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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117년만에 바뀐 탁구공 때문에… 주세혁, 초등생에 망신당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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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공 적응안돼 진땀승]

미세한 돌기 없이 표면 매끈… 회전 덜 걸려 수비파에 불리

"예전보다 힘을 두 배는 더 줘야 하는 것 같아요."

19일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제68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 묘기에 가까운 수비 탁구로 유명한 대표팀의 두 주축은 연방 고개를 저었다. 세계랭킹 12위의 서효원(27·렛츠런)은 여자 단식 32강 첫 경기에서 애를 먹었다. 상대는 귀화 선수 출신의 최효주(16·삼성생명). 서효원은 최효주의 거센 공격에 밀려 1세트를 9―11로 내줬다. 뒤이어 세 세트를 내리 따낸 서효원은 5세트에서 듀스까지 가는 접전(12―10) 끝에 4대1로 이겼다.

조선일보

남자 대표팀의 맏형 주세혁(34)은 단식 64강전에서 초등학생 김문수(12·성환초 6학년)에게 1세트(12―10)를 내줄 뻔했다. 4대0으로 누르긴 했지만 찜찜한 승리였다. 조재준(20·대우증권)과 벌인 32강에선 첫 두 세트를 뺏긴 뒤 4대2로 간신히 역전승했다. 수비 탁구를 구사하는 주세혁은 "내 예상으론 테이블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자꾸 밖으로 흘러나간다"고 말했다.

국내 최강자인 둘이 대회 초반 진땀을 흘린 가장 큰 이유는 바뀐 공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는 새롭게 공인구로 채택된 플라스틱 재질의 공이 첫선을 보였다. ITTF(국제탁구연맹)는 지난 8월 화재 위험이 큰 셀룰로이드 공의 항공 수송이 어렵다는 이유로 117년 만에 공인구를 교체했다. 내년부터는 모든 국제·국내 대회에서 새 공인구가 쓰인다.

플라스틱 공의 특징은 매끄러운 표면이다. 미세한 돌기가 있는 셀룰로이드 공과 달리 라켓 러버와의 마찰력이 적어 공에 회전이 덜 걸린다. ITTF에선 공의 회전량이 이전보다 30% 정도 떨어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커트 등 회전 위주의 기술이 주무기인 수비형 선수에겐 불리해진 변화. 대신 파워를 앞세운 선수들에겐 유리하게 작용한다. 기교파인 중국보다는 유럽 선수들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의 변화는 경기 양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브의 회전을 잘못 계산해 1~2구 안에 점수를 내주는 일이 줄고, 서로 공을 주고받는 횟수가 늘어났다. 동시에 상대에게 더 강한 공을 보내기 위한 스매싱 시도가 잦아졌다. 흥행 측면에선 극적인 랠리 승부가 많아져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손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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