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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로, 亞 최초 명예의 전당 입회 “신념 유지하면 의심도 극복할 수 있어”

매일경제 김원익 MK스포츠 기자(one.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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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로, 亞 최초 명예의 전당 입회 “신념 유지하면 의심도 극복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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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을 유지하면 의심도 극복할 수 있다.”

스즈키 이치로가 (51·일본)가 아시아 선수 출신 선수 최초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다.

이치로는 2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에서 열린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유머와 위트, 그리고 자신의 야구 인생의 철학을 담은 연설을 전해 큰 감동을 안겼다.

스즈키 이치로가 아시아 선수 출신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스즈키 이치로가 아시아 선수 출신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이날 이치로는 “3000안타도, 시즌 262안타도 여기 있는 기자분들이 인정하는 기록이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라며 “그 기자에 대한 저녁 초대는 이제 기한이 만료됐다”며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 소감을 유머를 섞어 전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앞서 이치로는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에서 전체 394표 중 393표(득표율 99.7%)를 얻어 단 한 표를 득표하지 못하면서 만장일치 입회에 실패했다. 당시 이치로는 자신을 투표하지 않은 기자를 저녁 식사를 초대하고 싶다는 의연한 소감을 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초 만장일치 수상 가능성도 점쳐졌던 이치로였기에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끝내 이치로에게 투표하지 않은 인원은 밝혀지지 않았고, 이를 빗대어 역설적으로 모두에게 인정받게 된 순간의 감정을 전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치로는 “이 자리에 서 있으니 내 야구인생이 하나의 원을 그리게 된 것 같다. 52세의 나이에도 야구와 멀어지지 않아서 기쁘다”면서 “오늘 나는 다시는 겪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었던 감정을 겪고 있다. 바로 세 번째로 ‘루키’가 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이치로는 그 순간에 대해 1992년 고등학교 졸업 이후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의 지명을 받았을 때,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했을 때를 꼽으며 지금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 선 자신의 순간을 마치 ‘루키가 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 고백했다.

사진=UPI=연합뉴스 제공

사진=UPI=연합뉴스 제공


이치로의 커리어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될만큼 위대했다. 시애틀에서 데뷔 이후 뉴욕 양키스,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활약하며 통산 타율 0.311, 3천89안타, 117홈런, 780타점, 509도루를 기록했다. 또한 2004년 메이저리그 역대 단일 시즌 최다인 262안타를 기록했다. 10년 연속 200안타, 10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수상했고 통산 두 차례 타격왕(2001·2004년)에 오르며 메이저리그 최고의 교타자로 활약했다.


이치로가 일본 프로야구에서 기록한 1278안타를 모두 포함한 기록은 통산 4367안타로, 피트 로즈(4256안타)의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안타 기록을 넘어선다. 그런 이치로는 현재 미국과 일본 야구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고, 시애틀의 구단주 특별보좌관으로 여전히 야구계에 남아 있다.

지금은 위대한 거인이 된 이치로였지만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순간엔 철저한 이방인의 도전이었다. 그의 기록은 이미 위대하지만 특히 아시아 출신 선수에게는 더욱 특별하다. 아시아 선수 최초의 명예의 전당 입회인 동시에 각종 기록을 모두 갖고 있는 이치로다.

이치로는 “명예의 전당은 원래 내 야구 인생의 목표가 아니었다. 처음엔 그런 것이 있는지도 몰랐다. 처음 쿠퍼스 타운에 방문했던 것은 2001년이었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 마치 꿈만 같다”면서 “신장 175cm에 81kg의 체중인 내가 처음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을 때 모두가 ‘너무 마른 체형이라 경쟁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나라 망신 시키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면서 빅리그 커리어 초기를 떠올리기도 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사진=AP=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이내 이치로는 “실제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내 철학과 믿음, 작은 신념을 계속 지켜가다 보면 그런 의심들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면서 “매년 스프링캠프에 참가할 때면 내 어깨는 이미 준비 되어 있었다. 중계방송에서 ‘또 하나의 레이저 송구’라고 외치는 멘트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이치로에게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세상과 삶을 대하는 수단이자 목표였다. 이치로는 “야구는 단지 치고, 던지고, 달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야구는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길지를 결정하도록 했고, 삶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형성하도록 했다. 내 세계관은 야구를 통해 완성됐다”면서 “45세까지 야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하루하루를 철저하게 준비하고 헌신했기 때문이다. 팬들이 시간을 내어 야구장을 찾는 이상 점수 차에 상관 없이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떠올렸다.

이치로는 야구 선수를 꿈꿨던 어린 시절의 글을 회상하며 ‘꿈과 목표를 구분해야 한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치로는 “어린 시절 야구 선수를 꿈으로 묘사했다. 지금 그 글을 다시 쓸 수 있다면 ‘꿈’이란 표현 대신에 ‘목표’라는 단어를 썼을 것”이라며 “목표를 이루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꿈꾸는 것은 즐겁지만 목표는 더 어렵고 도전적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또 무엇이 필요할지를 명확히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이치로는 BBWAA 투표를 통해 선정된 C.C 사바시아-빌리 와그너, 원로 위원회를 통해 선정된 딕 앨런-데이브 파커와 함께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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