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웹툰 구원 방안은
1. ‘구독 모델’ 고민할 만
OTT 등장 → 불법 유통 사라져
웹툰 플랫폼과 제작사(CP)·작가들이 문제로 꼽는 첫 번째는 단연 불법 복제·유통이다. 웹툰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불법 유통으로 인한 금전적 피해는 규모조차 추정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글로벌 기준으로는 합법 시장의 10배 이상에 달하는 불법 시장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플랫폼이 개별 삭제한 불법 콘텐츠도 수억건에 달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1년부터 자체 불법유통대응팀(P.CoK)을 운영 중인데 올해 1분기까지 28개 사이트를 적발해 폐쇄시키고 불법 유통 콘텐츠 8억4000건을 삭제했다.
웹툰은 다양한 콘텐츠 중 유독 불법 유통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의 ‘2024 해외 한류 콘텐츠 침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한류 콘텐츠 불법 유통 사이트에 게시된 불법 복제물 가운데 71.6%가 웹툰이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구독 모델’ 도입 여부가 만들어낸 차이라고 설명한다. OTT 중심의 영상 콘텐츠 부문은 대부분 구독 방식을 수익 모델로 내세운다. 관련 업계에선 구독 모델 도입 이후 영상 콘텐츠 불법 유통 비중이 크게 줄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른바 ‘넷플릭스 효과’다. 수많은 콘텐츠를 일정 수준 돈으로 모두 볼 수 있어 자연스레 불법 콘텐츠를 찾느라 시간을 쓰거나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미국 조지아대의 ‘The Netflix Effect’ 논문에 따르면, 2012년 한 해에만 OTT로 인해 약 11% 정도의 불법 콘텐츠 유통이 감소했다.
반면 웹툰은 여전히 콘텐츠별 단건 결제가 많다. 독자 입장에선 콘텐츠를 볼 때마다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불법 유통 콘텐츠를 찾는 이들이 늘고 불법 콘텐츠 공급도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웹툰을 불법으로 감상하는 주된 이유를 조사한 결과 ‘웹툰 유료 결제 비용이 부담되기 때문(32.8%)’이라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1. ‘구독 모델’ 고민할 만
OTT 등장 → 불법 유통 사라져
웹툰 플랫폼과 제작사(CP)·작가들이 문제로 꼽는 첫 번째는 단연 불법 복제·유통이다. 웹툰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불법 유통으로 인한 금전적 피해는 규모조차 추정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글로벌 기준으로는 합법 시장의 10배 이상에 달하는 불법 시장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플랫폼이 개별 삭제한 불법 콘텐츠도 수억건에 달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1년부터 자체 불법유통대응팀(P.CoK)을 운영 중인데 올해 1분기까지 28개 사이트를 적발해 폐쇄시키고 불법 유통 콘텐츠 8억4000건을 삭제했다.
웹툰은 다양한 콘텐츠 중 유독 불법 유통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의 ‘2024 해외 한류 콘텐츠 침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한류 콘텐츠 불법 유통 사이트에 게시된 불법 복제물 가운데 71.6%가 웹툰이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구독 모델’ 도입 여부가 만들어낸 차이라고 설명한다. OTT 중심의 영상 콘텐츠 부문은 대부분 구독 방식을 수익 모델로 내세운다. 관련 업계에선 구독 모델 도입 이후 영상 콘텐츠 불법 유통 비중이 크게 줄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른바 ‘넷플릭스 효과’다. 수많은 콘텐츠를 일정 수준 돈으로 모두 볼 수 있어 자연스레 불법 콘텐츠를 찾느라 시간을 쓰거나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미국 조지아대의 ‘The Netflix Effect’ 논문에 따르면, 2012년 한 해에만 OTT로 인해 약 11% 정도의 불법 콘텐츠 유통이 감소했다.
반면 웹툰은 여전히 콘텐츠별 단건 결제가 많다. 독자 입장에선 콘텐츠를 볼 때마다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불법 유통 콘텐츠를 찾는 이들이 늘고 불법 콘텐츠 공급도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웹툰을 불법으로 감상하는 주된 이유를 조사한 결과 ‘웹툰 유료 결제 비용이 부담되기 때문(32.8%)’이라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독자 수요를 읽고 변화를 꾀하는 플랫폼도 있다. 밀리의서재는 최근 구독형 웹소설 서비스 ‘밀리 스토리’를 공식 오픈한 가운데 오는 9월부터는 웹툰 콘텐츠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명우 KT밀리의서재 스토리사업본부 본부장은 “콘텐츠 소비 방식이 소유보다 경험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며 “구독형 콘텐츠 경험을 통해 플랫폼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독 모델 도입을 두고 진통도 상당하다. 웹소설과 웹툰 업계는 수익을 플랫폼과 작가, 제작사 등이 나눠 갖는 형태다. 기존에는 작품 1화당 구매 수익을 작가와 나누는 방식으로 열람 횟수에 따라 수익이 증가하는 구조였다. 반면 구독제는 고정된 구독료 안에서 무제한 이용이 가능해, 열람 대비 작가 수익이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웹툰 업계와 전문가들은 여전히 K웹툰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강조한다. 성장 둔화에 빠졌지만, 일부 문제만 해결하면 꾸준히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란 얘기도 덧붙였다. 사진은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를 시작한 이후 웹소설·웹툰 누적 조회 수 143억뷰를 기록한 ‘나 혼자만 레벨업’.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
2. ‘주간 연재’ 탈피 어렵다면
AI 활용 ‘일감 줄이기’ 모색해야
12년 가까이 연재된 인기 웹툰 ‘윈드브레이커’ 종료는 파장이 컸다. 인기 웹툰 작가마저 마감 압박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웹툰 작가의 살인적인 근무 환경이 재차 수면 위로 떠오르는 형국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웹툰 작가는 일주일에 평균 6.3일을 일한다. 대부분 웹툰 연재 주기가 1주일에 1회인 탓이다. 통상 1일째 날은 스토리를 구성하고 2일째는 콘티를 만든다. 3일째부터는 전체 스케치와 펜터치, 채색, 대사 편집·마무리 작업 등이 이어진다. 물론 이는 모든 게 계획대로 됐을 경우다. 만약 스토리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다면 일을 몰아서 할 수밖에 없다. 아이디어 고민 시간도 사실상 업무의 영역이다. 이를 감안하면 주말·밤낮 없이 일하는 셈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웹툰 창작 시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 1+2+3순위 기준 ‘연재 마감 부담으로 인한 작업·휴식 시간 부족’이 57.8%로 가장 높았고 ‘과도한 작업으로 정신·육체 건강 악화’가 56.4%로 뒤를 이었다.
문제는 뿌리박힌 ‘주간 연재’ 시스템을 뽑아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단건 결제 시스템인 상태에서 연재 주기 변경은 수익 감소를 의미한다. 수익을 작가와 플랫폼, 각종 제작사가 분배하는 구조를 감안하면 생태계에 치명적이다. 결국 현실적 대안은 AI를 활용한 일감 줄이기뿐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채색’ 등 일부 작업을 AI로 대체해 최대한 작가의 여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미 작가 사이에선 조금씩 AI 활용 사례가 퍼지고 있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 진행 중인 AI 규제는 걸림돌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기본법을 마련 중이다. 최악의 경우,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해 생성된 콘텐츠에는 ‘AI 생성물’임을 표시하고 영상·이미지에는 워터마크 삽입을 의무화해야 한다. 웹툰에 워터마크가 삽입됐다고 떠올려보자. 몰입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독자는 AI 기능을 활용한 웹툰 콘텐츠를 배척, 다시 작가가 모든 일을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웹툰 IP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부가 서비스가 산업 역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한다. 네이버웹툰은 웹툰 캐릭터와 대화할 수 있는 캐릭터챗을 내놨다. (네이버웹툰 제공) |
3. 임계점 도달한 韓 시장
서비스·정부 지원 확대로 ‘스케일업’
전문가들은 국내 웹툰 성장세가 임계점을 마주했다고 말한다. 김정영 연성대 웹툰만화콘텐츠과 교수는 “국내 시장을 보면 2010년대 초반부터 시작해 2023년까지 가파르게 성장했다. 단 한 번도 정체기를 겪은 적 없다. 이제야 구조조정기에 도달했다고 판단한다”며 “임계점에 도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계로도 나타난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규장각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등록된 웹툰 콘텐츠 수는 8100개다. 전년 동기(9889개) 대비 18% 감소했다.
이에 언급되는 해법은 크게 2가지다.
먼저 부가 서비스 확대다. 웹툰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이들이 소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가 필요한 시점이란 설명이다. 김 교수는 “웹툰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하는 굿즈나 애니메이션 등 2차 저작권 활용 서비스뿐 아니라 산업이 힘을 받을 만한 역동적인 요소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6월 네이버웹툰이 선보인 ‘캐릭터챗’ 서비스다. 캐릭터챗은 웹툰 캐릭터의 성격과 말투 등을 정교하게 분석한 AI 챗봇이다. 특히 ‘잘파 세대’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캐릭터챗의 1020 사용자 비중은 76%에 달한다.
웹툰의 숏폼화도 고민해볼 대목이다. 이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헬릭스 숏츠’ 기술을 활용 중이다. 웹툰·스토리 콘텐츠의 핵심 내용을 AI가 자동 요약해 약 40초 분량 숏폼 영상으로 제작하는 형태다. 네이버웹툰도 올해 하반기 웹툰을 숏폼 형태로 제공하는 ‘컷츠’를 내놓을 예정이다. 플랫폼뿐 아니라 제작사도 새로운 시장 창출에 힘쓰고 있다. 웹툰 제작사 DCC ENT는 프랑스·독일·일본·북미 등 출판사·굿즈 유통사와 직접 계약을 늘리고 있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2025 Amazing Festival’에서도 굿즈 부스를 운영하며 4일간 8000유로 이상의 현장 매출을 냈다.
웹툰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선 한국을 벗어나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특히 현지화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김한재 강동대 만화웹툰콘텐츠학과 교수는 작가와 플랫폼 업체의 ‘연출 현지화’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컷 배열이 명확하지 않고 한 컷도 스크롤해 확인해야 하는 한국식 스크롤 웹툰은 독자에게 긴장감을 주기에도 좋고 모바일 친화적이다. 다만 모든 국가에서 이 방식이 선호되는 건 아니다”라며 “유럽은 데이터통신보다 공공 와이파이나 카페 와이파이를 이용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모바일 화면 안에서 한 컷이 모두 보이게 하거나 컷 배열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게 오히려 더 환영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도 절실하다. 정부도 업계 요구를 알고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는 2027년까지 웹툰 시장을 4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며 해외 진출·번역 지원 확대 등을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부터 글로벌 웹툰 IP 제작 지원에 나선다. 웹툰 작화 이전 세계관 구축이나 캐릭터 설정 등 초기 기획 단계부터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총 지원 규모는 44억원이다. 동시에 웹툰 번역 예산도 2배로 늘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웹툰의 해외 전시나 현지 계약 체결 지원을 위해 한국 공동관도 운영하고 있다”며 “올해는 프랑스 파리와 미국 로스앤젤레스, 일본 도쿄, 독일 프랑크푸르트, 태국 방콕 등에서 지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명순영·나건웅·최창원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9호 (2025.07.23~07.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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