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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뭐, 이런 개똥같은 남자…왠지 끌린다 [이진호 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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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딱人 - 딱TV가 각 분야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며 성공을 향해 가는 사람들을 찾아 갑니다. 어디서도 보고 듣기 어려운 노하우와 경험, 자신만의 '딱 한 수'를 가진 그들의 이야기를 딱TV가 전해드립니다.

[[딱TV]특별한 딱! 한 사람 '딱人'…개그맨 이진호]

같은 직장을 다니는 남녀의 '썸'(Some) 타는 이야기에 '폭력'이 가미된다면? 이 막장 드라마 같은 상황이 묘하게 웃음과 달달함을 준다. 두 남녀가 맞닥뜨리는 '썸'인 듯, '썸' 아닌, '썸' 같은 상황…그래서 '쌈'(Ssam)이다.

바로 tvN 채널의 코미디빅리그(이하 코빅) '썸&쌈'의 이야기다. '썸' 유행을 빠르게 캐치해 코미디 소재로 녹여내 장기간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초기에는 달달함을 맡은 '썸' 커플(유상무·장도연)과 막말과 몸개그를 맡은 '쌈' 커플(이진호·박나래)의 역할 분담이 확실했다.

이 코너의 매력은 유상무가 담당해왔다. 회사 사장이지만 신입사원 행세를 하면서, 선배 역할에 충실하려는 순진한 여직원(장도연)에게 자상하고 로맨틱한 배려를 보여주는 그의 연기는 달달하다 못해 진해지고 있다.

그런데, '쌈' 커플에서도 의외의 반전 매력이 발견된다. 여성에게 막말과 폭력을 일삼는 '못된 남자' 이진호가 주인공이다. 상대역 박나래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넨 적 없지만, 그 둘 사이에 미묘한 '케미'가 발견된다. 심지어 심의를 고려한 최대 수위의 막말 "개똥 가은 소리하고 있네"를 외칠 때마다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짜릿한 희열이란…

소위 '나쁜 남자' 트렌드에 끼워넣기엔 외모나 스펙이 상당히 부족하다. 그런데도 왠지 볼수록 매력있다. 어디 대놓고 "연예인 중에 난 이진호가 좋아"라고 말하긴 망설여진다. 그럼에도 마니아 팬들이 적지 않다.

1986년생, 올해로 만 28살의 개그맨 이진호의 불가사의한 매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썸앤쌈' 코너로 이른바 '개똥남'이란 별명을 얻은 그를 찾아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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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녀 : 연기하는 모습만 보면 전형적인 '나쁜 남자'다.

▷▷이진호 : 모르겠다. 상대방이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냥 난 가식을 안 좋아하는 것 뿐이다.

▶▶인턴녀 : '썸앤쌈'에서 박나래와 호흡이 척척 맞는데, 혹시 진짜 사귀는 건…?

▷▷이진호 : (짜증내며)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다. 무대에서 박나래와 연기하다 보면 실제로 짜증이 확 난다. (웃음) 나 보고 무대에서 연기 잘한다고 이야기들 하는데, 박나래와 연기해 보면 그 짜증이 반쯤은 진심이 된다.

▶▶인턴녀 : 그렇다면 평소에도 여자들에게 그렇게 막 대하나?

▷▷이진호 : 이 사람이…나 원래 예절있게 행동하는 사람이다. 연기와는 전혀 다른다.

▶▶인턴녀 : 전형적인 '나쁜 남자'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이진호 : 물론, 상황에 따라선 그렇지만…이유없이 계속 못 되게 구는 사람이 어딨나.

▶▶인턴녀 : 팬들에게도 막 대한다고…

▷▷이진호 : 막 대한다기 보다는 편하게 해주는 거다. 한 번은 팬이 도넛을 들고 와서 기다리길래, "이런 거 말고 담배로 바꿔 와" 이렇게 말해준 적은 있다.

▶▶인턴녀 : '못된 남자' 맞구만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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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앤쌈' 코너의 최대 유행어는 "개똥 같은 소리 하고 있네~"이다. 이 대사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를 얻을까 궁금해진다. 그래서 이진호의 과거를 훑어 보니 확실히 평범하지는 않다.

SBS '웃찾사'로 시작해 그가 연기한 대다수 캐릭터는 신경질적이고 '버럭' 하는 게 일상이다. '썸앤쌈'은 그 못된 캐릭터를 로맨틱 코미디에 끼워넣었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단, 그의 연기를 단지 '버럭 개그'로 설명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던지는 단어와 문장 하나가 낯설고 새롭다. 마치 4차원 세계에서 튀어나온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의 개그를 정의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화성 개그'다.

▶▶인턴녀 : 당신 개그 재미있긴 한데, 왜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이진호 : '21세기형 개그맨'이라는 소리 많이 듣는다. 10년 전에 방송사 제작진은 "개그가 지금 시대랑 조금 안 맞는 것 같다"고 하더라. 어른들은 이해 못한다. 우리 부모님도 내 개그 보고 웃은 적이 없다. 처음 웃은 게 '썸앤쌈'이다.

▶▶인턴녀 : '21세기형 개그'란 무엇인가?

▷▷이진호 : 딱히 설명할 순 없고 그냥 '내 스타일 개그'다.

▶▶인턴녀 : '화성 개그'라고 부르는 건 어떤가?

▷▷이진호 : '화성 돌아이'라는 말 많이 들었다. 개그맨들 중에서도 특이한 케이스다. 발상 자체가 다르다고… 뭐, 사실 웃음에 이유가 필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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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의 고향은 경기도 화성시다. 그의 '끼'를 소화하기에 화성은 너무 좁았다. '장난기 심한 아이' 정도로 봐주면 감사한 일. 사고도 많이 치고 다녔다. 철없을 그 시절부터 개그맨을 꿈꿨으니 '천직'이 따로 없다.

스무살이 되던 해에 무작정 상경한 이진호는 결국 SBS '웃찾사'를 통해 원하는 개그맨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화성에서 막 상경한 이진호의 독특한 웃음 포인트에 '화성 개그'라는 수식어가 붙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아무 대책없이 상경하던 이진호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이가 바로 이용진이다. 둘은 오랜 기간 개그 코너를 함께 꾸미며 '단짝'으로 활동해왔다.

▶▶인턴녀 : 남윤호, 이용진 등과 함께 셋이서 활동 계속했는데?

▷▷이진호 : 주로 그랬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인턴녀 : 혼자서도 모자라 친구까지 끌어 들이나?

▷▷이진호 : 처음부터 이용진을 꼬드겨서 같이 개그맨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울에 같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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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녀 : 대체 왜 그런 생각을 했지?

▷▷이진호 : 지상파 방송에 학교를 방문해서 촬영하는 예능 프로그램, '가슴을 열어라' 비슷한 것이 있었다. 내가 입학하기 전 그 중학교에서 촬영했는데 1등이 이용진이었다. 내가 입학하고 다시 프로그램 촬영이 있었는데 이번엔 내가 1등, 이용진이 2등을 했다. 개그 코드가 맞는 것 같아 친하게 지내다 내가 먼저 ‘우리 개그맨 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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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녀 : 개그맨이 꿈인데 왜 농업 고등학교로 진학했나?

▷▷이진호 : 그냥 집에서 가까워서. 뭐 어차피 개그맨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할 거였고. 공부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인턴녀 : 사고가 참 독특하다. 취미도 남다를 것 같은데?

▷▷이진호 : 그냥 혼자 있기. 노래 듣거나 혼자 여행 가거나…영화도 보긴 하는데 자막 읽기 싫어서 외국 영화는 전혀 안 본다. '쓰레기'라고 욕 먹는 영화라도 한국 영화만 본다.

▶▶인턴녀 : 좀 더 마니악한 취미는 없나?

▷▷이진호 : 집에서 요리하는 거? 고등학교에서 식품과 전공했다. 한식, 제과제빵 자격증도 있다.

▶▶인턴녀 : 음…개그맨으로 인기도 얻었는데, 앞으로 계획이나 미래 비전 같은 건?

▷▷이진호 :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도 해보고 싶고, MC는 싫은데 옆에 패널로 깐족거리는 거 해보고 싶다. 유재석, 신동엽 말고 박명수 같은?

▶▶인턴녀 : 박명수가 롤 모델?

▷▷이진호 : 딱히 그런 건 아닌데…내가 가야 할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람?

▶▶인턴녀 : 취미도 그저 그렇고…삶의 낙이 뭔가?

▷▷이진호 : 좋은 것 먹고, 좋은 곳에서 노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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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당연하고, 어찌 보면 쉽지 않은 인생 목표다. 그런데 이진호는 어이없을 만큼 그의 인생관을 잘 실천하고 있다. '돈은 있을 때 다 쓰자' 라고 말하긴 쉬워도 어디 사람 마음이 그럴까.

▶▶인턴녀 : 돈이 한 푼도 없다고?

▷▷이진호 : 군대 가기 전까지 돈을 있을 때 다 쓰자는 마음으로 살았다. 2007년 당시 22살에 통장에 400만원 있었는데, 대출받아서 9000만원대 최고 사양 외제차 뽑았다. 강남에서 비싼 데 월세도 얻고. 그 때부터 할부금 대출이자 갚느라 열심히 일할 수 밖에 없었다. '웅이 아버지'로 뜬 덕분에 빚은 어떻게 해결이 되더라.

▶▶인턴녀 : 돈에 연연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군…그런데 연애는?

▷▷이진호 :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막상 하려 들면 귀찮다. 카톡에 답장도 해야 되고…사소한 것들 생각만으로도 스트레스다. 자유롭고 싶고 구속당하는 게 싫어서. 군대도 나와는 너무 안 맞더라.

▶▶인턴녀 : 군대가 적성에 맞다는 사람은 못 봤지만…아무튼, 결혼은?

▷▷이진호 : 늦게 할 거다. 연애도 잘 못하는데 결혼은 무슨. 뭐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막상 내 자신을 못 보여주는 것 같아서 쉽지 않다.

▶▶인턴녀 : 이진호 좋아하는 팬들 성향이 좀 독특한 듯?

▷▷이진호 : 과거엔 '마니아' 밖에 없었다. 그나마 최근엔 팬층이 넓어져서 '일반인'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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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에게 '팬서비스'를 기대하긴 어렵다. 다정한 인사 대신 무뚝뚝하고 툭툭 거리는 말투를 던진다. 그래도 좋다는 팬들은 그를 계속 찾지만 말이다.

도넛을 사온 팬에게 '담배로 바꿔오라'고 겁없이 요구하는 이진호, 나쁜 남자는 맞는데…그보다 아직 지구인이 덜 된 것 같다.

그의 개그를 보면서 나보다 어린아이들이 더 깔깔거리며 배꼽을 잡는 걸 보면, '21세기형 개그'는 미래가 더 밝을 지도 모르겠다.

['대세' 개그맨 이진호 특집 인터뷰]

이진호 인터뷰① - '딱人' 선정 이진호의 화성개그 10년사 [인포그래픽]

이진호 인터뷰② - 인턴녀의 '개똥남' 이진호 인터뷰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9월 24일 실린 기사입니다.

이소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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