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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제훈의 터닝포인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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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제훈 도굴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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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2007년 영화 '밤은 그들만의 시간'으로 데뷔한 이제훈은 어느덧 13년 차의 연기자가 됐다. 영화 '파수꾼' '아이 캔 스피크' '박열' '사냥의 시간', 드라마 '시그널' 등 또래 배우들 사이에서 단연 연기력으로 손꼽히는 이제훈이다. 그간 이제훈은 무겁고 진중한 이미지로 두각을 드러냈다. 정갈한 외모와 호소력 짙은 목소리, 밀도 높은 연기가 한몫했다. 그랬던 그가 새로운 얼굴로 새로운 매력을 뽐낸다.

이제훈의 새로운 얼굴을 담은 영화 '도굴'(감독 박정배·제작 싸이런픽쳐스)은 타고난 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가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 속에 숨어있는 유물을 파헤치며 짜릿한 판을 벌이는 범죄오락영화다.

이야기는 강동구가 황영사 금동불상을 손에 쥐게 된 후 윤실장(신혜선)을 만나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강동구는 겉보기에 꽤 허술해 보이지만 제법 타고난 능력과 센스를 겸비한 전문 도굴가다. 스스로를 뽐내기 바쁠 뿐 어쩐지 계획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유들유들한 인물이다. 이후 강동구는 팀원을 모아 선릉 도굴 계획을 실행한다.

극 중 이제훈은 댄디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과감하게 도굴꾼으로 변신한다. 면도는커녕 늘 먼지 투성이다. 매 장면 후줄근한 옷으로 이 굴 저굴으로 돌아다니기 바쁘다. 이 가운데 신선한 재미가 있다. 능글거리며 쉴 새 없이 농담을 던지는데 매력이 넘친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제 옷을 입은 듯 소화해낸 이제훈이다.

이에 이제훈은 '도굴' 시나리오를 처음 받으며 느꼈던 첫인상을 전했다. 그는 "대본을 받았을 때 이야기가 촘촘하게 있으면서 인물 관계에서 티키타카가 있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기승전결이 잘 이어져 있고 납득할 수 있는 지점이 순조롭게 풀렸다. 캐릭터들이 매력적이고 각자 하는 일이 분명한데 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했다. 너무 훌륭한 배우들과 앙상블을 펼칠 수 있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제훈은 매 작품 전 걱정, 고민을 안고 가는 배우다. 이번 작품 역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캐릭터와 쉴틈 없는 대사가 그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각오했던 것과 달리 촬영이 시작된 후 자유롭게 날아다닌 그다. 흐름에 제 몸을 맡기고 떠들며 순간 순간을 즐기니 자연스럽게 체화될 수밖에.

그는 "'도굴'을 통해 범죄 오락물에 대한 장르를 처음 접하게 됐다. 평소 이런 장르를 즐기는데 정작 그런 작품을 잘 안 했다. 또 그런 매력과 강동구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수다스럽고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성격을 제대로 표현하려 했다"며 "한없이 재기 발랄하고 잔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내면의 어두움, 복수에 대한 이야기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또 "강동구라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별도의 레퍼런스를 참고하진 않았다. 그동안에는 예전에 봤던 작품, 비슷한 캐릭터를 차용하고 레퍼런스로 두고 구축하는 것을 선호했지만 '도굴'에서는 없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술술 풀어냈다. 대본을 보면서 굉장히 신이 났다. 이렇게 해보면 재밌겠다 하면서 술술 읽고 말을 했다. 신나고 재밌는 지점이었다. 늘 어떻게 더 재밌을까 하는 마음으로 현장에 왔다. 이런 캐릭터를 이 작품 하나로 남기기엔 아쉽다. 기회가 된다면 도굴이라는 소재로 펼칠 수 있는 이야기로 무궁무진하다. 다음 이야기로 캐릭터를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싶다"며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사뭇 이제훈과 극중 강동구의 싱크로율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는 "냉정하게 보면 제게 강동구스러운 성격은 없었다. 사실 저는 너스레를 떨고 넉살 좋게 실 없는 소리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밝아졌다. 예전에는 진중하고 차분하고 말수도 없었다. 누가 말을 걸어야만 이야기를 했다.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타입이었다. 연기를 할 때도 제 안에 갇혀 고민에 깊게 빠져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작품에 있어 연기 뿐만 아니라 현장 분위기, 스태프들과 '으›X 으›X'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배우들 뿐만 아니라 스태프들, 지치고 힘든 순간이 많다. 이들에게 기운, 에너지를 주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어 괜히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제가 연기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마련해준 스태프들이 감사하다. 그렇기에 제가 더 에너지를 줘야 하지 않을까. 주연 배우로서의 의무"라며 남다른 가치관을 드러냈다.

'도굴'의 이제훈을 비롯한 주연 배우들은 입을 모아 작품의 미술팀 스태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강조했다. 촬영 내내 미술팀은 흙 속에 파묻히는 배우들을 위해 인체에 무해한 요소들로 굴을 만들고 흙을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도굴하는 과정에서 날리는 흙먼지까지 선식, 콩가루 등 연기하는 배우를 배려했다. 이와 관련 이제훈은 "작품을 시작하기 전 제가 상상할 수 없는 문화재, 도굴 등 미술적인 부분이 잘 구현될까 하는 걱정과 우려를 많이 했다. 현장 갈 때마다 너무 놀랐다. 실제의 뭔가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배우라 볼 수 있지만 저희에겐 공간과 미술 세팅, 소품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잘 구현해내서 보여줬다는 점이 고무적이다"면서 자부심을 전하기도 했다.

또 이제훈의 자부심을 뒷받쳐 주는 이가 있다. 바로 박정배 감독이다. '도굴'로 첫 장편 영화 메가폰을 잡은 박정배 감독은 오랜 시간 영화 현장에 있었기에 안정적이고 여유를 가진 연출자다. 박정배 감독은 작품에 이제훈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그간 이제훈이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고 이는 이제훈의 공감을 형성했다. 이제훈의 새롭고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며 새로운 기회로 이끌어냈다.

자부심이 뚜렷한 만큼 흥행에 대한 욕심도 있을까. 이에 대해 이제훈은 "대중의 사랑을 바탕으로 연기를 한다. 사랑을 받으면서 계속 작품을 이어나가려 한다. 구체적인 흥행 수치보다는 이제훈이라는 배우가 계속 궁금하고 보고 싶고 기대가 된다는 수식어를 받고 싶다. '도굴'로 이제훈이 과감하게 달라진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개인적으로 왜 이런 작품을 안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 '도굴 2' 제안이 들어온다면 무조건 출연할 것이다. 영화로 시리즈를 하고 싶은 게 배우로서 꿈"이라 말했다.

이제훈에게 '도굴'은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인 셈이다. 장르와 캐릭터적으로 도전을 했다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 그간 이제훈은 완벽히 계산한 후 적재적소의 연기력을 불어넣는 편이었다. 늘 주어진 대사에 충실했기에 이제훈에게 애드리브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도굴'에서 이제훈은 마음껏 뛰어놀았다. 대사를 하다가도 생각나는 대로 애드리브를 던지고 거침 없이 지어내며 강동구 그 자체가 됐다. 이제훈의 말을 빌리자면 '도굴'은 그에게 '오락' 같았다. 연기로 놀 수 있고 즐길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기회였다. 배우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 작품인 만큼 소중할 수밖에 없을 터. 이제훈과 '도굴'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는 까닭이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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