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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리셀 참사 수사 검사도 “원청에 하청노조와 단체교섭 의무 갖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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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리셀 참사 수사 검사도 “원청에 하청노조와 단체교섭 의무 갖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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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공장 아리셀에서 화재가 발생한 다음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공장 아리셀에서 화재가 발생한 다음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통과된 가운데, 현직 검사가 노조법 개정안과 같은 취지로 원청사업주에게 하청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게 해야 한다라는 주장을 담은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허훈 수원지검 공공수사부 부장검사는 2022년 2월 고려대 노동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으로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의 사용자 개념 : 단체교섭 상대방으로서의 사용자를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이를 보면, 허 검사는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부당노동행위 주체이자 단체교섭 상대방으로서의 사용자에 해당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허 검사는 “법률 체계상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을 통일적으로 이해하여야 하고, 부당노동행위를 형사처벌하는 노조법 체계상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용자 개념을 통일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미 대법원은 2010년 현대중공업 사건과 2021년 삼성전자서비스 사건에서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원청이 하청노조를 상대로 노조파괴 목적의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를 한 경우 하청노동자의 ‘사용자’로서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진다고 판결한 바 있다. 경영계에선 해당 판결 이후 현재까지 ‘부당노동행위를 해서는 안되는 사용자’와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가 서로 다르다고 주장했는데, “통일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허 검사의 주장이다.



허 검사는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자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에 영향력과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 3권의 보장을 위하여 사용자 개념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며 “근로조건 등에 영향력과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는 단체교섭에 영향력과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어 단체교섭의 상대방이 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의 입법 취지와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한 씨제이대한통운·한화오션·현대제철 법원 판결과 비슷한 취지다.



아울러, 원청이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는지는 “단체교섭 대상사항이 무엇인지에 따라 2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제3자(원청사업주)가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노동조건 중 (하청) 사업주와의 근로계약관계를 전제로 하는 사항은 제외해야 한다”고 봤다.



경영계는 노조법이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해태하는 사용자에게 형사처벌 조항을 두고 있음을 들어, ‘실질적 지배력’의 모호성을 들어 원청기업이 형사처벌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노란봉투법 입법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허 검사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심판 절차를 통한 노동위원회의 판정 이후부터 제3자(원청)의 단체교섭 거부나 해태에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으로 한정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하청노조가 원청의 단체교섭 거부로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심판을 청구한 뒤, 노동위원회가 교섭 의무가 있는 교섭의제를 결정한 이후에도 교섭을 거부할 경우 ‘정당한 이유’가 없는 부당노동행위로 보면 된다는 것이다.



허 검사는 2018년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하면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지난해에는 수원지검에서 노동자 23명이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수사를 지휘했다. 수사팀은 재판에서 대표이사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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