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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아이들이 굶주려 죽다니"…분노한 여론에, 트럼프 나섰다

이데일리 김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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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아이들이 굶주려 죽다니"…분노한 여론에, 트럼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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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식량센터 개설" 가자지구 기아 첫 인정
가자지구서 굶어 죽은 사람 이달에만 63명
국제사회 분노 커져…'두 국가 해법' 압박도 거세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佛 이어 英도 동참 움직임
나에마(30세)는 가자시티 서쪽 알-샤티 난민 캠프의 파손된 집에서 영양실조 상태인 2세 아들 야잔과 함께 앉아 있다. 이 장면은 2025년 7월 23일에 촬영됐다. 수십 개의 구호 단체와 인권 단체들은 수요일, “대규모 굶주림”이 가자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미국이 최고 특사가 유럽으로 향해 휴전과 구호 통로에 대한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시점과 맞물렸다. (사진=AFP)

나에마(30세)는 가자시티 서쪽 알-샤티 난민 캠프의 파손된 집에서 영양실조 상태인 2세 아들 야잔과 함께 앉아 있다. 이 장면은 2025년 7월 23일에 촬영됐다. 수십 개의 구호 단체와 인권 단체들은 수요일, “대규모 굶주림”이 가자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미국이 최고 특사가 유럽으로 향해 휴전과 구호 통로에 대한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시점과 맞물렸다. (사진=AFP)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의 기아 문제를 인정하고 구호품을 배급할 식량 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선 굶주린 주민들이 식량을 구하기 위해 배급소에 몰려들었다가 이스라엘군의 총격에 사망하는가 하면, 어린아이들이 굶주려 사망하는 등 비극적 상황이 이어지면서 전세계가 분노하고 있다. 노벨 평화상을 받고 싶어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해결책 모색에 나선 것이다.

가자지구 기아 거론 않던 트럼프 “식량센터 개설”…입장 선회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회담 후 가자지구에 식량 센터를 개설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가자지구의 기아 문제가 정말 심각한 것 같다”며 “아이들에게 식량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TV에 나오는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몹시 배고파 보였다면서 “그것은 진짜 굶주림이며 이를 꾸며낼 수는 없다.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가자지구에 굶주리는 사람은 없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이날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24시간 동안 최소 14명이 굶주려 사망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만 어린이 24명을 포함해 63명이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었다. 생후 6주 된 신생아가 굶어 죽는가 하면 건강했던 아이들도 먹지 못해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WHO는 가자지구 5세 미만 어린이 가운데 20%가 영양실조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구호품을 빼돌린다며 이스라엘과 미국이 주도하는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을 통해서만 구호품을 제한적으로 배급하고 있다. 구호품을 받으려 배급소에 몰려든 가자지구 주민들에 이스라엘군이 총격을 되풀이하면서 지난 5월 이후 배급소 주변에서 사망한 사람만 1000명에 달한다. 이스라엘이 전날 가자지구에 공중 투하한 구호품에 맞아 다친 사람도 속출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의 기아 문제가 하마스의 허위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해왔다.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만난 자리에서도 기아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다.


가자지구의 아이들이 음식을 나눠먹는 모습.(사진=AFP)

가자지구의 아이들이 음식을 나눠먹는 모습.(사진=AFP)


佛이어 英도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추진…거세지는 국제사회 압박

가자지구의 기아 사태에 대해 발언을 삼가던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바꾼 것은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스타머 총리도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혐오감을 느낀다”며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을 트럼프 대통령에 강력히 전달했다. 스타머 총리는 영국도 미국의 식량 센터 설립에 힘을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압박도 거세다. 유엔 회원국들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두 국가 해법의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오는 9월 유엔총회 고위급 회의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인정하겠다며 다른 국가들의 동참을 촉구한 바 있다. 영국도 이번 주 중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하는 방안을 발표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 위한 ‘평화 중재자’ 이미지 구축에 적극 나서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자신이 태국과 캄보디아의 휴전에 관여했다며 “(취임) 6개월 만에 많은 전쟁을 끝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내용의 칼럼을 공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가자지구에 대한 미 행정부 전략이 수정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미 언론은 짚었다. 뉴욕타임스(NYT)는 “거래적 외교를 자랑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자지구의 기아 사태는 ‘미국 우선주의’가 인도주의적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