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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이젠 마이크 잡고 '종범神'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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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스타·코치 거쳐 야구해설가로… 이종범의 '무한 도전']

"예능선 입담 뽐냈지만 해설은 만만치가 않네요

심리학부터 日만화까지… 수면제였던 책, 끼고 살아… 신인 때 첫타석 서듯 준비"

한 시즌 최다 도루(84개), 원년 백인천(0.412) 이후 한 시즌 최고 타율(0.393) 보유자, 지난해 넥센 서건창이 전인미답의 200안타 고지를 밟기 전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196개)도 갖고 있었던 1990년대 프로야구 최고 스타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45)이다.

2013, 2014년 두 시즌 동안 김응용 전 감독을 보좌해 한화 코치를 맡았던 그는 올해 마이크를 잡고 야구 해설위원으로 팬들 앞에 나타난다. 이종범의 입담과 유머 감각은 각종 토크쇼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MC를 쥐락펴락할 정도다. 하지만 이종범은 "말 잘하는 것과 팬들에게 야구에 대해 잘 설명해주는 것은 전혀 다르더라"고 엄살을 떨면서 "신인 때 첫 타석에 들어가는 기분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화에 빠진 '종범신'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가서 각 팀 선수들 붙잡고 인터뷰를 해보니 내가 기자가 된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마이크를 들이대니까 예전에는 그렇게 말 잘해주던 애들이 부담을 느껴서인지 속을 잘 안 털어놓더라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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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위원으로 변신한 이종범이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볼펜으로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종범은“프로 첫 타석에 서는 기분”이라며“별명(바람의 아들)처럼 시원한 해설로 시청자의 궁금증을 풀어 드리겠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이종범은 올 초 MBC스포츠+ 해설위원 제의를 받아들이면서, 겨울 내내 하루 6시간 이상 방송국에서 지난 시즌 해설 공부와 씨름했다. 경기 테이프를 영상만 틀어놓고 더빙한 다음 캐스터와 함께 잘된 점, 잘 안 된 점을 짚어나갔다.

최고 스타에서 코치, 그리고 야구 해설가로 변신한 이종범의 '야구 인생 3막'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이종범은 "그동안 내게 수면제 역할을 했던 책과 친해진 것"이라며 "내 일을 위해 책을 보니 토씨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게 되더라"라고 했다.

그가 읽은 책은 야구 서적보다는 심리학이나 자기 관리, 처세술과 관련된 것이 많다. 마냥 야구 얘기만 늘어놓기보다는 해설을 감칠맛 나게 버무려 줄 '반찬'이 많아야 팬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은 일본의 야구·농구 만화를 많이 봐요. 히데오와 히로가 나오는 'H2'에는 사랑과 우정이 담겨 있더라고요. 농구 만화인 슬램덩크는 감독보다 선수들 스스로 헤쳐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참, 그 누구더라? 강백호! 지칠 줄 모르는 사나이! 고사성어도 열심히 외우고 있어요. 지금까지 고생하면서 머릿속에 담은 내용 방송 때 한 번씩 다 써먹을 겁니다."

◇지금은 준비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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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선수로 최고에 올랐던 그가 야구 그라운드에 없다는 사실은 왠지 어색하다. 이종범은 2012년 은퇴한 뒤 6개월 정도 쉰 다음 해태 왕조를 이룩한 '코끼리' 김응용 감독의 부름을 받아 2년간 한화 코치로 일했다.

"2년간 팀 성적이 너무 안 좋아 보람보다는 반성을 많이 했어요. 저보다는 감독님이 마음고생을 더 많이 하셨죠. 하지만 밑바닥에서 겪은 경험이 지도자 생활을 다시 할 때 큰 재산이 될 겁니다."

이종범은 "아시안게임 때 한 번 해설을 했는데 야구가 달라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그라운드 안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부분을 볼 수 있어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고 해설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종범에게 해설가는 더 좋은 지도자가 되는 과정이다. 올해는 송진우·정민철·김선우 등 왕년의 전설적 스타들이 입담을 겨룬다. 이종범은 "경쟁의식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내 말 한마디가 팬들에게 어떻게 각인될까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다들 입담이 상당하더라고요. 각자의 색깔이 있겠지만 저는 선수들 입장에서 설명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아직 실전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두세 경기 해보면 뭔가 감이 잡힐 것 같아요. '바람의 아들'이라는 제 별명처럼 해설도 명쾌하게, 그리고 시원하게 해보겠습니다."

[강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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