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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임종률의 스포츠레터]'양상문, 온전한 1년이었다면' 아쉽지만 설레는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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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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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1년만 더 주세요' LG 양상문 감독은 팀이 최하위던 5월 팀을 맡아 가을야구는 물론 플레이오프까지 진출시키는 지도력을 보였다.(자료사진=LG 트윈스)


LG의 가을야구가 막을 내렸습니다. 10월의 마지막 밤 넥센과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에서 아쉽게 한국시리즈(KS) 진출권을 내줬습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PO 1승3패. LG는 지난해 '잠실 라이벌' 두산과 PO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

하지만 그 의미는 크게 달랐습니다. 정규리그 2위 돌풍을 일으킨 2013시즌은 11년 만의 한국시리즈(KS) 진출의 기대감으로 아쉬움이 컸다면 올해는 PO만도 잘 했다는 고마움이 팬들에게는 더 클 겁니다.

LG의 2014년은 워낙 출발이 좋지 않았습니다. LG는 4월 한때 11경기 1승10패 최악의 성적을 거두며 최하위에 처졌습니다. 4승1무13패, 책임을 지고 김기태 감독(현 KIA 감독)이 물러났습니다.

실망스러운 성적에 코치진 재계약 등 구단의 미지근한 지원까지 논란이 되면서 팀 분위기는 어지러웠습니다. 김 감독의 사퇴 만류와 새 감독 선임 등 어수선한 시간이 2주 가량 흘렀습니다.

▲양상문 감독, 5월 부임 후 빠르게 팀 정비

이때 후임 사령탑에 오른 인물이 양상문 감독(53)입니다. 5월 12일 부임 시점에서 LG의 성적은 10승23패1무로 9개 팀 중 여전히 최하위였습니다. 당시 4위 롯데와는 7.5경기 차. 2년 연속 포스트시즌(PS) 진출은 어렵게 보였습니다.

그랬던 LG였기에 가을야구에 나선 것만으로도 감사 그 자체였을 겁니다. 하지만 아쉬움의 앙금이 남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기도 합니다. LG의 기세가 워낙 좋았던 까닭입니다.

특히 LG 팬들이라면 '양상문 감독이 온전히 1년을 보냈다면…'이라는 가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 그랬다면 결과는 혹시 달라지지 않았을까. 스프링캠프부터 팀을 맡았다면 KS 진출팀이 바뀌진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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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웃을까' 양상문 감독은 올 시즌 경기 중에는 내내 심각한 얼굴로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웃거나 아쉬워 할 상황이 아니기도 했지만 그만큼 경기에 몰입했다.(자료사진=LG)


양 감독은 지난 2004년부터 암흑기의 롯데 사령탑을 맡아 부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부족한 전력에도 2005년 치열하게 4위 다툼을 했습니다. 양 감독은 그해 정규리그 MVP가 된 에이스 손민한을 전반기 막판 마무리로 쓰는 등 승부사 기질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롯데는 전력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5위에 머물렀습니다. 양 감독은 이대호(소프트뱅크)라는 4번 타자와 장원준, 강민호 등 향후 롯데의 10년을 이끌 동량들을 길러냈지만 아쉽게 지휘봉을 놓아야 했습니다.

재계약이 유력했지만 그룹 고위층은 다른 선택을 했고, 롯데 암흑기는 이어졌습니다. 팀 리빌딩 능력과 승부사 기질까지 갖춘 양 감독이기에 올해 더 아쉬운 가정이 남는 겁니다.

▲"스프링캠프에서 한 해 농사 결정"

넥센과 PO 기간 양 감독은 스프링캠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팀의 한 해 농사는 시즌 전 봄 훈련 기간 결정된다는 겁니다.

양 감독은 "경기 수가 많아 시즌을 치르면서 전력을 맞춰가는 메이저리그와 달리 한국 프로야구는 전력이 스프링캠프에서 완성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삼성처럼 최근 매년 KS에 나선 팀은 좀 다르다"면서 "회복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즌 중반 제 실력이 나오는데 그래도 워낙 전력이 좋아 우승에 이른다"고 보충 설명했습니다.

삼성처럼 완전체가 아닌 이상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새 전략을 갈고 닦을 시간은 스프링캠프라는 겁니다. 양 감독은 "LG의 스프링캠프 분위기가 워낙 좋았다. 그래서 해설위원으로 보기에 반드시 4강 전력이라고 봤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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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는 양상문 감독.(자료사진=LG)


실제로 양 감독은 시즌 중 4위가 한없이 멀어보였을 때도 "아직 4강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습니다. 그러더니 기어이 가을야구로 팀을 이끈 겁니다.

양 감독은 명투수와 코치 출신답게 LG의 마운드에 환골탈태를 가져왔습니다. 신재웅의 잠재력과 특성을 깊게 파악해 불펜으로만 고정, 시속 150km가 넘는 파이어볼러로 키워냈습니다. 시즌 초반 헤매던 선발 코리 리오단을 원포인트 레슨으로 에이스로 만들었습니다.

▲강력한 마운드 건설했지만 공격력까지는 아직

하지만 공격력까지 갖춘 팀으로 만들기는 어려웠습니다. 양 감독은 PO 4차전 뒤 "올해 불펜을 강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올해 팀 컬러"라면서도 "하지만 넥센의 공격력이나 예전 SK-두산의 기동력 등 공격의 컬러는 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이어 "오늘 4회 1점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 주자 3루에서 땅볼로라도 점수를 낼 수 있는 야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정한 강팀으로 가려면 승부처에서 필히 득점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LG는 이번 PO에서 넥센의 세밀한 작전을 역이용하기도 했지만 더블 스틸 허용 등 다소 허점을 보인 것도 사실입니다. 크게 보면 작전 야구, 단 시간에 만들어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스프링캠프에서 수없이 훈련에 훈련을 거듭해 체득해야만 채워지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올해 LG 스프링캠프 때 양상문의 부재가 더 아쉽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양상문의 온전한 1년이었다면'이라는 가정이 떠오르는 이유입니다.

▲"내년 공격력에서 팀 컬러를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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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LG의 기적을 가능하게 했던 문구' 양상문 감독이 넥센과 플레이오프 4차전으로 시즌을 마무리한 뒤 성원해준 팬들에게 답례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LG)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설레는 가정법이기도 합니다. 만약 내년 양상문 감독이 스프링캠프 때부터 팀을 맡아 이끈다면? 2015시즌이 기대되는 까닭입니다.

양 감독은 PO를 마친 뒤 "정말 이 정도는 생각도 못했고 천천히 천천히 창피를 당하지 않는 팀, 투타 밸런스가 맞는 팀 만들기 위해서 선수들, 코칭스태프와 노력했다"고 한 시즌을 돌아봤습니다. 이어 "솔직히 진 것이 화가 나지만 좋은 시즌을 치렀고, 내년 더 철저히 준비를 해서 힘들게 시즌을 끌고 가지 않는 그런 팀을 만들겠다"고 다짐도 했습니다.

리그 정상급으로 올라선 마운드보다 공격력 강화를 꾀할 전망입니다. 양 감독은 "발이 느린 선수를 갑자기 빠르게 할 수는 없다"면서 "공격적인 부분에서 어떤 방향으로라도 팀 컬러를 만들어야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벌써부터 단내가 날 LG의 스프링캠프가 상상이 됩니다. 그러나 내년 시즌에 대한 확신과 설렘도 가득할 것이라고도 가정해봅니다.

p.s-양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앞서 "휴대 전화기를 꺼놓겠다"고 선언을 했죠. 지인들의 입장권 부탁을 거절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그만큼 승부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습니다. PO 4차전과 인터뷰 등 모든 일정이 끝나고 양 감독에게 "어려운 팀을 맡아 가을야구까지 이끌기까지 고생하셨고, 내년 더 멋진 야구를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자정이 지나 새벽 1시 전에 고맙다는 답장이 왔습니다. 아마도 그때쯤 전화기를 켠 것이겠죠. 온 정신을 집중했던 올해 가을야구는 꺼지고 2015시즌이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할 겁니다. 내년 10월 말 온전한 1년을 보낸 양상문과 LG 야구의 결과가 궁금합니다.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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