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담화를 내어 “서울에서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냉담한 입장을 밝혔다. 새 정부가 그동안 보여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전단 살포 금지, 표류민 송환 등 관계 개선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대신, 남북이 ‘적대적 두 국가’가 됐다는 자신들의 선언이 되돌릴 수 없는 국가 노선으로 굳어졌음을 강조한 셈이다. 미국의 국익만을 생각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재등장으로 지난 70여년 동안 유지돼온 한-미 동맹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하려 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북의 차가운 반응에 위축되지 말고, 크게 훼손된 남북 간 신뢰 관계 회복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김여정 부부장은 2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한국에서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어떤 정책이 수립되든 개의치 않았고 따라서 그에 대한 평가 자체를 하지 않았다”며 “지난 시기 우리 국가를 주적으로 선포한 극단의 대결 분위기를 고취해 오다, (중략) 감상적인 말 몇 마디로 (악화된 남북 관계를) 뒤집을 수 있다고 기대하였다면 그 이상 엄청난 오산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한국은 절대로 화해와 협력의 대상으로 될 수 없다”며 “또다시 우리 남쪽 국경 너머에서는 침략적 성격의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의 연속적인 강행”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이 지난달 4일 임기를 시작한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0여일에 걸친 고심 끝에 북은 ‘남북 관계’는 이미 ‘조한 관계’(조선-한국 관계)로 변했고, 우린 더 이상 동족이 아니기 때문에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일도 없다는 결론을 밝힌 것이다. 우리의 작은 노력으로 남북 관계가 단숨에 회복되기를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지금 미국은 한국이 국방비를 대폭 늘리고 한-미 동맹의 적용 범위를 주변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북·중과 갈등하게 되는 길이다. 그래서 곧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하고 대화를 모색하는 힘든 과정을 지레 포기해선 안된다. 시일이 촉박해 훈련 ‘중단’까진 쉽진 않겠지만, 미국을 설득해 최선의 대응을 해야 한다. 이대로 흘러가는 정세 흐름에만 따른다면, 새 정부의 대북 접근은 시작도 하지 못한 채 끝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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