다면서 막상 가려니 하기 싫다고 하네. 보고 배우려고 했더니.”

농담이다. 김태균이 진짜 하기 싫을 리 없다. 김태균도 응수했다. “이러다가 내가 하는 거 보고 깜짝 놀랄 거다. 아마 좋은 구경을 할거야.” 약간의 거드름을 피웠다. 밉지 않은 태도다.

둘의 대화에 주변은 웃음폭탄으로 초토화됐다.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졌다. 둘의 만담은 효과 만점이다.

이튿날 훈련에도 분위기를 주도하는 김태균과 최형우다. 둘은 함께 특타를 실시했다. 최형우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타격 훈련양이 부족해 추가 타격훈련을 했다. 특별한 건 아니다. 난 아직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척’하는 게 아니라는 최형우의 이야기에 옆에 있던 김태균이 웃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 “타격 3관왕은 역시 다르다. (후배지만)최형우를 보고 많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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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우는 대표팀 경험을 이제부터 쌓고 있다. 그러나 형이기도 하다.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김태균과 함께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사진(日 오키나와)=옥영화 기자


둘의 ‘밀당’은 계속된다. 전날 웨이트 이야기를 꺼내자 이번에는 김태균이 툭 한마디를 던졌다. “뒤에서 내 웨이트를 보더니 감탄사를 연발하더라.” 최형우도 그에 “와~진짜 맞아”라는 추임새와 함께 맞장구를 쳐줬다.

형들 덕분에 훈련을 마치고 정리하는 대표팀의 분위기는 끝까지 신이 났다. 서건창(28·넥센)은 “난 대표팀 루키다. 첫 훈련이라 긴장한 면이 있었다. 눈치도 좀 봤다. 그런데 (형들이)분위기를 띄워 긴장이 많이 풀렸다”라고 했다.

최형우도 서건창과 마찬가지로 메이저 국제대회 출전은 처음이다. 대표팀에 있는 게 신기하다던 그였다.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그가 ‘형’이기 때문이다.

추신수(35·텍사스), 정근우(35·한화) 등이 빠지면서 이대호(35·롯데), 김태균에 이어 야수조 서열 3위다. 이대호가 17일 합류 예정이라 김태균을 도와 야수조를 이끌어가야 한다.

최형우는 “형이라 그렇다. 나이가 있으니 눈치만 볼 수는 없다. 내가 나서야 한다. 그리고 훈련할 때도 조금 더 앞장서려고 한다. (그렇게 해)지금까지 대표팀 분위기 좋으니 기분이 좋다”라고 했다.

긍정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니 김태균도 만족스럽다. 김태균은 “각자 위치에서 잘 하던 선수들이다. 내가 굳이 할 이야기가 없다. 농담을 하면서 즐겁게 훈련하고자 할 뿐이다. 그렇게 되고 있어 좋다”라며 웃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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