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왼쪽 두번째)이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제 개편안 마련을 위한 비공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정부가 완화한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원상회복하기로 한 정부 세제 개편안이 발표한 지 하루 만에 흔들리고 있다. 당정 협의를 거쳐 나온 안을 여당이 뒤집으려고 하면서다.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 5000’ 공약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들끓자, 여당이 곧바로 ‘투자자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조세정책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근본적으로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의 기본 원칙이 실종되고 땜질식 처방에만 관심을 둔 데서 비롯된 문제는 아닌지 돌이켜봐야 한다.
7월31일 발표된 정부 세제 개편안에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보유 금액 50억원에서 10억원 이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다음날 코스피가 3.88% 하락하고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서 반대 여론이 조성되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대주주 기준 상향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대주주 기준 변경은 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 사항이지만, 당내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도 재검토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대주주 기준 변경은 윤 정부가 2023년 기존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높인 바 있다. 민주당이 이번 세제 개편안을 법인세 인상 등과 함께 윤 정부의 감세정책을 원상복구하는 정상화의 과정이라고 강조한 이유였다. 특정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할 수 있는 계층은 2022년 기준 전체 투자자의 0.05%에 불과한 고액 자산가들이다. 그간 대주주 기준 변경이 증시 상승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다는 정부 분석도 공유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서울 아파트 가격 한 채 값도 안 되는 10억원이 대주주 기준에 맞는지 의구심이 크다’고 딴청을 부린다. 연말에 대주주들이 과세를 피하려고 주식을 팔아치우면 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는 지적을 마치 처음 들은 양 대처하는 것도 의아한 대목이다.
이런 문제가 집권 여당의 조세정책 일관성 부족과 조세정의 원칙 부재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성찰하기 바란다. 애초 금융투자로 얻은 차익이 일정액 이상이면 세금을 부과하는 금융투자소득세를 시행하고 다른 세목들도 합리적으로 손질하는 것이 순리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윤 정부의 금투세 폐지를 거들며 조세정책을 퇴행시키는 데 일조했다. 조세 정상화 특위만 설치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코스피 5000’이라는 증시부양 정책 의지를 의심받을까 조바심내는 데만 급급해서는 정책 신뢰를 얻기 어렵다.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