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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영의 경제읽기]미·일 관세 협상의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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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영의 경제읽기]미·일 관세 협상의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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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미국과의 협상에서 난항을 거듭하던 일본은 전격적으로 미·일 관세 합의를 이끌어냈다. 지난 4월 24%였던 상호관세율이 25%로 되레 상향되는 등 협상 과정에서 어려움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15%의 관세율을 적용받게 됐고, 좀처럼 낮추기 어려울 것이라 여겨졌던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 역시 최종 15% 수준에서 결정되며 대미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의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중간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버릇없다(spoiled)’라는 표현까지 들었을 정도로 어려웠던 미·일 협상이 어떻게 극적으로 타결될 수 있었을까?

8차례에 걸친 협상 과정을 거치면서 일본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대한 기대치를 계속해서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4월 상호관세 부과 이후 일본은 미국과의 좋은 관계 등을 근거로 자동차 등 주요 수출 산업 분야에서의 무관세까지 기대하며 협상에 임했다. 그러나 일본과 협상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우방국 등의 이념적인 가치보다는 철저히 실리적인 선택을 했고, 일본에만 특혜를 주는 형식의 관세 인하에 대해서는 확실히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이에 일본 역시 무관세를 포기하고 관세율을 최소 수준으로 낮추는 데 포커스를 맞추게 되는데, 관세율을 의미 있게 낮추는 대가로 그에 상응하는 조건들을 미국에 제시해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한다.

우선 일본은 미국에 일정 수준 자국의 시장을 개방하며 미국산 제품을 사들이겠다는 의사를 표명한다. 쌀을 수입하는 총량 중 미국산 쌀 비중을 보다 늘릴 뿐 아니라 미국산 자동차 수입 시장 역시 일정 수준 개방하는 데 동의한다.

인도네시아, 베트남과의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상대국이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산 제품에 낮은 관세를 적용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일본 역시 그런 미국의 의중을 파악해 일정 수준의 시장 개방과 함께 항공기나 액화천연가스(LNG) 등 미국산 제품을 보다 많이 사들일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중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자신들은 궁극적으로 중국이 미국에 시장을 개방할 것을 원한다는 발언을 했는데, 이번 협상에서 이런 미국의 의도가 어느 정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시장 개방, 미국산 제품 수입뿐 아니라 일본은 5500억달러에 상당하는 대미 투자를 함께 제시한다. 올 초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TSMC는 미국에 100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쌍수를 들어 환영을 표했다. 일본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최초 3000억~4000억달러 투자를 제안했고, 최종적으로 5500억달러로 금액이 결정된 것이다. 세계 10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5500억달러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국가들이 미국 제조업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해 미국 내 제조업의 부흥을 이끌어내고, 미국산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해외 시장을 개방하도록 압박하면서, 미국산 에너지나 농산물 등을 수출해 무역 적자를 해소하려 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무장관인 스콧 베선트는 미국이 소비국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생산국이 되기를 원한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번 미·일 관세 협상 과정에서 나타난 것처럼 미국은 해외 투자 확대 및 제조업 부활 과정에서 생산국가의 지위를 일정 수준 강화하고, 해외 시장 개방을 통해 제조업 제품의 판매처 확보 및 무역 적자 축소에 이르기까지 현재 미국이 무역 불균형으로 인해 겪는 문제들을 해소하려 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진 미·일 관세 합의, 그동안 전 세계 제품을 사들이던 소비대국 미국이 제조업 생산자의 지위를 가져가는 교두보로 삼을 수 있을 것인지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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