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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왼손잡이 17세 김청용 … '롤 모델' 진종오를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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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시안게임] 고교 2학년, 한국 첫 2관왕

집중력 뛰어나 결선서도 만점 쏴

4년 전 돌아가신 부친 설득해 입문

우승 순간 하늘 향해 손 흔들어

진종오 "새로운 영웅 탄생 기뻐"

앳된 얼굴의 고교생은 금메달을 확정 짓는 순간 허공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신 아버지를 향한 세리머니였다.

김청용(17·청주 흥덕고2)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첫 2관왕에 올랐다. 김청용은 21일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201.2점을 쏴 금메달을 따냈다. 앞서 김청용은 본선에서 진종오(35·KT)·이대명(26·KB국민은행)과 함께 단체전 금메달도 합작해 대회 첫 2관왕에 올랐다.

김청용이 총을 처음 잡은 것은 2010년 12월이었다. 중학교 1학년이던 그해 겨울 김청용은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그때 체육 선생님이 찾아와 말했다. “총 쏘고 싶은 사람은 나와라.” 소년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체육 선생님을 따라 나섰다. 그렇지만 태권도 선수 출신인 아버지는 아들이 사격하는 걸 반대했다. 운동선수의 길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격의 매력에 흠뻑 빠진 김청용은 총을 잡게 해 달라고 졸랐다. 아버지는 “2등은 없다. 시작할 거면 끝까지 해서 1등을 해라”고 말한 뒤 허락했다.

아버지 김주훈씨는 다음날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났다. 갈비뼈에 금이 가 병원에 갔는데 세 시간 만에 숨을 거뒀다. 의료사고라고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김청용은 아버지를 잃었다. 그러나 14세 소년은 씩씩했다. 엄마를 끌어안고 “엄마와 누나는 내가 지킨다. 꼭 호강시켜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김청용의 스승인 박은규 흥덕고 코치는 “청용이는 힘이 들 때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도와달라고 기도하며 훈련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김청용은 왼손잡이다. 왼손잡이 사격 선수는 전국에서 5명도 안 된다. 옆 사대에 선 오른손잡이 선수는 김청용을 마주 보면서 부담감을 느끼기도 한다.

김청용은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3개를 딴 진종오를 롤 모델로 생각하고 그의 장점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했다. 진종오는 김청용에게 “사격은 몸이 아닌 마음으로 쏘는 것”이라고 조언해줬다.

김청용은 수줍음을 잘 타지만 사대에 오르면 눈빛이 달라진다. 이날도 김청용은 본선 4위로 결선에 올랐지만 최하위 한 명씩 탈락하는 8발째부터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11번째 발에서는 결선에서 잘 안 나오는 10.9점 만점을 명중시켰다.

어머니 오세명(46)씨는 아들이 사대에서 총을 쏠 때마다 고개를 돌렸다가 ‘탕’ 소리가 난 뒤에야 아들을 쳐다봤다. 오씨는 “청용이가 비염이 심한데 도핑검사 때문에 약을 먹지 못했다”며 “희한하게도 청용이는 경기장에만 가면 비염 증세가 사라진다. 먼저 간 남편이 돕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종오는 경기를 마친 뒤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기뻐해 달라”고 말했다. 김청용은 “태극기가 올라가는 걸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 아버지 산소에 찾아가 인사를 드려야겠다”고 말했다.

인천=박린 기자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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