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 인천연수경찰서장이 21일 인천 연수구 연수경찰서에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사제총기 아들 살해 사건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
인천 송도 사제 총기 살인 사건 당시 “살려 달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70여 분이 지나서야 사건 현장에 진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은 신고 10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섣부른 진압보다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경찰 특공대 투입을 기다렸다’고 한다. 그사이 피해자는 손써볼 도리도 없이 목숨을 잃었다. 경찰이 ‘골든타임’을 흘려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경찰 초동 대응 체계에 근본적 재점검이 시급하다.
인천의 아파트에서 “남편이 총에 맞았다”는 112 신고가 접수된 건 지난 20일 오후 9시 30분쯤이다. 경찰은 10분 뒤 도착했지만, 사건 현장으로 진입하지 않았다. 이미 빠져나간 피의자 A씨가 집 안에 있다고 잘못 판단해서다. 이후 30분간 6번의 112 신고가 이어졌다. 오죽했으면 이웃집 주민이 “경찰도, 아무도 안 온다”고 112에 항의 전화까지 했을까.
경찰은 위급사항 최고 단계인 ‘코드0’ 상황임에도 대응 매뉴얼조차 이행하지 않았다. 현장에 출동해야 했을 상황관리관은 경찰서 상황실에서 무전만 붙들고 있었다. 매뉴얼은 숙지하지 못했고, 인터넷 검색으로 아파트 구조를 확인했다고 한다. 사건 현장에 진입하지 않은 채 경찰은 오히려 전화로 어린 자녀와 숨어 있던 피해자 부인에게 “A씨를 설득해 아들(피해자)을 내보내라”는 상식 밖의 요구까지 했다. 폐쇄회로(CC)TV는 사건 1시간 47분이 지나서야 확인했다. 피해자 구조와 피의자 검거의 골든타임을 모두 놓친 것이다.
강력 사건 초동 대응 실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당시 출동한 경찰은 피해자가 칼에 찔리는 상황에서 현장을 이탈했다. 피해자는 회복되기 어려운 중상을 입었고, 현장에 있던 나머지 가족 2명까지 부상을 입었다. 지휘 체계 부재, 매뉴얼 숙지 부족, 현장 판단 오류가 되풀이된다. 위급 상황에서 경찰이 현장 접근을 회피한다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누가 지킨다는 말인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장 중심의 대응력 강화 등 경찰 초동 대응 체계의 근본적 점검과 개혁이 시급하다.
