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스토킹하던 5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하고 도주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정우 씨(48)가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철회했다. 사진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윤 씨 모습./뉴스1 |
울산에서 20대 여성이 스토킹범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중태에 빠졌다. 경기 의정부에서 ‘스토킹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 만이다. 울산 20대 여성 피해자는 경찰에 바로 연락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를 갖고 있었지만 누를 겨를도 없이 피해를 당했다. 의정부 여성 피해자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건 다 경찰은 가해자들에게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렸지만 방어막이 되지 못했다. 피해자 신변 보호 조치가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스토킹 범죄를 막을 수 있는 근본 대책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격리하거나 가해자의 동선을 미리 파악해 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조치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울산 사건도 가해자를 구치소에 유치하겠다는 경찰의 신청을 검찰이 기각했다. “초범이고, 피해자도 원치 않는다”는 이유였다. 의정부 사건의 경우엔 경찰이 가해자에 대한 통화 금지를 신청했지만 그마저도 검찰에서 기각됐다. 스토킹을 가볍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 스토킹을 경범죄로 처벌해 오다 징역형(3년 이하)으로 처벌할 수 있는 스토킹 처벌법을 시행한 게 2021년 10월이다. 이후에도 스토킹 범죄가 잇따르자 대법원은 흉기 등을 휴대한 스토킹 범죄는 최대 징역 5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 기준을 마련해 작년 7월부터 시행했다. 하지만 여전히 집행유예 선고가 절반에 달한다. 2022년부터 3년간 경찰이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신청한 구속영장 기각률도 34%로, 비슷한 기간 전체 범죄에 대한 영장 기각률(28%가량)보다 높다. 판사들도 스토킹에 관대한 것이다.
스토킹은 ‘살인의 전조’라고 할 만큼 무서운 범죄다. 스토킹에 시달려온 사람들은 “지옥이 따로 없다”고 한다. 어느 스토킹 가해자는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뒤에도 최근까지 피해자와 주변 인물들에게 편지를 보내 “나가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그만큼 집요하고 위험한 범죄다.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려면 법규 미비점도 보완하고, 양형도 높여야 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스토킹은 ‘중범죄’라는 인식을 사회가 공유하는 것이 시급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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