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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英축구도 브렉시트 직격탄, 330명 유니폼 벗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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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 등 비상… EU출신 선수들 까다로운 허가 받아야]

A매치 출전 횟수 많지 않으면 프리미어리그 선수로 뛸 수 없어… 뉴캐슬 등 한번에 11명 잃을 수도

年3조원 중계권료도 줄어들 듯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Brexit)로 '축구 종가' 영국의 프로축구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24일 투표 결과대로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330여명의 EU 가입국 출신 선수가 영국을 떠나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잉글랜드 1부와 2부리그, 스코틀랜드 1부리그만 합한 숫자가 이렇다. 세계 최고의 흥행 리그로 꼽히는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 1부리그) 구단들이 선수단 운영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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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가디언 등 영국 매체들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EU 출신 선수 3명 중 2명이 취업 허가를 받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11명이 한 번에 팀을 떠나야 하는 구단까지 나올 전망이다. 그동안 다른 EU 국가 출신 선수들은 영국의 까다로운 '취업 허가'(work permit·영국 노동청이 자국 내 취업을 허가하는 절차)를 면제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취업 허가' 기준을 만족시키는 선수만 영국에서 뛸 수 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EU 국가 출신 선수는 총 160여명이며 BBC는 40여명만 취업 허가 조건을 만족시킬 것으로 봤다. 120여명이 떠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2부리그로 가면 사태는 더 심각하다. 180여 EU 출신 선수 중 20여명을 제외한 160여명이 취업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스코틀랜드 1부리그에서도 떠날 선수가 50여명에 달할 전망이다.

영국은 선수 취업 기준이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하다. 출신 국가의 FIFA 랭킹에 따라 '선수가 해당 국가의 A매치에 얼마나 뛰었는지'를 판단한다. '랭킹 1~10위 국가에서 뛴 선수는 지난 2년간의 국제 경기에서 30% 이상, 31~50위권 국가 선수는 75% 이상을 뛰어야 한다'는 식이다. 검증된 선수만 영국에서 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A매치에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유망 신인이나, 자국 대표팀에서 잘 활약하지 못했던 선수는 각 프로 구단의 에이스라 할지라도 취업 허가를 받지 못한다. 가디언 등 영국 매체들은 스페인 출신 골키퍼 데헤아(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유로2016에서 프랑스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디미트리 파예(웨스트햄)를 프리미어리그에서 더 이상 못 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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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데헤아(왼쪽), 프랑스 파예.


구단들은 당장 다음 시즌을 걱정하고 있다. 애스턴 빌라,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영국의 유로 탈퇴 시 각각 11명이 팀을 떠나야 한다. 25명으로 구성된 선수단의 44%에 해당한다. 기성용이 뛰는 스완지시티는 골키퍼를 맡은 선수가 모두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 팀의 1군 골키퍼 3명은 각각 폴란드·스웨덴·독일 출신이다.

'축구 비즈니스'도 어려워진다. 프리미어리그는 지난해 48억달러(약 5조7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전 유럽 프로 리그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자국 스타가 사라진 영국 축구는 해외 팬들에게 매력을 잃게 된다. 지난해 프리미어리그 중계권료 매출액은 25억달러(약 3조원)였지만, 앞으론 이런 매출을 장담할 수 없다.

리처드 스쿠다모어 프리미어리그 회장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브렉시트 투표를 앞두고 "비즈니스 차원에서라도 영국은 반드시 EU에 남아야 한다"며 잔류를 지지했다. UAE 거부 셰이크 만수르가 인수한 맨체스터 시티, 태국 면세점 기업이 인수한 레스터 시티 등 외국인 구단주의 투자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선수들을 사 모아 강팀을 만들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축구뿐 아니라 크리켓·럭비 리그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영국 럭비 리그에서 뛰는 EU 국가 출신 선수 72명은 '외국인 선수 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았지만, 앞으론 외국인 선수로 간주된다.

[임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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