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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인터뷰] ‘닥터 차정숙’ 김대진 PD “로이킴 엔딩, 나도 섭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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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 엔딩 아니라 아쉽단 반응 있지만, 이게 맞다 생각했다”
“불쾌한 소재, 불편하게 가고 싶지 않았다”
“크론병 논란, ‘아차’ 싶었다”


스타투데이

‘닥터 차정숙’ 김대진 PD . 사진ㅣ강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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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주말극 ‘닥터 차정숙’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다 잡은 드라마였다. 생사의 갈림길을 지나고서야 진정한 ‘나’를 찾아 나서게 된 차정숙의 이야기는 세상 모든 ‘차정숙’들을 소환하며 위로하고 응원했다.

차정숙의 복수 방식은 뻔하지 않았고 직관적이면서도 유쾌했다. 엔딩 역시 화해나 재결합이 아닌 이혼 후 병원을 개업하고 새 삶을 시작하는 내용으로 마무리 되면서 시대 변화를 느끼게 했다.

첫회 4.9%에서 시작한 이 드라마는 지난 4일 자체 최고 시청률인 18.5%로 종영했다. MBC 출신 김대진 PD의 첫 흥행작이 됐다.

지난 7일 서울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대진 PD는 “결국 공감의 힘이었던 것 같다”며 “좌절했다가 다시 일어서게 됐다는 전국의 수많은 정숙이 사연들을 전해들으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다음은 김 PD와 일문일답.

Q. 이혼 엔딩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엔딩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일부 시청자는 불륜을 저지른 서인호(김병철 분)와 최승희(명세빈 분)가 파멸하거나 추락하지 않았던 점이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그동안 이런 장르, 이런 캐릭터에 대해 무조건 파멸하고, 망해야 한다고 학습된 것도 있는 것 같다. ‘닥터 차정숙’이란 드라마 톤을 생각하면 지금의 엔딩이 맞다고 본다. 인호가 완전히 파멸해서 거지가 되고 정숙(엄정화 분)이 벌을 준다면 마지막에 정숙의 얼굴이 그렇게 편안하고 따뜻해 보일 수 있었을까. 인호가 다 이룬 것 같지만 사실 병원장은 허울에 불과하다. 가족을 다 잃고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니까 승희와 정숙에게도 계속 끌려다닌다.

Q. 5년 전이라면 이혼 엔딩이 불가능 했을 거란 얘기도 있다

그랬을 것 같다. 시청자들의 ‘이혼해야 돼’ 하는 반응을 보면서 ‘이거 이혼 안 했으면 어쩔 뻔했어’ 안도했다.(웃음) 사전 제작 드라마니까 다 찍어놨는데.

Q. ‘로이킴 엔딩’에 섭섭해 하는 반응이 많다

나도 섭섭했다. 작가님에게 다른 건 모르겠는데 이 부분은 고치고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작가님 입장에서는 로이가 나이도 먹었고, 차정숙과 연결시킬 계획도 없었다. 차정숙은 남자들로부터 독립해서 자기 삶을 찾는 엔딩인데, (로이킴만) 계속 바라만 보고 있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더라.

Q. 그래도 열린 결말도 있을텐데

로이는 판타지의 영역으로 봤다. 정숙이랑 뭘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인기있는 의사로 다니면서 새로운 신입이 ‘저 분 누구야’ 하고 바라보고, 다른 사람에게 곁을 주지 않는 모습도 좋지 않나. 모두가 로이도 행복했으면 좋겠단 의견이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정숙이를 보면서 마음이 갔고 부족했던 모성을 채우려는 욕구가 있었다. 정숙을 통해 마음이 많이 치료됐다. 혼자 놔두는 것 보다는 다른 사람과 시작하는 단계까지는 가도 좋지 않겠나 싶었다. 민우혁 씨도 워낙 다정한 사람이다. 그 장면을 안 찍고 싶다고 투덜거려놓고 너무 다정하게 손을 어깨에 올리더라.(웃음) 그래서 최대한 짧게 얼른 ‘컷’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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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PD는 드라마 성공 이유를 “공감의 힘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사진ㅣ강 엔터테인먼트


Q. 시청률 20%는 넘지 못했지만 이런 인기를 예상했나

사실 내부 시사 당시 반응이 별로였다. 편집 단계에서 제일 많이 들은 게 ‘연진아’였는데, 어느 순간 ‘차정숙, 정숙이’를 많이 듣게 됐다. 이게 맞는지 우리끼리도 신기해했다.

Q. 최근 여배우가 이끈 드라마가 잘됐다. 부담감은 없었나

학교 다닐 때 정화 누나는 슈퍼스타였다. 가수와 배우로 동시에 톱까지 찍은 분이다. 같이 일하는 게 믿기지 않았다. 김혜수, 전도연 등 연차있는 여배우들이 대박을 쳤는데 엄정화 등판 시기가 다가오면서 부담도 있었다. 여기서 ‘삑사리’ 나면 안 되는데··· 걱정했다. 시청자들이 엄정화라는 당대 최고의 가수이자 배우가 걸어온 길과 차정숙이라는 캐릭터 서사를 겹쳐서 봐주신 것 같다.

Q. 불륜 혼외자 등이 코믹 터치로 희석됐고 미화됐다는 지적도 있다

작가님과 처음 대본을 갖고 얘기할 때 ‘이거 불륜 드라마 아니냐’ 한다면, 그게 서운하다는 거다. 불륜이란 소재가 들어가지만 작가는 그걸 정통으로 다룰 생각이 없었다. 장치 중 하나였다. 어차피 그 소재를 갖고 ‘부부의 세계’처럼 갈 것도 아니고 그런 목적도 아니었다. 차정숙은 간이식을 받고 시험도 쳐야 하고, 아들과 병원에서 동기로 만나고 여러 장애물이 생긴다. 이것도 수많은 장애물 중 하나였다. 불쾌한 소재를 갖고 있지만 불편하지 않게 가고 싶다는 계획은 있었다. 그런데 김병철이란 배우가 그걸 기가 막히게 해주셨다.

Q. 정여랑 작가의 데뷔작이다

작가님의 착한 성품과 경험이 많이 투영된 드라마다. 아이를 낳고 조리원에서 나온 다음 날 제작사와 계약했다고 하더라. 이 드라마를 전체적으로 감싸는 건 모성이다. 차정숙이 악하지 못한 것은 작가를 닮아서다. 환자들도 보시면 여자들이다. 모녀관계가 있고...강지영 배우가 한 미혼모 역할도. 회장님 빼고는 모성이 깔려 있다. 작가님에게 그렇게 얘기했더니 ‘그래요?’ 했다.

Q. 크론병 논란도 있었다. 삭제 부분을 두고 여전한 잡음이 있는데

솔직히 ‘아차’ 싶었다. 그 부분에 대해 통감하고 있다. 감독이 방송사의 직원이라면 단계가 오히려 간단할 수 있는데, 좀 복잡하다. 재방, 삼방이 많은 방송사에서 나가고 있고 티빙도 있지 않나. 특히 OTT는 계약서만 500페이지가 넘으니까 무엇 하나를 바꾸는 것이 엄청나게 큰 문제라고 하더라. 맞춰서 내용을 수정한다는 게 시청자가 생각하는 범위를 넘어간다. 해외로 나가다 보니 영상을 잘라내서 바꾸고 자막 작업을 하는 게 복잡하더라. 한 번에 해결될 순 없지만 방송사와 얘기해서 좋은 방법을 찾아보도록 노력하겠다.

Q. 김병철 배우의 코믹 연기는 압권이었다

‘본인화’를 되게 잘 시킨다. 화재신 같은 경우 대본에 있는 한줄은 그거였다. ‘전장에서 싸우는 군인처럼.’ 그러면 뭔가 소도구를 찾는다. 기침을 하다가 담요를 사용하면 좋겠다며 슈퍼맨처럼 멋지게 둘러줘라고 했다. 완급 조절이 너무 좋다. ‘서인호’에 대한 뜨거운 반응은 정말 김병철의 역량이다. 김병철이라는 배우의 연기는 피아노로 따지면 검은 건반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플랫, 샵을 다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다. 여기에 엄정화라는 메이저 코드가 붙으면서 메이저 세븐이 됐다. 이 두 배우가 너무 조화롭게 잘 만난 것 같다.

Q. ‘최승희’ 역 명세빈 캐스팅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그런 배역은 많이들 기피한다. 어찌하다 명세빈이 거론이 됐는데, 스테레오 타입으로 가기 보단 이렇게 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다른 드라마와 차별점이 ‘최승희’ 캐릭터라 생각한다. 순한 파스텔톤 같은 사람이지만 이런 배역을 한다면 신선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배우 입장에서도 한 번쯤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천성이 착한 사람이라 소리 지르는 걸 안해봐서 많은 노력을 했다. 병철 배우, 정화 누나 찾아가 맞춰보고 연습하고… 주인공 10년 한 사람이 그런 노력을 하더라.

Q. ‘닥터 차정숙’을 통해 느낀 보람이 있다면

편하게 즐겁게 봤다고 하면 만족인데 경단녀나 아줌마를 떠나서 수많은 정숙이들,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이 좌절됐다가 다시 딛고 일어나서는 용기를 얻었다면 (보람을 느낀다). 실제로 정화 누나 DM으로 많은 사연이 온다고 한다. 제가 드라마 PD를 하려고 마음 먹었던 것도 미디어를 통해 영향을 주고 싶었기 때문인데, 이만큼씩이라도 있는 걸 보니 만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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