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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ATM 앞 통화금지"…일본, 특단 대책 내놨다는데

머니투데이 변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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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ATM 앞 통화금지"…일본, 특단 대책 내놨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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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부터 ATM 관리자에 '보이스피싱 방지' 대책 의무화…
'오레오레 사기' 사회적 문제, '통화감지' AI카메라 설치

[도쿄=신화/뉴시스]일본의 대형 은행들 사이에서 지점을 소형화하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일본 도쿄에 있는 한 대형은행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2024.04.04.

[도쿄=신화/뉴시스]일본의 대형 은행들 사이에서 지점을 소형화하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일본 도쿄에 있는 한 대형은행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2024.04.04.


한국인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일본 오사카에서 앞으로 노인은 ATM(자동입출금기) 앞 휴대폰 통화가 금지된다. 이른바 '오레오레(オレオレ·나야 나) 사기'로 불리는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노인들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나온 대책으로, 이는 일본에서도 첫 사례다.

28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오사카 부는 ATM 앞에서 65세 이상 고령자가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것을 금지하고 ATM 설치 사업자에게 방지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특수 사기 피해의 방지를 위한 개정 조례'를 8월1일부터 시행한다.

오사카부는 일본의 47개 광역지자체 중 하나로, 부청소재지인 오사카시를 포함해 긴키 지방 중부를 포괄한다. 유동인구는 수도권인 도쿄도에 이어 일본에서 두 번째로 많고, 거주인구 규모도 도쿄도와 가나가와현에 이어 3번째다.

개정 조례에 따라 오사카부에서 ATM을 운영하는 금융회사들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신기술을 도입하거나, 금융사 직원이 직접 노인 고객을 관리하는 등 저마다 시행 계획을 마련했다.

한국의 NH농협 격인 일본 JA그룹 오사카 동부조합은 오사카부 다이토 시내 본점에 ATM 이용자의 통화 여부를 감지하는 AI 카메라를 도입했다. ATM 앞에서 이용자의 몸짓이나 휴대폰의 형상을 인식해 통화 여부를 확인하고, 통화를 감지하면 경보음을 울리거나 '전화를 끊으라'는 경고 메시지를 방송한다. 또 인근 금융사 직원에게 '직접 ATM으로 달려와 대응하라'는 알림을 보내기도 한다.

간사이미라이은행은 노인이 휴대폰 통화를 하면서 ATM을 조작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은행원에게 눈치채고 '말 걸기'를 의무화하는 내규를 마련했다. 아울러 오사카부는 다른 금융사에도 점포와 ATM에 '통화 금지' 포스터를 붙이도록 안내했다.


일본에서는 노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오레다요, 오레(나예요, 나)'라며 마치 자식이나 친지인 것처럼 가장한 뒤 "급한 일로 돈이 필요하니 빨리 돈을 보내달라"고 속이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오레오레 범죄'라고 부른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일본에서 금융자산이 많은 노인의 자식 걱정을 악용한 범죄로,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심각한 사회범죄로 떠올랐으며 최근에는 '세금·보험료를 환급해준다'는 등 공공기관 사칭 범죄로 진화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해 오사카부 내 피해액만 60억8000만엔(약 567억원)으로, 전년 대비 66.1% 급증했다.

오사카부 관계자는 닛케이에 "이제는 지하철에서 통화를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상식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걸리겠지만 ATM을 조작하면서 전화통화를 하지 않는 것도 상식처럼 퍼뜨려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정 조례는 위반 시 금융사의 벌칙 조항 등은 마련하지 않았고, AI 카메라 도입 등의 기술적 노력도 각사의 자발적 노력에 의존하는 게 한계라고 닛케이는 짚었다. 상주 직원이 없는 무인 ATM 출장소 등은 '말 걸기' 등의 내규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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