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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잠실의 가을은 ‘뜨거웠고’ 더그아웃 뒤 LG는 ‘차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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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PO) 진출이 확정된 순간. 잠실구장을 가득 채운 2만6000명의 관중들은 일제히 기립해 엄청난 함성을 쏟아냈다. 그러나 LG 선수단은 달랐다.

LG는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준PO 4차전에서 NC 다이노스를 11-3으로 이기고 시리즈 3승1패로 PO에 진출했다. 정규시즌 최하위에서 4위로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한 LG는 NC마저 무너뜨리고 감격적인 PO 진출을 성사시켰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4할대 팀 최초의 PO행.

매일경제

입을 굳게 다문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이 선수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칭찬을 대신하고 있다. 사진(잠실)=한희재 기자


잠실구장의 열기는 온도 측정이 불가능했다. LG 팬들은 7회말 대량 6점을 뽑아내며 승기를 굳히는 순간 이미 가을 축제를 마음껏 즐겼다. 잠실구장에서는 파도타기 응원이 시작됐고 유광점퍼 물결로 장사진을 이뤘다. LG 구단 관계자는 “이렇게 원통으로 파도타기를 하는 것은 처음 본다. 정말 소름이 돋는 순간이다”라며 감격했다.

LG 선수단은 어땠을까. PO 진출이 확정된 순간 LG 선수들은 뜨겁게 환호했다. 그들의 눈에서는 감동이 느껴졌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선수들은 거짓말처럼 평정심을 찾기 시작했다.

시작은 양상문 LG 감독부터였다. 양 감독은 축하 인사를 간단히 받은 뒤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빠져나간 직후 텅빈 더그아웃 벤치에 홀로 앉아 있었다. 차분히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한동안 침묵을 지킨 채 그라운드를 응시하던 양 감독은 정리가 된 듯 자리를 털고 일어나 기자회견장으로 향했다.

LG 코치진들은 물론 선수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수들은 빠르게 더그아웃을 빠져나가 라커룸에 자리를 잡았다. 마치 패배를 당한 팀처럼 차분했다. 준PO가 끝났다고 들 떠 기뻐하는 선수는 없었다. 선수들은 축하의 인사를 받으며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했다. 더 이상의 흥분은 없었다.

LG는 그렇게 ‘엘넥라시코’ 라이벌전인 PO 넥센 히어로즈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양 감독이 선수들을 일깨우기 위해 걸어놓은 캐츠프레이즈처럼 더 강해지기 위한 준비였다.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강하다’

LG와 넥센의 PO 1차전은 27일 오후 6시30분 목동구장에서 열린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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