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승마 내구 레이스, 더 갤롭스 2025
지난 21일(현지 시각),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남동쪽으로 약 280km 떨어진 알파인 송쿨 호수 인근 초원에서 열린 ‘더 갤롭스 2025’에 참가한 기수가 등 뒤 방염복에 불을 붙인 채 말을 타고 달리며 경연을 선보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
방염포를 두른 기수와 말이 불을 품고 초원을 질주하는 모습이 영화 ‘매드맥스’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국제 승마 내구 레이스 ‘더 갤롭스 2025’는 말과 함께 오랜 시간 동안 극한의 환경을 달리는 승마 대회다. 매년 다른 국가의 상징적인 지형을 무대로 삼아 열린다. 2019년 인도에서 파리-다카르 랠리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된 여정으로, 이번 대회는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송쿨호 인근 고원지대에서 해발 약 3,000m 고지대에서 시작했다. 12개국에서 온 기수들이 참가해 5일간 약 200km의 코스를 달렸다. 하루 평균 30~50km씩 주파해야 하는 일정으로 참가자들은 스스로의 체력과 지구력, 말과의 교감을 시험했다.
갤롭스 참가 기수들이 중앙아시아의 전통 경기인 코크보루를 즐기고 있다. 코크보루는 폴로와 유사한 경기로, 두 팀이 양의 시신 또는 그 모형을 두고 골을 겨룬다. / AP 연합뉴스 |
이번 대회의 특징은 키르기스스탄의 전통 유목 문화를 접목했다는 점이다. 참가자들은 매일 레이스 후 현지 전통 가옥인 ‘유르트’에 머물며, 말 위에서 활을 쏘는 승마 양궁과 전통 경기인 ‘코크 보루’ 등을 체험했다. 코크 보루는 양의 사체나 모형을 들고 상대 골대에 넣는 방식의 팀 스포츠로, 거칠고 박진감 넘치는 키르기스스탄의 대표 민속 경기로 꼽힌다.
주최측 수의사가 경기를 마친 말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 AP 연합뉴스 |
다만 일부 프로그램상 마상 묘기와 화염 퍼포먼스와 같은 격렬한 움직임과 경기 간 충돌 사고에 따른 말의 부상 위험이 있다. 실제로 일부 구간은 돌길이나 경사진 초원을 포함해 말에게 물리적 부담이 크다. 주최측은 수의사를 동행해 경기 전후 말들의 건강상태를 철저히 점검한다.
갤롭스 참가자들 코크보루를 즐기고 있다. / AP 연합뉴스 |
스포츠와 여행, 전통 문화가 융합된 ‘더 갤롭스’는 참가자들에게 단순한 기록 경쟁을 넘어선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유목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중앙아시아의 땅에서 펼쳐진 이번 대회는 말과 인간, 자연과 문화가 맞닿아 현대인에게 이색적인 여정으로 마무리됐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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