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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스포츠 연구소] 영화 찍냐고요? 로봇이랑 훈련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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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보다 강한 '괴물 파트너' 로봇 시대 온다… 전문가들 "우즈 이길 기계도 곧 나올것"]

- 인공지능까지 탑재

탁구선수 공 궤적 실시간 분석

피칭머신은 커브·슬라이더 등 각종 변화구 자유자재로 던져

메시 슈팅 막고 홀인원 하기도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김용의(31)는 요즘 매일 공식 훈련이 시작되기 2~3시간 전 실내 훈련장에 나와 타격 연습을 한다. 그가 상대하는 투수는 시속 160㎞의 직구, 낙차 큰 커브와 슬라이더에 컷 패스트볼까지 마음껏 던진다. 오른손과 왼손을 모두 쓰고 지치지도 않는다. 타자가 원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다양한 구속·구질을 던진다. 전반기(4~6월) 타율 0.254에 그쳤던 김용의는 새로운 파트너와 '스파르타 훈련'을 거친 결과 7월 이후 타율 0.347의 맹타를 휘둘렀다. 그의 활약 속에 LG도 2년 만에 가을 야구를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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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스매싱 로봇 - ‘훈련 파트너’시대는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사진은‘쿠카 로봇 그룹’이 만든 로봇 쿠카와 독일 탁구 선수 티모 볼이 대결하는 모습. 쿠카는 리우패럴림픽 개막식에서 의족을 찬 장애인 스노보드 선수 에이미 퍼디와 춤을 추기도 했다. /쿠카 로봇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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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의의 '괴물 파트너'는 사람이 아닌 로봇이다. LG 트윈스는 지난 5월 새로운 로봇 피칭 머신 두 대를 구입했다. 이미 1·2군에 피칭 머신 열 대가 설치돼 있었지만, 대당 2000만원짜리 신제품을 추가한 것이다. LG 관계자는 "공을 발사하는 휠이 2 개(좌우)였던 기존 모델과 달리 휠 3개로 공을 뿌리기 때문에 다양한 회전이 걸린다"며 "정상급 투수 이상 가는 피칭 머신을 파트너 삼아 훈련하는 선수들이 큰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와 대결하는 스포츠 종목에서 훈련 파트너는 꼭 필요한 존재다. 하지만 앞으로 '인간' 훈련 파트너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로봇이 훈련 파트너의 영역을 야금야금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구의 피칭 머신은 '로봇 스포츠 파트너 세계'에서 명함을 내밀기도 어렵다. 이미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 파트너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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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없어도 돼 - 타자들은 160㎞대 강속구와 예리한 컨트롤의 변화구를 구사하는 피칭머신을 상대한다. 사진은 LG 트윈스 선수가 신형 피칭머신을 이용해 훈련하는 장면. /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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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전자과학기술대학은 배드민턴 로봇을 개발해 공개했다. 이 로봇은 탑재된 두 대의 HD카메라를 이용해 사람이 친 셔틀콕의 궤적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대응한다. 아직 프로 선수들의 강한 스매싱을 받아낼 정도는 아니지만, 홀로 배드민턴을 치고 싶어 하는 아마추어의 파트너로서 경기를 진행할 정도는 된다. 중국 CCTV는 "세계 최초의 완전 자동화 배드민턴 로봇"이라며 "조만간 프로 선수들의 훈련 파트너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진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간과 로봇의 대결도 흥미진진하다. 골프 로봇 '엘드릭'(타이거 우즈의 본명인 '엘드릭'과 같은 발음)은 지난 2월 PGA 투어 피닉스 오픈의 프로암 경기에서 다섯 번 티샷 만에 홀인원(16번홀·파3)을 기록해 갤러리들을 놀라게 했다. 이는 프로 골퍼들의 홀인원 확률(약 3000분의 1)보다 무려 600배나 높은 기록이다. 엘드릭의 개발자는 "머지않은 미래에 로봇이 타이거 우즈의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는 2013년 한 일본 TV쇼에 출연해 '로봇 골키퍼'와 승부를 벌였다. 당시 로봇은 시속 130㎞에 이르는 메시의 슈팅을 3번 중 2차례나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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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라운딩 도는 골프 로봇 - 인간과 라운딩을 하고 있는 골프 로봇‘엘드릭’(LDRIC). (오른쪽 사진)펜싱 로봇 - 인간과 검을 주고받는 펜싱 로봇. /LDRIC·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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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로봇 - 중국 전자과학기술대학이 개발한 배드민턴 로봇. /중국 C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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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훈련 파트너는 산업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들이 자기 기술의 우월성을 입증하기 위해 선보이는 경우가 많다. 지난 8일 일본의 한 로봇 전문업체는 자사 로봇이 최초의 탁구 코칭 로봇으로 기네스 세계 기록 인증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2013년 처음 개발돼 진화를 거듭해 온 이 로봇은 현재 탁구 선수의 공 궤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정확하게 반격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또 다른 업체는 세계적인 탁구 선수 티모 볼(독일)과 로봇의 탁구 대결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 영상에서 로봇은 볼의 스매싱과 드라이브, 커트를 능숙하게 받아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영상에 일부 연출이 가미됐지만 실제 로봇이 프로 선수들과 대등하게 싸울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석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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