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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도톤보리강에 ‘풍덩’…오사카의 ‘돌신님 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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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오승환, 포스트시즌서 4세이브

한신 9년만에 일본시리즈 견인

팬들 “수천명 강에 뛰어들 기세”

돌직구 강인함·헌신성에 매료

오 “모든 것 쏟아붓겠다” 화답

25일 이대호 소프트뱅크와 격돌


일본 오사카 시내를 흐르는 도톤보리강이 ‘오승환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가 오승환(32)의 활약을 앞세워 9년 만에 일본시리즈 챔피언 도전에 나서자 열혈팬들이 이 강에 뛰어드는 ‘다이빙 세리머니’를 준비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최근 보도했다.

세리머니는 오승환이 18일 클라이맥스시리즈 파이널스테이지 최종전에서 한신의 일본시리즈 진출을 이끈 순간에도 벌어졌다. 이날 도톤보리강 에비스 다리에 몰린 5000여명의 한신 팬들 가운데 일부가 강으로 뛰어들었다. 도톤보리강은 한신이 리그 우승을 차지한 2003년과 2005년 열혈 세리머니 도중 불행한 익사 사고가 벌어졌다. 그만큼 한신 야구팬들의 열정을 상징하는 곳이다. 팬들은 “이게 다 이시가미사마(石神樣·‘돌신님’이란 뜻으로 오승환을 일컫는 말) 때문이다. 일본시리즈에서 우승하면 수천명이 강에 뛰어들 기세”라고 말하고 있다. 오승환은 요미우리와 함께 최고 인기 구단이면서도 1985년 이후 챔피언에 오르지 못한 한신의 한을 풀어줄 ‘수호신’ 대접을 받고 있다.

오승환의 성적을 보면 이런 기대가 무색하지 않다. 오승환은 일본 데뷔 시즌인 올해 64경기에서 2승4패39세이브로 팀 승리(75승68패1무)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평균자책점은 1.76에 불과하다. 포스트시즌에는 더 강렬했다. 전체 6경기에 모두 나와 단 2실점만 내주며 4세이브를 올렸다. 한 경기 3이닝 투구를 비롯해 포스트시즌 전체 투구이닝이 선발 완투에 가까운 8⅓회에 이른다. 클라이맥스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도 올랐다.

‘돌직구’로 상징되는 오승환의 강인함과 몸을 돌보지 않고 팀에 헌신하는 태도가 일본 특유의 ‘쇼쿠닌 곤조’(장인 근성) 문화와 맞아떨어지면서 다른 외국인선수를 뛰어넘는 인기를 얻고 있다. 포스트시즌 분수령이 된 클라이맥스시리즈 퍼스트스테이지 2차전에서 3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투구가 대표적이다. 와다 유타카 한신 감독이 “오승환한테 무리한 등판이었는데 끝까지 잘 던져줬다. 미안하고 고맙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울 정도였다.

와다 감독은 파이널스테이지 마지막 4차전에서 이미 8-2로 승부가 갈린 뒤에도 오승환이 마지막 순간에 마운드에 남도록 배려했다. 오승환의 팀 내 위치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오승환은 일본시리즈를 앞두고 “(정규리그 마지막 5경기를 포함해) 18경기 연투도 할 수 있다. 일본시리즈가 끝나면 시즌이 모두 끝난다. 모든 걸 쏟아붓겠다”며 기염을 토했다. 일본 언론들은 “오승환의 돌직구가 가을에는 강철직구로 변한다”는 표현으로 경의를 표하고 있다. “오승환이 돌직구에 영혼을 품었다”(<산케이스포츠>), “등번호 22번(오승환)이 팀을 미답의 땅에 도달하게 했다”(<마이니치신문>)는 평가도 나왔다. 국내에서 ‘끝판대장’, ‘돌부처’로 불리던 별명은 ‘지배자’, ‘돌신님’으로 격상됐다. 이광환 <에스비에스 스포츠> 해설위원은 “오승환이 최고의 기량을 가졌을 뿐 아니라 말이 없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는 스타일이다. 팀에 헌신하고 일본 선수들까지 배려하는 태도에 일본 야구계와 팬들이 환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승환이 일본시리즈에서 이대호(32·소프트뱅크 호크스)와 맞대결을 펼치게 돼 더욱 극적인 장면이 예상된다. 나란히 1982년생인 이들은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상대 전적에서는 이대호가 오승환을 상대로 한국에서 25타수8안타(타율 0.320) 3홈런을 기록했고, 일본에서도 지난 5월 교류전에서 안타(1타수1안타)를 때려내는 등 조금 앞선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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