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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황희찬, 잘츠부르크 입단… 6년간 공들여 키운 포항 허탈

"유럽에 뺏겨도 속수무책… 누가 유소년 육성 하겠나"

조선일보

고교 축구 지도자들은 포항제철고 스트라이커 황희찬(18·사진)을 두고 "황선홍, 이동국으로 이어지는 '대형 스트라이커'의 계보를 이을 재목"이라고 평가한다. 황희찬은 2학년이던 지난해 고교축구선수권에서 10골(6경기)을 터뜨리며 포항제철고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당시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상을 모두 거머쥔 황희찬은 올해에도 3개 전국 대회를 석권하는 동안 발군의 기량을 선보이며 포항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황희찬은 유럽행 비행기를 탔다. 오스트리아 클럽 잘츠부르크 레드불은 황희찬과 4년 6개월 계약을 했다고 17일 밝혔다. 잘츠부르크는 지난 시즌 자국 리그 정상에 오른 팀이다. 랄프 랑니크 단장은 "우리 구단에 꼭 맞는 공격수와 계약하게 돼 기쁘다"며 "황희찬이 팀의 축구 스타일과 새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2군 팀인 FC리퍼링에서 시즌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은 매우 난감한 분위기다. 포철중학교부터 6년 동안 공들여 키운 유망주를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유럽 클럽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포항은 지난 11월 프로축구연맹 드래프트에서 황희찬을 우선 지명했으나 이는 K리그 팀에서만 적용할 수 있는 제도다. 포항 관계자는 "우리 구단이 외국 클럽을 상대로 황희찬에 대한 우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장치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현재 프로축구연맹 규정 2장 제11조에는 '만 18세 이상을 신인 선수로 선발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FC바르셀로나(스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등의 유럽 클럽은 각 구단 소속 유망주와 만 16세부터 프로 또는 준프로 계약을 맺고 있다.

이종하 포항유소년 단장은 "국내 클럽도 자기들의 유스 팀에서 키운 유망주와 16세 때부터 계약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며 "이렇게 잘 키운 선수를 손도 써보지 못하고 유럽 클럽에 빼앗기는 일이 계속된다면 국내 어느 구단도 유소년 육성에 힘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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